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리야ㄱ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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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걸 좋아해서 끄적일 뿐입니다.
[기본] 1억 연봉을 처음 받아본 소감. (22) 2020/02/13 PM 02:25

내가 PS2시절에 중고거래를 위해 루리웹을 처음 찾았을때가 군제대 직후였었다. PS3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전혀 상관 없었다. 

 

단칸방에 4식구가 모여살던 나에게 게임기는 말그대로 돈을 벌면 사고 싶은 첫번째 물품이였다. 

 

게임기가 있다면 친구에게 구걸하듯 시켜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고. 동네 문방구 앞에 있는 50원짜리 작은 게임기 화면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지 않아도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 게임기라는건 더이상 내 자존심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였다. 

 

군제대를 하고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일 처음 구매했던건 PS2 중고였다 당시 중고 가격으로 17만원인가 했었고 내가 찾아가는 조건으로 2만원의 내고를 받아 15만원에 구매를 했다. 

 

테일즈오브데스티니가 정말 재미있었고 진여신전생은 정말 최고였다. 게임을 싫어하던 여자친구도 렛츠고 브라보뮤직은 정말 들썩이며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이였다.

 

그렇게 PS2게임을 즐기며 취업을 했다. 65만원 그게 내 첫월급이였다. 물론 1개월 풀로 채워서 일한급여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꽤나 궁핍했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여의도였는데 점심식사 물가가 낮지는 않은곳이였다. 당시 된장찌개가 4500원이였고 순대국이 5000원 그리고 제일 좋아하던 바싹불고기정식이 6000원이였으니까... 

 

어쨌든 신입으로 입사해서 연봉 1850만원으로 입사를 했고 2년뒤 한국에서 제일크다는 S사에 입사했을때의 급여가 3600만원이였다 그리고 상여금을 합치면 무려 5천만원 가까이하는 급여였다. 

 

게임기를 살때 큰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신작 타이틀이 나와도 중고를 찾아 헤메이지 않아도 되었으나.. 게임을 하기엔 너무 바빴고 야근이 많았다. 

 

그러던차에 미친짓처럼 게임회사로 이직해버린다. 꿈과 희망을 찾아 입사한 게임회사는 내연봉을 다시 2800만원으로 돌려놓는다. 이미 5천만원에 맞춰진 내 씀씀이를 2800만원의 연봉으로는 감당 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드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고 야근은 기존보다 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회의시간에 격렬한 토론이 흥미로웠다. 당시 아이템 드랍방식 및 강화방식에 대한논의였는데 각자 어릴때 패미콤시절부터 WOW 방식까지 자신들의 게임에 대한 철학을 녹여내는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비록 28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내가 비참했을지라도 회사에서 3일째 집에 못가고 냄새나는 머리를 긁어가며 기획안을 뒤적일때도 너무 행복했다. 

 

이후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접히고 열리기를 몇번 반복할때쯤 타이밍 좋게 모바일 게임업계로 이직을 했으며 연봉은 3400만원정도로 책정되었다. 혼자 먹고살기에는 무리없다지만.. 그래도 이젠 나이가 30줄에 접어드니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3년정도 지났을때 내연봉은 4300만원으로 올라왔으나 게임은 재미가 없었다.. 더이상 회의주제는 게임성이 아니였고 돈이였다. 사업부의 힘이 막강해졌고 게임성은 자본의 힘앞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이 이럴바에야.. 하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모바일게임을 하며 쌓은 경력은 곧잘 통했다. OS에 대한 특성이나 기기에 대한 특성도 그랬고 오히려 서비스는 게임보다는 더 심플했다. 임원진들의 칭찬도 있었고 서비스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연봉 1억을 찍었다.. 1월 급여가 640만원이 입금되었다.. 기분이 묘하고 이상하다.. 덜컥 겁도 난다. 

 

이금액에 익숙해지면 다른곳에서 일하기 싫을거 같다. 또 이대로 유지를 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어느 식당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주절거리는 취객이 될꺼 같아 무섭다. 

 

과연 좋은일인가? 확실히 좋다.. 쓰고싶은대로 다써도.. 카드 결제예정금액을 선결제를 해버려도 통장엔 돈이 남는다.. 근데.. 더이상 게임을 할 체력도 남아 있지 않다. 

 

동물의숲 신작이나왔다. 이제 더이상 돈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만.. 그럴 시간이 있을까?? 뭔가 에너지가 점점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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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맨    친구신청

와 게임 업계 1억은 쉽지 않은데 몇년만에 대단하시네여

*하얀모자*    친구신청

부럽네요..저는 2천 간신히 넘으니 평생 집 살 생각도 못하는데..

