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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1억 연봉을 처음 받아본 소감. (22) 2020/02/13 PM 02:25

내가 PS2시절에 중고거래를 위해 루리웹을 처음 찾았을때가 군제대 직후였었다. PS3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전혀 상관 없었다. 

 

단칸방에 4식구가 모여살던 나에게 게임기는 말그대로 돈을 벌면 사고 싶은 첫번째 물품이였다. 

 

게임기가 있다면 친구에게 구걸하듯 시켜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고. 동네 문방구 앞에 있는 50원짜리 작은 게임기 화면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지 않아도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 게임기라는건 더이상 내 자존심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였다. 

 

군제대를 하고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일 처음 구매했던건 PS2 중고였다 당시 중고 가격으로 17만원인가 했었고 내가 찾아가는 조건으로 2만원의 내고를 받아 15만원에 구매를 했다. 

 

테일즈오브데스티니가 정말 재미있었고 진여신전생은 정말 최고였다. 게임을 싫어하던 여자친구도 렛츠고 브라보뮤직은 정말 들썩이며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이였다.

 

그렇게 PS2게임을 즐기며 취업을 했다. 65만원 그게 내 첫월급이였다. 물론 1개월 풀로 채워서 일한급여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꽤나 궁핍했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여의도였는데 점심식사 물가가 낮지는 않은곳이였다. 당시 된장찌개가 4500원이였고 순대국이 5000원 그리고 제일 좋아하던 바싹불고기정식이 6000원이였으니까... 

 

어쨌든 신입으로 입사해서 연봉 1850만원으로 입사를 했고 2년뒤 한국에서 제일크다는 S사에 입사했을때의 급여가 3600만원이였다 그리고 상여금을 합치면 무려 5천만원 가까이하는 급여였다. 

 

게임기를 살때 큰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신작 타이틀이 나와도 중고를 찾아 헤메이지 않아도 되었으나.. 게임을 하기엔 너무 바빴고 야근이 많았다. 

 

그러던차에 미친짓처럼 게임회사로 이직해버린다. 꿈과 희망을 찾아 입사한 게임회사는 내연봉을 다시 2800만원으로 돌려놓는다. 이미 5천만원에 맞춰진 내 씀씀이를 2800만원의 연봉으로는 감당 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드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고 야근은 기존보다 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회의시간에 격렬한 토론이 흥미로웠다. 당시 아이템 드랍방식 및 강화방식에 대한논의였는데 각자 어릴때 패미콤시절부터 WOW 방식까지 자신들의 게임에 대한 철학을 녹여내는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비록 28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내가 비참했을지라도 회사에서 3일째 집에 못가고 냄새나는 머리를 긁어가며 기획안을 뒤적일때도 너무 행복했다. 

 

이후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접히고 열리기를 몇번 반복할때쯤 타이밍 좋게 모바일 게임업계로 이직을 했으며 연봉은 3400만원정도로 책정되었다. 혼자 먹고살기에는 무리없다지만.. 그래도 이젠 나이가 30줄에 접어드니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3년정도 지났을때 내연봉은 4300만원으로 올라왔으나 게임은 재미가 없었다.. 더이상 회의주제는 게임성이 아니였고 돈이였다. 사업부의 힘이 막강해졌고 게임성은 자본의 힘앞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이 이럴바에야.. 하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모바일게임을 하며 쌓은 경력은 곧잘 통했다. OS에 대한 특성이나 기기에 대한 특성도 그랬고 오히려 서비스는 게임보다는 더 심플했다. 임원진들의 칭찬도 있었고 서비스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연봉 1억을 찍었다.. 1월 급여가 640만원이 입금되었다.. 기분이 묘하고 이상하다.. 덜컥 겁도 난다. 

 

이금액에 익숙해지면 다른곳에서 일하기 싫을거 같다. 또 이대로 유지를 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어느 식당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주절거리는 취객이 될꺼 같아 무섭다. 

 

과연 좋은일인가? 확실히 좋다.. 쓰고싶은대로 다써도.. 카드 결제예정금액을 선결제를 해버려도 통장엔 돈이 남는다.. 근데.. 더이상 게임을 할 체력도 남아 있지 않다. 

 

동물의숲 신작이나왔다. 이제 더이상 돈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만.. 그럴 시간이 있을까?? 뭔가 에너지가 점점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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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맨    친구신청

와 게임 업계 1억은 쉽지 않은데 몇년만에 대단하시네여

*하얀모자*    친구신청

부럽네요..저는 2천 간신히 넘으니 평생 집 살 생각도 못하는데..

