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안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확실히 이번 디아3가 망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현금경매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현금경매장때문에 디아3가 몰락하고 있는지 생각하는대로 풀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디아3를 둘러 싼 그간의 의문들-
1. 싱글플레이를 못 하게 막아 놓은 이유는 뭘까?
일단 디아블로라는 타이틀이 싱글 플레이를 못하게 막은 점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 었습니다.
명목상 복사, 복제방지 정책으로 대변된 오프라인 싱글플레이는 발매전 상당한 유저들의 공감을 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실상이 그럴까요?
저도 초기에는 복사방지정책으로서의 온라인인증플레이 방식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으나, 실상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한두가지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한해 불법복제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게임은 크라이시스2라고 합니다.
모던워페어3 라던지 많은 패키지 게임들이 복사제품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급 패키지를 큰 손실속에서도 발매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굉장히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런 와중에 디아3의 싱글플레이 온라인 방식은 다수의 찬동을 얻었으나, 발매 이후 그들의 행보는 결코 패키지 구매유저의 권익을 보장해주는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불안정하기 그지 없어서 게임중 수시로 클라이언트와의 접속이 끊어지고 접속조차 불가능한 서버.
수시로 대기열이 수십분씩 길어지고 툭하면 다운되는 서버.
이렇게 열악한 서버환경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들은 패키지게임이라는 일부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게임의 방식을 취했을까요?
블리자드는 패키지 가격을 다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레이를 고집합니다.
서버가 어느 하루 제대로 돌아간 날이 없었지만 6월 중순이 되도록 블리자드는 고압적이고 오만한 자세로 환불불가, 온라인방식을 접지 않았습니다.
2. 앵벌이 루트, 좋은 스킬 다 막아라
디아3가 발매되기 직전 개발자들의 디아3에 관한 인터뷰가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고, 저도 개발자들의 불지옥 난이도에 관한 인터뷰를 매우 재밌게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우 마음에 드는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버려지는 스킬이 없도록 자유도를 추구하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스킬이든 어떤 룬이든 유저의 취향에 맞추어 2억 몇개던가 2조 몇개던가의 조합수를 자랑하며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색깔 가득한 고유의 스킬과 캐릭터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였죠.
실상은 매우 달랐습니다.
오랜 밸런싱 작업에도 불구하고 스킬 / 룬간의 우열은 여전했으며, 각 직업군의 유저들이 선호하는 스킬, 효율이 좋은 스킬들이 생겨났습니다.
더불어 특정 퀘스트클리어를 반복하여 금화와 경험치를 복수로 획득하는 방식의 노가다 방법이나 특정 아이템파밍루트등이 속속 개발되었습니다.
이에따라 버그로 인하여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하였던 일부 버그성 스킬이 패치되었습니다.
이것은 제작사 입장에서 게임의 수명과 각 직업 / 스킬간의 형평성을 위하여 당연히 취해야할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패치노트의 내용대로 버그로 인한 꼼수 만을 막은 걸까요?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막과 진언의 너프를 통하여 알 수 있듯, 자신들의 수년간 검증해온 기술임에도 유저들이 즐겨쓰는 강한 스킬, 성능이 좋은 스킬에 칼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3. 불지옥이 너무 힘들어요! 근접캐릭은 할 수가 없어요!
게임의 발매 이후 많은 근접캐릭터를 플레이 하는 유저들은 한 목소리로 개선을 요구하였습니다.
악사나 법사등의 원거리 캐릭터는 강력한 데미지딜을 통해 내가 맞기전에, 내가 죽기전에 적을 처치 할 수 있었고 최소한 죽어가면서 적들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만용사나 수도사등의 근접캐릭터는 너무 강력한 체력과 공격력, 그리고 말도 안되는 특수능력을 지닌 불지옥의 괴물들과 정예몹들앞에 쓰러져갑니다.
21년의 역사를 지닌 블리자드라는 컴퓨터게임회사가 진짜로 그 정도로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지 못 했을까요?
서양사람들이 특히나 게임의 도전과제 같은 개념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불지옥 난이도를 노멀~지옥과는 너무 다르게 그렇게 어렵게 내 놓은 것일까요?
4.잦은 서버 다운, 점검, 아이템 복사
5월 15일 디아블로3가 발매된 이후의 아시아서버 운영표를 보면 알 수 있듯 디아3가 발매된 이후 6월 중순 1.03패치가 되기 전까지 점검이나 다운 없이 제대로 돌아간 날이 없습니다.
왜 일까요?
