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림을 봤습니다.
과연 남자의 영화
거대로봇이 마을을 짓밟을 때
육중한 쇳덩어리들로 만들어진 원자로가 윙윙 돌아가며 배기구에서 시뻘건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로봇이 출격해서
총탄도 아니고 무려 육탄전으로 치고받고 싸우는데 어찌 열광하지 않을 쏘냐
남자는 근본적으로 시각적으로 느끼는 오르가즘의 코드가 다르죠
송아지 가죽이나 PVC에 빠스타 브랜드 로고 박혀있는 가방따위가 아니라
돌아가는 기어, 사방으로 튀는 스파크, 원자력 에너지의 힘이 솟는다는 슈퍼로봇에
코흘리개 유치원시절 부터 슬하에 코흘리개를 둔 아빠가 될 때까지 한결같이 열광하는게 남자의 로망 아니겠습니까
스토리가 쥰나 개조잡하고 컴퓨터그래픽이 다라던가, 일부 눈요기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던가 하는 평도 많습니다.
맞습니다.
진짜 유치합니다.
아주 전형적인 일본풍 메카닉 성장물의 구성을 고대로 밟습니다.
애니 몇편 본사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복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엔딩
누가 어떻게 될지 안봐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더 재밌게 봤습니다.
이미 두 트렌드쯤 지나간 자기들이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드는 중2병맛도 아니요
다른 헐리웃 블록버스터처럼 세련되고 센스 있는 편집이나 구성도 아니요
커브가 전혀 없는 스트레이트 그 자체의 액션오락영화였습니다.
여친이랑 보러가려다가 어짜피 취향도 아닐것 같아서 그냥 혼자 봤네요.
역시 메카닉 짱짱맨
슈퍼로봇 짱짱맨이었습니다.
다 좋은데 여주인공의 연기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모탈컴뱃 영화판 이후로 이런 주옥 같은 연기는 오랜만에 느껴보는걸...
그리고 이건 아무래도 4D 상영관에서 한번 더 봐야할 듯
아 진짜 2시간 동안 놀이기구 타고 나온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