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말로 나는 민주당과 이재명이 이번 대선에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언제나 여론조사를 부정하는 쪽이 결과에서 패배했을 뿐 아니라
이준석이 내세운 세대포위론도 상당히 잘 먹혀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은 여전히 문재인 지지자의 표심을 얻어가지 못하고 있고
원래 윤석열 지지자였던 6070세대 이상, 그리고 문 정부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2030세대
민주당과 이재명에 관심을 줄 수 없다는 문파의 확고한 부동표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후 토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표가 유연하게 움직일 거라는 가능성 자체가 보이질 않는다.
윤석열이 어차피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여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은
윤석열을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계기
즉, 검찰개혁이라는 강력한 시대 과제가
역으로 어떻게 검찰 개혁 반대의 가장 강력한 수장을 대통령이라는 자리까지 이끌었는가? 에 대해서다.
1.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는 분명했다.
우선, 검찰 개혁에 대한 시대의 요구는 분명히 존재했다.
이는 독재정권 시절 공안 검찰 시대나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시도와 죽음 같이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분명히 검찰 권력에 무제한적 권력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하나의 시대과제였다.
박근혜 탄핵 당시, 촛불 민심을 군 계엄령을 통해 싹 쓸어버리려 했다는 사실을 주지하기만 하더라도
(당시 계엄령 문건은 이미 시중에 공개된 상황이고, 김무성과 같은 인물의 발언을 통해서 재차 여러번 확인 된 바 있다.)
이 문제는 국정농단 수준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만한 파급력을 지닌 사건이었다.
실제로 그만한 위력이 있었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은 줄줄히 징역 선고를 받았다.
우선 비선실세로 유명했던 정치 권력의 대표, 김기춘이 먼저 대가를 치뤘다.
국정농단의 주인공 역시, 탄핵과 함께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음으로써 이후 대가를 치루게 된다.
강력한 정치 권력이 와해되는 순간,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에서 이재용이 구속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무리 강력한 기업 권력이라 하더라도,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순 없었던 것이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히 관련되어 있었음에도 당당히 법망을 피해간 인물이 하나 있었다.
민정수석 우병우. 그는 검찰 소속으로 국정농단과 관련했던 우병우 사단만 하더라도 수많은 강력한 검찰 라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문제에는 정치 권력, 기업 권력을 넘어서 검찰이나 법조 권력도 강력히 엮여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것은, 수사 받아야 할 대상인 우병우에게 고개 숙이는 검찰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언론 개혁도 화두가 되는 시점이지만, 당시에 조선일보는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에 앞장섰던 방송사고, 따라서 조선일보의 기자가 잠복 취재를 통해서 수사 대상인 우병우가 팔짱을 낀 채로, 수사를 해야 할 검사들이 굽신 거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김기춘,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과 같은 강력한 권력이 줄줄히 잡혀가는 마당에, 혼자만 당당히 이렇다할 조사도 받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특혜를 누리게 됐다.
우병우 사건은 정치 권력 위에 기업 권력이 있고, 기업 권력 위에 법조 권력이 존재한다는 말을 낳았다.
그만큼, 법을 움직이는 세력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니고 있었고, 법 위에 군림한만큼 법망 자체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이는 같은 검찰 출신인 홍준표마저도, 당시에 강력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2. 검찰의 행보는 개혁의 요구를 더욱 키웠다.
검찰에 대한 문제는 연속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병우 관련이 아니더라도 검찰만 된다면 면제부를 얻을 수 있다. 즉, 법 앞의 형평성을 깨는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째,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
김학의 사건은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던 사건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성인물 단속에 대한 정부 입장이 강화되던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천것은 인터넷으로 성인물 보는 것도 막지만, 높은 분들은 천것들의 부정을 욕하면서 별장에서 난교를 한다'라는 비아냥이 돌아다녔다.
