-동네에 독립영화극장이 있음을 알고도 이사온지 1년이 넘어서야 가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몇 시간동안 전철을 타고 다니며 서울 내 독립영화 극장들을 간판깨기하듯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소여행도 곧잘 하곤 했는데,
걸어서 20분인 이곳을 가는데 이렇게도 시간이 걸려버리는, 참이나 재미없게 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동네 독립영화극장은 내가 여태껏 다녀본 어느 독립영화극장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평일 낮시간에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 동네분들은 문화를 사랑하거나 나처럼 평일 휴가를 내고
할일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리라.
-실은 휴가를 낸 평일 늦은 오후 시간에 아무거나 볼 생각이었는데 그 시간대에 상영하는 이 영화가 매진이었다.
-아니 독립영화가 평일 낮시간에 매진도 되나? 하는 생각에 다시 매진이 안된 날짜를 새로 잡아
원래 목적이었던 '동네극장이제야 가보기' 프로젝트가 '도대체 뭔 영화길래?'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최근 일과 게임(...)에 치어 영화를 조금 안봐서 그랬지, 알고보니 나만 모르는 영화셨다.
-영화를 보고나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동진 평론가가 올해 국내영화 1위로 잡은 영화였고
무척이나 저명한 영화인들이 몇번이고 샤라웃한 영화였다.
-실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을 몇 번이고 보려다 이런저런 이유로 타이밍을 놓쳐버렸는데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었다.
-소재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감독의 심리연출이 무척이나 섬세했다. 가공의 이야기 속 명확한 캐릭터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실의 사람들의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심리를,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헤아려보고 느끼게 해주려는 연출이 썩 괜찮았다.
그야말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이었다.
-여느 영화들의 연출 중에 이게 단순히 스크린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이 속하며.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임을 알려주기 위한
입체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간간히 보게 되는데 이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어설프게 계몽적인 느낌만 나서 촌스럽기 그지없는 경우가 꽤 많은데 <세계의 주인>의 종반의 연출은 새롭고 꽤 효과적이었고 좋았다.
실은 영화 내 몇 번이고 나오는 그 장치에 대해서 뭔가 빤해보여서 마음에 안들었더랬는데 그 세련된 연출방법에 감탄까지 했다.
-주연인 서수빈의 연기도 훌륭했다. 몇 몇 장면에서 탁월하게 빛나는 연기를 해서 데뷔작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