썬더치프    친구신청

곧 쫓아 가겠습니다 얼마 안남았응께

이파네마보이    친구신청

맨날 랜선친구들이랑 놀다가, 불감증왔을 때, 현실사람들 만날 수 있는 보드게임 해보니까 재밌더군요.
추천~

비오네    친구신청

업계에서 12년째 굴러도 전 아직 5000이 채 안 됐네요

parkbob    친구신청

금액을떠나서 모든 아재들은 다 같은 처지입니다

2번    친구신청

멋지네유

공허의 전효성♡    친구신청

축하드려요~

쿠마곰돌이    친구신청

1억.... 부럽다...ㅠ
축하드려요

온고을 ™    친구신청

기쁘고도 슬픈 글... ㅠㅠ

驕慢[교만]의 墮天使    친구신청

노력 많이 하셨군요....
저도 지금 스타트업인데... 초반은 진짜 먹고 살 만큼만 월급 받고
추후에 연봉을 많이 올릴 예정입니다.

연봉에 주주 성과금 등등 해서 1억 받아보고 싶네요...

서퓨    친구신청

다들 제대로 읽으신거 맞아요?
마지막 이직이야기는 게임업계 아닌거 같은데요
게임업계 1억이 아니라
이직한 스타트업 1억이고
게임경력을 많이 활용해서 인정받으신다는 뜻임.

스타트업인데도 돈 잘버는
기업들 많으니까.

무한의체력    친구신청

말씀하신게 맞는듯. 게임보다 훨씬 심플한 서비스를 하지만 돈은 훨 잘버는 스타트업으로 이직.

TM™    친구신청

햐 글에서 노력과 힘들지만 일할때 느끼는 즐거움이 묻어나는것 같네요
힘이나네요 썰좀 더 풀어주세요 ㅠㅠ

디쿠맨    친구신청

앱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셨나보네요. 서비스 이야기 하시는거 보면..
저도 게임쪽에서 일하면서 연봉 5천 넘게 찍어보고
목표 7천까지는 찍어보고 그만두고 싶었는데 타의에 의해 떠나게 되서 아쉽네요.
불과 5년전까지만해도 게임 만드는데 재미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연봉 1억이라... 백수인 저로써는 너무 부럽네요.

잘 아시겠지만 연봉이 자신의 평가 잣대이니 부담 갖지 마세요.

크리스토퍼    친구신청

축하드려요!!!!

Superstition    친구신청

막상 실수령 받아보면...1억도 참 별거 없구나 싶죠

Ezrit    친구신청

여러가지로 공감(...;)이 많이 가는 스토리네요.^^
1억이 세금 떼고 나면 의외로 들어오는 돈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찍었을 때의 그 성취감이 장난 아니죠.

그런데 막상 씀씀이가 갑자기 커지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원래 집이 크게 부유한게 아니었다면, 가족들한테 이것저것 쓰게 되니까요. 가령 내가 볼 티비 사려고 할 때도 고향집 낡은 티비가 먼저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슬슬 본인한테 투자를 해도 될까 싶을 시기가 와도... 대부분의 억대 연봉자는 여가 시간을 즐길 시간과 체력(...;)이 없어서...ㅜ.ㅜ; 결국 게임 보다는 뭔가 힘을 덜 들이면서 즐길 수 있는 쪽... 가령 XXX 수집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참고로 저는 엉뚱하게 인형놀이에 빠졌다는 -_-; 악기수집도 먼저 거치긴 했지만...ㅎ;

푸른바다    친구신청

'회의시간에 격렬한 토론이 흥미로웠다. 당시 아이템 드랍방식 및 강화방식에 대한논의였는데 각자 어릴때 패미콤시절부터 WOW 방식까지 자신들의 게임에 대한 철학을 녹여내는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요즘엔 사업성이 우선이라... 어느새 이런 마인드로 일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네요.
이렇게 일해야 일도 재밌고 능률도 오르는데 말이죠

응공    친구신청

ㄷㄷㄷ 멋지담

할아버    친구신청

요즘 게임은 이미 심리학적으로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있어서 그냥 거기에 소스를 끼워넣기면 하면되죠. 회의가 필요가없을정도...