지지부진한 수사과정은 분노를 키웠고, 결정타로 이어졌던 것은 내부 사진이 유출되어 누가 보더라도 '김학의'의 인상착의가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우리가 보기에 동일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하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둘째, 버닝썬 사건
각종 성매매와 마약 밀매에 온상으로 떠오른 버닝썬 사건에서 분노의 중심축을 이룬 것은, 이에 가담한 연예인들과 YG 엔터테인먼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의 접대를 받은 리스트에는 수많은 주요 인사들이 존재했고, 여기서 법조계 인물들도 빠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 사건을 뒤에서 파헤치던 강남 경찰서 소속 경찰이 의문사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이 사건이 생각보다 큰 권력이 엮여있다는 생각을 키웠고, 국민 공분이 크게 일어났다.
문제는 역시 수사과정에 있었다. 대다수의 주요 인물이 솜방망치 처벌을 받는데 끝이 났고, 연루된 핵심 법조계 인물에 대한 수사는 유야무야 넘어가게 됐다.
우병우와 김학의, 버닝썬 등의 문제는
검찰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제기됐고, 민주당 입장에선 노무현 시대 때부터 숙원 사업이었던 참에
본격적으로 검찰 개혁에 나서기 시작했다.
3. 윤석열의 등장과 배신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을 신뢰했다.
윤석열은 박근혜 탄핵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문 정부와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실책이 됐지만 말이다.
지금 민주당이 윤석열을 열렬히 공격하고 있는 김건희 문제나, 그와 둘러싼 의혹은 당시엔 국민의힘이 주도했던 주장들이었다.
지금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변호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그만큼, 검찰의 내부 쇄신과 개혁에 대한 그들의 욕구가 강했던 것이다.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정부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조속히 검찰 개혁을 이루어나가길 촉구했음에도 검찰 내부는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검찰 구조 개편에 앞장 설 줄 알았던 윤석열은 도리어 기존 검찰 체제를 변호하기 시작했고, 윤석열은 누구보다 제 식구 감싸기에 앞장 섰다. 내부 개혁의 시초가 되어야 할 사람이, 기존 체제의 수호자로 등장한 것이다.
결국, 검찰 체제는 내부개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정부는
외부에서의 개혁을 단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민주당 계열에선 가장 강력한 법조계 지식인이었던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조국이 장관으로 임명한 시점을 기조로,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불꽃튀는 갈등이 시작됐다.
고개숙인 검찰과 당당한 우병우를 찍어서 세상에 배포했던 언론과 기존 검찰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윤석열을 미친듯이 까내렸던 국민의힘은 당당히 검찰 편에 섰다. 다만, 촛불 민심으로 이루어졌던 국민의 요구는 아직 검찰 개혁에 쏠려 있었다.
조국의 외부 개혁이 단행되기 시작하자, 조국에 대한 24시간 밀착 취재는 거의 1년 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사생활도 존재치 않았던 이 과정은, 사실 노무현이 받았던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곤고한 검찰 권력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언론과 검찰은 조국의 개인사 하나하나를 까발리면서, 그가 외부 개혁을 단행할만큼 공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꽤나 효과적이었고, 조국 딸 문제와 연루되면서, 관련 문제에 실질적으로 살갗을 접촉하고 있었던 20대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문 정부에 대한 20대의 표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결정타는 LH사태, 인국공 사태, 부동산 문제, 페미니즘 정책 문제 등 20대가 보기에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나타났기 때문에, 사실 조국 문제는 그렇게 치명타는 아니었다.
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총선이었다.
조국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기존 박근혜를 지지하던 구 보수세력을 제외하면, 20대부터 50대까지 너나할 것 없이 민주당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역대급 거대 여당의 탄생을 불렀고, 오히려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표의 힘을 받아 더 빠른 개혁과 강력한 조치를 단행할 것을 요구했다.
조국에 이어 등장한 추미애 역시, '병장회의'(난 아직도, 이게 뭔지 모르겠다.)를 무시하고 군 휴가 특혜를 입었다는 비난에 휩싸이면서 두드려 맞었다. 확실히 검찰 권력을 건드린 다는 것은, 자신의 나머지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였다.