썬더치프    친구신청

곧 쫓아 가겠습니다 얼마 안남았응께

이파네마보이    친구신청

맨날 랜선친구들이랑 놀다가, 불감증왔을 때, 현실사람들 만날 수 있는 보드게임 해보니까 재밌더군요.
추천~

비오네    친구신청

업계에서 12년째 굴러도 전 아직 5000이 채 안 됐네요

parkbob    친구신청

금액을떠나서 모든 아재들은 다 같은 처지입니다

2번    친구신청

멋지네유

공허의 전효성♡    친구신청

축하드려요~

쿠마곰돌이    친구신청

1억.... 부럽다...ㅠ
축하드려요

온고을 ™    친구신청

기쁘고도 슬픈 글... ㅠㅠ

驕慢[교만]의 墮天使    친구신청

노력 많이 하셨군요....
저도 지금 스타트업인데... 초반은 진짜 먹고 살 만큼만 월급 받고
추후에 연봉을 많이 올릴 예정입니다.

연봉에 주주 성과금 등등 해서 1억 받아보고 싶네요...

서퓨    친구신청

다들 제대로 읽으신거 맞아요?
마지막 이직이야기는 게임업계 아닌거 같은데요
게임업계 1억이 아니라
이직한 스타트업 1억이고
게임경력을 많이 활용해서 인정받으신다는 뜻임.

스타트업인데도 돈 잘버는
기업들 많으니까.

무한의체력    친구신청

말씀하신게 맞는듯. 게임보다 훨씬 심플한 서비스를 하지만 돈은 훨 잘버는 스타트업으로 이직.

TM™    친구신청

햐 글에서 노력과 힘들지만 일할때 느끼는 즐거움이 묻어나는것 같네요
힘이나네요 썰좀 더 풀어주세요 ㅠㅠ

디쿠맨    친구신청

앱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셨나보네요. 서비스 이야기 하시는거 보면..
저도 게임쪽에서 일하면서 연봉 5천 넘게 찍어보고
목표 7천까지는 찍어보고 그만두고 싶었는데 타의에 의해 떠나게 되서 아쉽네요.
불과 5년전까지만해도 게임 만드는데 재미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연봉 1억이라... 백수인 저로써는 너무 부럽네요.

잘 아시겠지만 연봉이 자신의 평가 잣대이니 부담 갖지 마세요.

크리스토퍼    친구신청

축하드려요!!!!

Superstition    친구신청

막상 실수령 받아보면...1억도 참 별거 없구나 싶죠

Ezrit    친구신청

여러가지로 공감(...;)이 많이 가는 스토리네요.^^
1억이 세금 떼고 나면 의외로 들어오는 돈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찍었을 때의 그 성취감이 장난 아니죠.

그런데 막상 씀씀이가 갑자기 커지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원래 집이 크게 부유한게 아니었다면, 가족들한테 이것저것 쓰게 되니까요. 가령 내가 볼 티비 사려고 할 때도 고향집 낡은 티비가 먼저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슬슬 본인한테 투자를 해도 될까 싶을 시기가 와도... 대부분의 억대 연봉자는 여가 시간을 즐길 시간과 체력(...;)이 없어서...ㅜ.ㅜ; 결국 게임 보다는 뭔가 힘을 덜 들이면서 즐길 수 있는 쪽... 가령 XXX 수집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참고로 저는 엉뚱하게 인형놀이에 빠졌다는 -_-; 악기수집도 먼저 거치긴 했지만...ㅎ;

푸른바다    친구신청

'회의시간에 격렬한 토론이 흥미로웠다. 당시 아이템 드랍방식 및 강화방식에 대한논의였는데 각자 어릴때 패미콤시절부터 WOW 방식까지 자신들의 게임에 대한 철학을 녹여내는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요즘엔 사업성이 우선이라... 어느새 이런 마인드로 일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네요.
이렇게 일해야 일도 재밌고 능률도 오르는데 말이죠

응공    친구신청

ㄷㄷㄷ 멋지담

할아버    친구신청

요즘 게임은 이미 심리학적으로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있어서 그냥 거기에 소스를 끼워넣기면 하면되죠. 회의가 필요가없을정도...

†아우디R8    친구신청

우와....
단편소설을 보는것처럼 내용에 빠져들었습니다.
인생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군요...ㄷㄷ

부디 앞으로는 행복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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