이러한 물음에 쐐기를 박 듯, 디아3의 불안정한 서버를 이용한 금화와 아이템복사가 가능함이 밝혀지고 블리자드는 24시간 이상 서버 다운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옵니다.
-현금경매장의 매력-
1.현금경매장이 뭐길래
말 그대로 현금경매장이 대체 뭐 길래,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럴까요?
아시아서버가 수시로 다운되고 시름시름 앓을 때, 블리자드에서 발표하길 아시아 서버의 추산 인원이 60만명 그중 한국유저가 40만명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5월 중순의 일이고 점점 더 구매자는 늘었을 것 입니다.
늘어난 유저의 수를 제 하고, 60만명으로 계산을 해 봅시다.
그 중 한국 유저들은 현금경매장은 접속 할 수 없고 금화경매장만 가능하므로, 40만명의 한국유저를 제외하고 20만명의 유저만이 아시아서버에서 현금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칩시다.
물론 20만명 중에는 게임에 현금을 쓰고 싶지 않아하는 유저들이 있으므로 딱 절반 10만명만 현금 경매장을 이용한다고 칩시다.
나라별로 환율이 다르고 암암리에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골드의 현금매입과는 시세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현재 국내의 골드 매입 시세로 볼 때 적게는 수천원~수만원 혹은 훨씬 비싼 아이템이 경매장을 통하여 거래 되고 있습니다.
디아3에는 유저와 유저사이의 아이템 거래에 블리자드가 개입하여 15%의 알선료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만약 10만명이 평균 현금가 5만원~10만원 정도의 아이템을 거래한다고 봅시다.
훨씬 더 비싼 아이템도 있겠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10만원짜리의 아이템을 A와 B가 사고 파는 경우를 봤을 때 블리자드가 중간에 개입하여 15000원을 챙기는 구조입니다.
A가 10만원에 올린 칼을 B라는 유저가 10만원을 내고 구입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A라는 유저에게는 8만5천원이 돌아가고, 중간에 유통하는 블리자드가 1만5천원을 먹습니다.
이걸 10만명이 거래했다고 칩시다.
얼마 입니까?
15억원 입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수수료 15% X 10만명 해서 아시아서버의 수수료 규모를 알 수는 없겠죠.
물론 단순히 계산해 봤을때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아이템의 가격은 천차 만별입니다.
문제는 북미와 유럽서버 입니다.
대부분 현금경매장을 이용하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화폐로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올라온 북미현금경매장 현금증발 기사에 나와있는 스샷만 봐도 수백달러의 아이템이 거래되고 있는것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대체 현금경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현금이 유통되고 있을까요??
어림잡아 추산해도 패키지를 판매한 돈 이상의 현금수수료가 흐르고 있으리라고 짐작 됩니다.
2. 예상하지 못한 경매장의 훼방꾼
원래의 시나리오는 그랬을 겁니다.
모든 유저들이 정상적으로 조정된 난이도인 노멀~지옥까지는 손 쉽게, 혹은 어느정도 잘 조절된 난이도에 맞추어 적절하게 클리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지옥을 들어가는 순간 뭔가 단단히 잘 못 되어있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의 도전과제, 도전요소라고 말 했죠.
왜 그랬을까요?
불지옥이 만약 정규난이도라고 했다면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만랩인 60을 지옥난이도후반 선에 맞추고 그 이후에 난이도로 불지옥을 두었습니다.
그러면 유저들이 플레이를 할까요? 안합니다. 단순히 미친듯이 어렵기만 하면 누가 할까요?
여기서 63랩 아이템이 등장합니다.
바로 절묘한 한수인 상위 아이템 드랍을 심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발매 후 한달이 조금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유저들은 불지옥에서 한참 헤메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여기서 악사의 극딜과 액트넘기, 흑형노가다가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소수의 매니아들이 불지옥 후반액트에서 높은 드랍율의 하이티어 아이템을 먹으며 불지옥에서 파밍을 하여 경매장에 물건을 공급하고 그로 인한 일반유저들의 불지옥 도전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하이티어 아이템들의 거래활성화를 도모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액트 넘기라는 방법을 통하여 누구나 티리엘을 이용하거나 편법을 이용하여 액트4의 수정회랑 / 이스카투 노가다를 하였고, 알록달록동산 파밍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경매장에는 60이상의 템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많은 유저들이 강한 스펙과 아이템들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3. 비운의 1.03
결론은 그렇습니다.