하지만, 조국과 추미애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공세로 일어난 민심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대적 요구는 법 위에 군림하는 검찰 개혁의 조속한 조치에 있었다.
4. 180석을 얻어도 이뤄낸 것은 단 하나 없었다.
문제는 민주당이었다.
이낙연에 대한 비판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실 이낙연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은 국무총리 시절의 조용히 국무를 수행했던 시절 최고에 다다랐다.
그러나 이낙연의 사면 발언은 독으로 작용했고, 촛불 민심의 대한 배신으로 작용했다.
물론, 모든 촛불 민심이 이낙연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일시적인 사건에 불과할 거라고 봤다.
하지만, 180석이란 거대 여당의 수장이 된 이낙연의 행보는 너무나 지지부진하고 답답했다.
조국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한 번 쌔게 밀어줄테니, 하고 싶은 거 해보라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믿었다. 공수처의 빠른 신설, 지지부진하던 국가 사건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 정치 구조 개편. 보다 급진적인 세력에게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내세웠던 적폐의 청산까지 이뤄지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템포가 느렸다.
당 대표로 들어선 이낙연은 협치를 내세우기 시작했고, 재빠른 개혁의 단행은 사실상 이루어질 수 없었다.
힘이 있음에도 그 힘을 쓰지 않는 민주당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꼈고, 이 중에는 민주당도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배신감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검찰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조국과 추미애의 몸을 불사르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그들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결국 조국과 추미애는 상처만 입은 채로 일선 무대에서 퇴장했고, 이와 동시에 윤석열은 자기 식구를 제대로 지킬 줄 알며, 문재인의 칼을 겨눈 인물로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윤석열은 오히려 체제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받으면서, 보수 진영을 열광시켰다. 박근혜 탄핵에 상처입은 세력을 제외하고, 구체제의 수혜를 누렸던 위치에 있는 인물들로부터 영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즈음 2030세대는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다.
무능한 민주당의 행보에 실망했고, 더 이상 답답한 정치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대변해주면서, 시원시원하게 행동할 수 있는 정치인을 찾았다. 윤석열이 구보수 세대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순간, 홍준표도 같이 떠올랐다. 그는 홍카콜라라는 별명처럼, 2030의 답답함을 해소해줄 시원한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반면 이낙연의 행보에 실망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른 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다 무너진 상황이었다.
안희정을 필두로, 오거돈, 박원순 같이 '대안'이라 생각할 수 인물이 모두 성추문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성추문 문제는 민주당 지지자 뿐만 아니라, 중도에 서있었지만, 그래도 민주당 개혁을 믿어보던 세력을 완전히 이탈시켰다.
더욱이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LH사태까지 터지면서 이는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이낙연의 답답한 행보에 대해, 대안으로 남은 인물은 이재명이었다.
게다가 이재명은 홍준표와 비슷한 인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홍준표처럼 외부세력에 불과했지만, 시원시원한 언사와 행동력을 지닌 인물이었고 그가 민주당의 무능하고 느릿한 행동을 타파하고 개혁에 추진력을 달아줄 거라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민주당 내 대선 후보 중 후순위, 최후의 보루에 불과했던 이재명이, 각종 소거법에 따라 대선 일선으로 등장한 것이다.
5. 이재명이라는 리스크
홍준표와 비슷하게 이재명은 사이다 같은 인물이었지만, 자연히 내부의 적도 많은 인물이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과 대립했던 부분은 그에게 치명타였다.
물론, 이재명은 '경선 때는 나도 미쳤었던 것 같다.'는 방식으로 해명하긴 했지만, 단순히 그러한 해명으로 끝내기엔 민주당 내 문파에겐 여전히 '위험한 인물'로 남아있었다.
문파가 이낙연에게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문파 자체도 이낙연의 180석 체제에 답답함을 느꼈고, 개혁의 필요성을 느꼈다. 다만 그 칼자루를 이재명이 쥐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재명이 민주당의 얼굴이 되는 것을 위험하게 여겼다. 특히, 문파는 '개인의 도덕성'을 중시했다. 설령, 정책의 실패에 따라 정권이 각종 비판에 얽혀있을 지라도, 문재인 대통령 그 자체는 '순수하고 깨끗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문재인을 버릴 수 없었다.