†아우디R8    친구신청

우와....
단편소설을 보는것처럼 내용에 빠져들었습니다.
인생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군요...ㄷㄷ

부디 앞으로는 행복하시길바랍니다.
[기본] 김성재의 죽음과 소년의 정의 (1) 2018/01/06 AM 03:15

김성재가 죽었다

 

어제만 하더라도 TV나와화려한무대를보여주던그였고가요채널에서컴백무대를장식한그의스타일과춤과노래는그날하루를뜨겁게달궈놓았다.

 

그런 그가 죽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는 그에 대한 죽음이 연일 토픽이였다. 그도 그럴게 듀스라는 그룹은 그 또래 남학생들에게는 닮고 싶은 존재이자 닮을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했었다.

그의 춤은 단순한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이 아니였다.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소위 말하는 그의 간지는 감히 범접할수도 해서도 안되는 것이였다. 

 

그런 그가 죽고 그의 애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결국 무죄로 풀려난다. 그때 소년들은 사회에 대한 추악한 일면을 볼 수 있었다적어도 교과서에 나오는 것 만큼 사회가 정의가 지켜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 우상과도 같던 그로 인해 드러났을 때 소년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당황했다.

 

우리는 사람이 죄를 지으면 반드시 처벌 받는다고 배워왔었다. 그런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상황에서 어른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모습에 우리는 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후 뒤숭숭한 루머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고 어쨌든 지금 기억나기로는 그 애인은 꽤나 대단한 집안의 딸이였다는것과 돈과 권력으로 무죄를 샀다는 것. 아마도 지금의 세대가 적어도 사회가 깨끗하지 않다는걸 빨리 깨닫게 해준 하나의 사건이였다..

그나마 철이 빨리든 어떤 친구는 이사회가 그렇게 정의롭거나 순리대로는 가지 않는다는걸 빠르게 깨닫던 친구도 있었다.

뭐가 정의일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되돌아보면 오히려 만화에 나오는 정의를 외치는 주인공이 얼마나 한심한지 깨닫게 된 지금이야 말로 내가 어른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 어떤 연예인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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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친구신청

듀스광팬인 저도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기본] 첫 고백 (4) 2017/11/04 AM 12:26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였고. 이젠 실행만이 필요할 뿐이였다.

 

될지 안될지는 이제 내손을 떠났고.. 드디어 내 입에서 한문장의 말이 나왔다..

 

그녀는 침묵으로 모든 대답을 했고. 지금까지 내가 가져왔던 모든 상상과 생각이 후회로 바뀌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불과 3초간의 침묵이 그렇게 길어질줄은 몰랐으며 우리둘 사이의 공기는 순식간에 메말랐다.

 

띠리링..

 

내가 그녀에게 전화할때도 이렇게 발랄한 벨소리가 울렸을까? 그 벨소리에 우리의 어색한 공기는 한순간에 얼어붙게 되었고..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른채 허둥거리다 간신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리고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잠시 자리를 비켰다..

 

.. 나 지금 친구랑 커피숍이라는 말과 함께 어색한 미소로 자리를 일어섰다.

 

멀어져가는 소리에 알게되었다. 내가 원했던 자리의 어떤 남자라는 것을..

 

내생각은 그녀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기를 바랬다.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긍정의 대답을 갈구 하던 나였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기를 바라는 내가 점점 비참해져갔다.

 

그생각과 동시에 난 그녀에 대한 모든것들을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나를 설득해야한다.

 

흡사 그녀의 행동하나하나가 나에게 의미로 다가왔다면 이제는 그것이 아니라고 부정해야하는 시간이 온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게 끝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할수만 있다면 그녀의 사랑이 끝나고 다음사랑은 나일지도 모르는 상상을 하며 자기방어를 하게 되는건 왜인지.. 그리고 그것마저 나를 설득해야하는 현재가 너무나 힘들다..

 

그녀가 돌아왔다..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그 예쁘던 입술을 떼어낸다..

 

우리.. 좋은 친구잖아.. 나 너를 잃긴 싫어..

 

아무말도 해주지 않길 바랬던 내 바램은 역시나 무너졌고 그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지금 이상황을 넘길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했다.

 

농담이라고 얼버무려야 하나아니면 내 속마음에 있는 다음의 네 사랑은 나라는 허세를 부려야하는건지..

 

하지만 어쨌건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건 그녀는 나를 자신의 남자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늘불로 주변인임을 확실하게 선언했다.

 

카페안의 수많은 웅성거림이 이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고 말해주었으면 하지만 난 현실을 마주 봐야만한다.

 

그래. 미안해 괜히 부담줘서우리 일어날까? 오늘 당황스러웠을텐데.

