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PS2시절에 중고거래를 위해 루리웹을 처음 찾았을때가 군제대 직후였었다. PS3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전혀 상관 없었다.
단칸방에 4식구가 모여살던 나에게 게임기는 말그대로 돈을 벌면 사고 싶은 첫번째 물품이였다.
게임기가 있다면 친구에게 구걸하듯 시켜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고. 동네 문방구 앞에 있는 50원짜리 작은 게임기 화면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지 않아도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 게임기라는건 더이상 내 자존심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였다.
군제대를 하고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일 처음 구매했던건 PS2 중고였다 당시 중고 가격으로 17만원인가 했었고 내가 찾아가는 조건으로 2만원의 내고를 받아 15만원에 구매를 했다.
테일즈오브데스티니가 정말 재미있었고 진여신전생은 정말 최고였다. 게임을 싫어하던 여자친구도 렛츠고 브라보뮤직은 정말 들썩이며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이였다.
그렇게 PS2게임을 즐기며 취업을 했다. 65만원 그게 내 첫월급이였다. 물론 1개월 풀로 채워서 일한급여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꽤나 궁핍했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여의도였는데 점심식사 물가가 낮지는 않은곳이였다. 당시 된장찌개가 4500원이였고 순대국이 5000원 그리고 제일 좋아하던 바싹불고기정식이 6000원이였으니까...
어쨌든 신입으로 입사해서 연봉 1850만원으로 입사를 했고 2년뒤 한국에서 제일크다는 S사에 입사했을때의 급여가 3600만원이였다 그리고 상여금을 합치면 무려 5천만원 가까이하는 급여였다.
게임기를 살때 큰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신작 타이틀이 나와도 중고를 찾아 헤메이지 않아도 되었으나.. 게임을 하기엔 너무 바빴고 야근이 많았다.
그러던차에 미친짓처럼 게임회사로 이직해버린다. 꿈과 희망을 찾아 입사한 게임회사는 내연봉을 다시 2800만원으로 돌려놓는다. 이미 5천만원에 맞춰진 내 씀씀이를 2800만원의 연봉으로는 감당 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드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고 야근은 기존보다 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회의시간에 격렬한 토론이 흥미로웠다. 당시 아이템 드랍방식 및 강화방식에 대한논의였는데 각자 어릴때 패미콤시절부터 WOW 방식까지 자신들의 게임에 대한 철학을 녹여내는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비록 28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내가 비참했을지라도 회사에서 3일째 집에 못가고 냄새나는 머리를 긁어가며 기획안을 뒤적일때도 너무 행복했다.
이후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접히고 열리기를 몇번 반복할때쯤 타이밍 좋게 모바일 게임업계로 이직을 했으며 연봉은 3400만원정도로 책정되었다. 혼자 먹고살기에는 무리없다지만.. 그래도 이젠 나이가 30줄에 접어드니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3년정도 지났을때 내연봉은 4300만원으로 올라왔으나 게임은 재미가 없었다.. 더이상 회의주제는 게임성이 아니였고 돈이였다. 사업부의 힘이 막강해졌고 게임성은 자본의 힘앞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이 이럴바에야.. 하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모바일게임을 하며 쌓은 경력은 곧잘 통했다. OS에 대한 특성이나 기기에 대한 특성도 그랬고 오히려 서비스는 게임보다는 더 심플했다. 임원진들의 칭찬도 있었고 서비스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연봉 1억을 찍었다.. 1월 급여가 640만원이 입금되었다.. 기분이 묘하고 이상하다.. 덜컥 겁도 난다.
이금액에 익숙해지면 다른곳에서 일하기 싫을거 같다. 또 이대로 유지를 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어느 식당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주절거리는 취객이 될꺼 같아 무섭다.
과연 좋은일인가? 확실히 좋다.. 쓰고싶은대로 다써도.. 카드 결제예정금액을 선결제를 해버려도 통장엔 돈이 남는다.. 근데.. 더이상 게임을 할 체력도 남아 있지 않다.
동물의숲 신작이나왔다. 이제 더이상 돈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만.. 그럴 시간이 있을까?? 뭔가 에너지가 점점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