민주주의 내에서 정권이 정책에 실패할 순 있더라도, 부패하거나 비리가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고쳐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파는 '개인적인 도덕성'에 큰 흠결이 있는 이재명,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는 다른 노선에 있다고 생각한 이재명의 경선 우승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민주당의 대안은 없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다시금 이낙연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이낙연의 무능한 당대표 행보에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파에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인 '개인의 도덕성'으로 보자면 가장 깔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능한 정권은 고칠 수 있어도, 부패한 정권은 고칠 수 없다. 문파에게 윤석열만큼이나 이재명은 위험했다.
물론 이재명 지지자로 돌아선 사람에게 이재명의 흠결은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 보았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를 배신했고, 숙원사업이라 생각했던 검찰 개혁을 수포로 되돌렸다. 심지어 윤석열 처가 문제는 개인적 일탈로 보기에는 그에 따른 피해자가 분명 존재하는 사건이라 판단했기에, 동일한 선상에 둘 수 없는 문제라 판단했다.
그리고 단호한 검찰 개혁에 대한 소망은 이낙연을 역으로 민주당 내 배신자라는 판단을 내리게 만들었다.
더욱이 '윤석열 고발사주' 문제가 터지자, 법위의 군림하는 검찰 세력은 무조건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검찰 개혁에 이낙연은 아무리 깨끗하다 하더라도 답답한 행동력을 믿을 수 없었고, 차라리 흠결이 있더라도 확고하게 실행한다는 이미지가 있는 이재명 지지에 뜻을 확고하게 굳혔다.
그리고 대장동이 터진다.
6. 너나 할 것 없이 대장동이 문제다. - 그리고 조용히 중심 이슈에서 검찰은 빠져나가다.
대장동 문제는 객관적으로 보면 이재명만의 리스크는 아니었다.
먼저 걸려든 인물은 국힘 계열의 곽상도 의원이었고, 곽상도에 대한 수사는 현재진행형에 있다.
게다가 대장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둘로 나뉘었다.
이재명 지지자에게 대장동은 여전히 법조계 권력의 곤고함을 보여줬다.
이재명측은 대장동이 국힘에게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사실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진 못했다.
여전히 대장동 이슈는 이재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장동 문제에 대해 이재명 지지자가 보는 시각은 좀 달랐다.
대장동 의혹 중심에는 수많은 법조계 인물이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직 검찰, 판사 출신이 대거 포진한 대장동 이슈는, 민주당 세력 중, 검찰 개혁의 바라던 이재명 지지측에는 또다시 불거진 법조 비리 문제이자, 강력한 법조 카르텔 개혁 필요성의 핵심적 사건이었다.
우병우 사건 이후로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낙연 지지자에게는 이재명 그 자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설령, 법조계가 강력히 연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재명이 그들과 같은 한 패거리나 설계자라고 하면. 그 도덕적 흠결에 의해 민주당은 또다시 패망할 것이며, 검찰 개혁도 사실상 유야무야될 거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구보수측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사건은 무조건 이재명만의 문제로 돌려야 할 부분이었다. 곽상도나 일부 국힘 의원이 계속 연루됐어도, 기존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대장동 리스크가 설령 국힘 자체에도 위험부담을 안길 지라도, 확실하게 '이재명 = 대장동'이라는 공식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민주당에게 실망한 2030세대는 당연히 또 한번 분노했다.
촛불을 들고, 180석을 만드는데 자신들이 분명히 일조했음에도 그 동안 소외됐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LH사건, 부동산 문제 등은 2030세대에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결국 국힘을 비판할 자격도 깜냥도 안된다고 판단하게 했다.
특히 '공정'이란 말에 들어가는 민주당의 '선택적 이중잣대'를 이들은 극도로 혐오하게 됐다.