 

아니야. 내가 미안해.. 괜히

 

아니야!! 그냥 오늘 말해보고 싶었어 네가 착각하게 한건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우린 카페 문을 열고나와 다시는 하지못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잘가라는 인사를 나누었다.

 

그것이 내 첫번째 짝사랑의 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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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칸토나    친구신청

전 좋은 친구 잖아 너를 잃긴 싫어 라는 말이 참 이기적으로 들리네요... 힘내세요 ㅠ

요봉이    친구신청

한 번쯤은 있어봄직한...

revliskciuq    친구신청

이후 최악의 엔딩: https://www.youtube.com/watch?v=wDEd3724ozc

이별앞에서다    친구신청

글 잘 쓰시네요 부럽
[기본] 방백 (찌질한 첫사랑 이야기) (3) 2017/06/25 PM 10:38

방백

그녀를 처음 만난건 친구들 모임에 우연히 들렀을 때였다. 친구 놈의 생일날 20대의 생일이 늘 그렇듯 생일을 핑계로 거나하게 마시고 있을 때쯤 친구의 여자친구가 3명의 무리를 이끌고 우리테이블에 합석했던 것이 그 계기였다.

 

반하게 된 계기 따윈 잘 모르겠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몇 번 얼굴을 보게 되면서였는데 첫인상은 그냥 뭐 예쁘네 정도였다.

하얀 피부에 자신의 장점이 머릿결이기라도 하는듯한 윤기 나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꽤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 생일파티를 계기로 친구의 여자친구와 그의 무리들은 가끔 우리가 모여있는 술자리에 참석하거나 중간에 합류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때마다 어설프게 표정관리 하느라 좀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녀를 보는 게 나쁘지 않았다. 어떤 날은 긴머리속에서 빛나는 핀이 예뻤고 어떤 날은 약간 짧은듯한 검은색 테니스 스커트가 예뻤고 어떤 날은 렌즈를 끼지 않아도 유난히 반짝이고 큰 검은색 눈동자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술을 매개체로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매우 친해져 있었고 처음 볼 때의 적은 말수를 가졌던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우리의 무리 속에 빠르게 스며 들었다.

그녀는 이따금 남자친구 이야기를 했었고 그녀도 꽤나 좋아하는 거 같다고 느꼈었다. 딱히 관심만 가는 정도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따금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가끔씩 그녀의 모습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에유 미친놈아.. 쓰잘데기 없는 생각 하고 있는 자조적인 혼잣말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몇차례정도였을 뿐이었다.

임자 있는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니라는 가책.. 그런데 왜 자꾸 그녀가 생각 나는지..

그녀가 정말 어처구니 없이 고백하면 어쩔까.. 내가 먼저 고백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쓰잘데기 없고 실현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 상상을 하다 잠드는 날이 많아지고 어느새 잠들기 전 망상은 그녀와 내가 열심히 사귀고 있는 것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으며 그 생각에 잠못이루다가 나도 모르게 잠드는 날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잠들어 다음날 일어나면..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했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 알량한 자존심이 이따금 생각나는 그녀를 막긴 역부족이었음은 아직은 찌질한 내 청춘이기도 했다..

남자친구도 있고 내 친구들도 아는 그녀에게 섣불리 고백했다가는 아마 난 쓰레기 취급을 받을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하기 어려웠지만 어떠한 이유라도 짝사랑을 막을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짝사랑이 아닐 거다.

어쨌든 친구들과의 모임이 아닌 단 둘이서 어떤 핑계를 대고서라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한 핑계도 구실도 찾기 힘들었다. 친구들 모임 사이에서야 가끔 말을 하지만 그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였기도 했고..

이따금 주말에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혹시 그녀가 나오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하기도 했으나 그녀가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았고 나온다 하더라도 30분 정도 잠시 머무르다 남자친구에게 가는 일이 더 잦았다.

그녀를 볼 때마다 말수는 줄어들고 의도적으로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도 해봤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속에 고민은 커져만 갈뿐 딱히 뭔가 나아지거나 진전이 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계절이 한번 바뀔 때쯤 아무런 방법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이 찌질한 짝사랑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나 수연인데 혹시 형태 맞니?

ㅇㅇ 수연이 맞아?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어?

항상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그 사랑을 포기해야 할 때 마다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희망이 주어진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더 짝사랑이 가슴아픈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연락은 논문준비를 위한 자료들이 필요한데 내 전공에 관련된 것이 있어 그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연락 한 것이었다.