블리자드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원활하게 아이템을 주워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드랍율은 무조건 낮아야 되고, 템은 거의 먹을 수 없기를 바라는거죠.
이번 1.03 패치를 통해서 블리자드는 큰 무리수를 둡니다.
골드를 최대한 모을 수 없게끔 수리비를 증가시키고 보스몹을 강화시킵니다.
불지옥은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하향조정 되었지만, 아이템의 드랍율도 너프됩니다.
그동안 가장 투자대비 효율이 좋았던 악사를 집중너프시키고, 너프패치라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하여 그간 돌보지 않던 가장 약한 직업이었던 야만전사를 상향시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의도한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격속도를 50% 이상 삭감 시키는 괴행을 보여줍니다.
단지 악사를 위한 공속이 아니라 모든 직업군에서 공속이 성능 뿐만 아니라 게임의 재미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으나, 블리자드는 사람들이 공속을 좋아하니까 여러 가지 옵션을 하길 원한다며 공속을 병.신을 만들어 버립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킬 너프,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능 너프
그게 그들이 말하는 자유도 이지요.
좋은 스킬을 없애서 모든 스킬이 병,신이 되면 사람들이 어떤 스킬에 편중되지 않고 버려지는 스킬이 없긴 하겠지요.
그렇다면 다음패치에서는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까요?? 아닙니다.
이번 개발진 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강력해지고 드랍율이 낮아진 보스몹들의 사냥이 줄어들고 정예몹들만 사냥하는 유저들이 늘어나자 정예몹의 상향을 준비 중이지요.
4. 디아3 이후 블리자드 게임의 선호도
저는 적어도 십수년간 블리자드의 팬이었습니다.
워크래프트 1편을 했을때만해도 게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 이후 발매한 게임들도 참 좋았습니다.
당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던 듄2000이나 C&C보다더 언제나 블리자드 게임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디아3 의 방만한 운영을 보면서, 디아3의 확장팩은 물론이고 추후의 블리자드 게임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전혀 없어졌습니다.
최근 일본게임업계들이 비난 받는 이유인 무절제한 DLC 행태보다 훨씬 악질적인 운영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3 패치와 다른게임의 등장으로 인하여 국내의 디아블로 유저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외국은 사정이 조금 다를까요?
외국포럼에도 싱글플레이를 막아 놓은것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서버와 경매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뿐 아니라 올 가을 많은 블록버스터급 게임들이 발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모양새로 봤을때 과연 디아블로가 4편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그때에 가서도 지금 처럼 많은 유저들이 디아블로의 신작을 구매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5. 끝으로
지금 블리자드가 유저들의 말을 지지리도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우선 명분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게임의 밸런스때문이겠지요.
물론 유저들이 정당하고 옳은 것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진 입장에서 항상 중도를 지키고 균형을 유지시키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진정 옳은 요구, 불편사항의 개선, 막장 난이도와 시스템의 조정등은 왜 그렇게 안 하고 오래 걸리는 것일까요?
이번 WOW 확장팩 관련 디아3 보상이 유출된 만큼 앞으로 블리자는 배틀넷이라는 플랫폼으로 발매되는 게임들에 대한 연계를 준비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간 유저들이 디아3를 플레이하길 바랄겁니다.
적어도 WOW 확장팩이 발매될때까지는 디아3 유저가 많아야 관련 보상이 쓸모가 있겠지요.
스타2 군단의 심장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절대로 유저들이 강해지길 원하지 않고, 드랍율이 높길 원하지 않을겁니다.
모두가 부자고 모두가 강하다면 누가 경매장을 이용할까요?.
하물며 그들은 1달 이상의 막장운영과 잦은 서버다운에 대한 보상책으로 디아3의 캐릭터 성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스타크래프트2의 30일 쿠폰을 들고 나왔습니다.
절대로 디아3에 플러스요소는 주지 않을 것이며 최대한 손실을 덜 보겠다는 야욕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스타2 패키지를 주는것도 아니고 30일권을 들고 나왔으니까요
혹자들은 날개보상등의 악세사리를 요구 했지만 그랬다간 소장판 구매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이또한 소장판 유저들의 게임이탈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죠.
아시아는 몰라도 북미는 그럴 수 있지요.
저는 앞으로도 디아3는 절대로 싱글모드가 나오지 않을것이며, 블리자드는 "우리가 의도한 방식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강한 요소들은 계속 쳐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야욕처럼 자사 게임의 홍보 수단으로 디아3를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과연 유저들이 그들이 원하는대로 오래오래 디아3를 플레이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