차라리 도덕적 흠결이 크고, 부패하더라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국민의힘이 '공정'은 내세우지만 '방식은 자기 입맛대로'인 민주당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 다, 악하다면 차라리 깨끗한 척 위선부리지 않은 악인이 더 솔직하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대장동 문제에서 이재명은 이미 인구론적 차원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검찰 개혁을 부르짖던 기존 민주당 세력을 제외하면, 민주당 내 이낙연 지지파, 기존 국힘 지지파, 민주당에 배신감을 느낀 2030세대를 더해진 그 큰 덩어리를 이길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이재명 지지자들이, 대장동 문제에 얽혀있는 더 큰 권력 구조를 잡아내 개혁해야 한다고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존 체제 수호에 열심인 보수 계층은 말할 것도 없이, 이재명 자체를 민주당의 리스크라 판단한 이낙연 지지파, 민주당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2030세대까지...
이제 사실상 검찰 개혁이나 거대 권력 구조 개편의 문제는 핵심 사안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7. 이상하게 흘러가는 경선
이번 경선은 국힘이나 민주당이나 갈등 봉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까지 이르렀다.
이낙연 지지와 이재명 지지가 서로 죽일듯이 치고받은 만큼
홍준표 지지와 윤석열 지지도 만만찮게 서로를 원수로 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윤석열 지지자는 기존 체제 수호에 열성인 사람들이었다.
박근혜를 구속시킨 원망에 가득찬 사람을 제한다면, 윤석열은 국힘에게 있어 자신들이 기존에 누리던 지위와 이득을 온전히 보전해 줄 구세주였다.
홍준표는 행동파이긴 했어도 독단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그에게 붙어봤자 국힘 내 의원은 사실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홍준표는 당내에선 버려진 인물이었다.
그래도 홍준표는 홍카콜라 이미지로 20대의 지지와 함께 보수적 개혁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그가 어떤 정치 노선과 정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소외된 20대의 마음을 잡아서 이끌어준 정치인 중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고, 답답함까지 싹 다 날려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지자에게 이낙연은 여전히 180석을 쥐고도 아무것도 못한, 자신들의 숙원 사업인 체제 청산과 검찰 개혁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무능력자였다.
이낙연 지지자에게 이재명은 그들이 믿는 '도덕적 흠결'이 완전히 바닥난 인물이었고, 그 자체로 대선을 파멸로 이끌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양당의 행보는 정말 놀랄만치 비슷했다.
이낙연 지지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재명을 후보로 밀어붙였다.
이는 이낙연 지지를 내세우던 민주당 세력에겐,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사실상 민주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제 이들에겐 '정당 정치'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됐다.
결국, 당 자체에 대한 불신은 인물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더 크게 키웠다.
홍준표의 행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20대와 민주당에 실망한 계층에서 보수적 개혁자로 강력하게 밀었지만
작금의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당 내부에선 정부 구성 후의 본인들이 얻을 이익을 중시했기 때문에
홍준표는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그리고 이 갈등은 약간 이상한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사실 이 부분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미스터리한데
아마 이준석이란 존재가 크게 작용을 했을 것 같긴 하다.
봉합할 수 없는 갈등에서
이낙연은 끝내 이재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낙연 지지자들은 이미 굳게 닫힌 마음을 이재명에게 줄 생각은 없다.
김건희 녹취파일을 계기로 홍준표는 윤석열과 완전히 결별했다.
그러나 이준석을 끌어안은 윤석열과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20대의 공감표 때문인지
오히려 홍카콜라로 추앙받던 홍준표는 무너지고, 윤석열이 강력하게 떠올랐다.
검찰 개혁을 위해 등장했다가, 검찰 개혁을 배신한 검찰의 수장 윤석열이
이제는 대선의 중심이 되어서, 검찰 개혁을 부르짖던 이들의 스타가 됐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이제 더 이상 '검찰 개혁', '법 위의 군림하는 법조계'같은 이슈는 대선에서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없음을 의미했다.
이제는 아예 중심 가치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8.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것인가? 아닌가?
* 이재명 지지자는 문재인 정부 평가에 있어 판단을 유보했다.
이들에게 민주당 정권의 재창출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가지게 했다.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기에는 정권교체에 대한 세간의 욕구가 너무나 강했다. 이는 부동산, 공정 등의 문제에 있어 문재인 정권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문재인의 적이라 판단하는 이낙연 지지자들의 표가 필요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을 무조건 부정할 수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평화조치 등을 실패로 규정짓는다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했다. 사실상 정권 교체에 동조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이재명 지지자는 '수정주의적 계승론'을 내세웠다.
즉, 문재인 정부에서 본받을 만한 부분은 그대로 계승하고, 실패했다 판단한 부분은 고쳐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정권교체로 굳어버린 유권자들이나,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란 극히 적었다.
* 2030세대는 확실히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2030세대는 말할 것이 없다.
이들은 6070세대와 동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정부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를 밀어줬는데, 남겨진 것은 배신과 소외. 그리고 팍팍한 삶이었다.
부동산과 LH문제, 페미니즘 문제, 국힘과 다를 것 없는데 개혁만 강조하는 선택적 공정 등. 그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그저 갈라치기과 선택적 정의만을 내세우는 위선자에 불과했다.
이들은 차라리 악인이라면, 위선자 행세를 하는 민주당이 더 나쁘다고 판단했다.
문재인에 대한 2030세대의 조롱은 어딜가나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아마 2030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을 뿐더러, 일정 부분의 공헌에 대해 칭찬하는 것도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 문파에게 문재인 정부는 수호해야할 존재이다.
지금 문파는 이재명을 막기 위해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를 욕한다면 십중팔구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문파들도 문재인 정권의 행보를 무조건 옹호하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에게 문재인 정권은 여느 정권에 비교하면, 가장 깨끗하고 도덕적인 정권이었다. 공적 영역에서 터지는 도덕적 비리나 부패가 없었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만한 부분도 없다. 단지, 정책에서 실패했다는 판단이 있을 지라도, 그것이 이전 정부가 보여줬던 거대한 부패와 비리에 비하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는 판단이 강할 것이다.
따라서 문파는 문재인 개인에게 죄를 물을 수 없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신념과 믿음을 배신한 민주당 자체에 대한 심판을 원한다.
* 아이러니한 건 2030세대와 문파의 결합이다.
이들의 민주당 심판에 대한 굳건한 결심은 분명하다.
그러나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다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을 원한다. 이들은 6070세대의 복수심만큼이나 자신들이 가졌던 배신에 대한 대가를 치루기를 바란다.
문파는 자신들의 신념과 가치를 배신한 민주당은 심판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공적 자체를 깍아내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이 문파인 이유는 문재인이란 도덕적 개인 그 자체 존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문재인이 싫고, 문재인을 실패했다고 여기는 2030세대와
문재인이 좋고, 문재인은 실패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실패했다고 여기는 문파가
윤석열로 합쳐졌다는 점이다.
마치 기름과 물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하나로 합쳐진 것같은 현상이다.
9. 검찰 개혁은 이렇게 검찰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인생은 요지경이라 했던가?
참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느껴진다.
검찰 개혁이 이번 정부의 모든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민주당 자체도 검찰 개혁 하나만 바라보고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의 등장 그 자체는 검찰 개혁에서 나타났다.
검찰 개혁에 대한 확연한 욕구, 바람이 윤석열을 대선판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각종 수난과 아이러니, 모순, 사건 등이 있는 가운데.
검찰 개혁을 시작으로 등장했던 여론은
검찰 수호로 돌아가는 듯 바뀌었고.
검찰 수호라 판단하는 것은 오류라 치더라도
검찰이나 법조계에 대한 개혁 목소리는 이제 중심이 아니게 됐다.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여전히 검찰 개혁은 외치지만
그것이 중한 사항은 아니게 됐다.
지금 윤석열 사단은 다시금 검찰 출신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우병우부터 시작됐던 법위의 선 검찰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지가
그것을 수호하고자 한 윤석열을 스타로 만들고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하다니.
그야말로 세상의 향방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