1주일만 더 빠르게 연락했어도 난 단숨에 그 제안을 받아 들일 수 있었을 테지만.. 애써 그만하자고 생각한 내 시간들과 감정들이 승낙이라는 단어를 만드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으음.. 지금은 조금 어려울 거 같은데?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어서.

그래? 그럼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잠깐 시간을 내줄래 질문사항이나 궁금한 건 미리 메일로 보내줄 테니 잠깐 얼굴 보면서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 미안하지만 너밖에 전공자가 없어서. 대신 내가 밥이랑 술 사줄게.

꽤 장문으로 보낸걸 보면 급하긴 급한 가보다.

짝사랑의 대상 이라는 것이 참 웃긴 게 알뜰살뜰하게 모아놓은 내 자존심 따위는 언제든지 한방에 무너뜨린다는 거다. 그리고 최소한의 자존심은 배려라는 미명을 달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도 사뿐히 짓밟고는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짓밟힌 자존심을 위로한다.

그래 그럼.. 이번 주 주말에 합정에서 만나.

메시지가 끝나고 나는 또 머리를 쥐어 뜯었다. 그토록 몇 개월을 좋아하고 몇 개월 동안 포기하고자 했던 내 감정은 그녀의 메시지 하나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런 자괴감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만날 기대감에 사로잡혀있는 정말 어찌 보면 반쯤 미쳐있는 감정 상태였다.

 

그렇게 오락가락한 정신상태로 나는 주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주말에 입을 옷을 사고 머리를 정리했다. 이럴 때마다 동물농장에서 나오는 구애를 하는 수컷이 어찌 보면 인간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물농장에서 봐왔던 그 병신 같은 구애의 춤이 생각나서 더 괴롭기도 했다.

 

약속된 날이 다가오고 난 약속장소에서 30분전에 도착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질문지가 담긴 메일을 한번 다시 읽어봤으나 딱히 어렵거나 까다로운 질문은 없어서 망신당할 일은 없을 거 같았다.

 

그녀가 나타났다. 하지만 왠지 어두운 얼굴.. 간단히 인사만하고.. 질문지에 대한 답을 주었고 답이 끝나자 소름 끼치도록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혹시 내 마음을 들켜버린 건가 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 잡혀있을 때쯤..

미안해..라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왜냐고 묻는 나에게.. 사실 남친과 어제 크게 다퉜고 그로 인해 잠을 별로 자지 못해 컨디션이 그닥 좋지 못하다는 말이었다. 마음속으로는 그딴 놈하고는 얼른 헤어져 버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되도 않는 위로를 하고 있는 내가 정말 뭐 하는 놈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렸다.

그녀는 애써 고맙다고 했지만 마지막에는 살짝 눈물을 보았던 것 같다.

다음주에도 시간 괜찮아.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주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너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머릿속에 아무것도 안들어갔을거야.

술하고 밥은 다음주에 사고

그녀는 애써 간신히 눈물을 멈춘 듯 빨간 눈으로 나를 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 모습에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그녀가 눈물을 흘릴 만큼 좋아하는 그가 부럽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 다른 괴로운 마음을 가지고 헤어졌다.

 

오늘 고마웠어. 그리고 정말 미안해 바쁜데 시간 뺏어서. 다음주 주말 말고 이번 주 수요일 날 만나서 확실히 정리했으면 하는데 수요일 시간 괜찮아?

응 수요일 날 수업 없는 날이야 괜찮아. 그럼 점심때?

아니 술도 사줘야 하는데 저녁때 만나야지. 저녁 6시에 다시 합정 역 5번 출구에서 만나.

 

그녀와의 두 번째 약속이 잡혔지만 오늘 그녀의 눈물을 봐서 인지 어쩐지 맘이 탐탁지 않다. 그리고 수요일까지 난 무척 많은 생각과 망상에 사로 잡혔다.

그녀가 헤어지기를 바라며 그녀가 헤어진다면 언제쯤 고백을 해야 하는지를 계산한다거나..

그녀가 다시 남자친구와 만날 가능성을 따져보기도 하고..

고백하고 거절당했을 때의 멘트와 상황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어쨌거나 결론은 그 동안 쌓아왔던 아니 쌓여졌던 내 감정을 한번 정도는 표현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수요일 다행히 그녀의 표정은 이전보단 나아져 있었고 그녀의 질문에 대해 난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설명했으며 그녀는 즉시 노트북에 그 내용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겐 꽤나 골치 아픈 문제였는지 하나하나 개념이 이해될수록 그녀는 표정이 더욱더 밝아지고 모든 설명이 끝났을 쯤엔 그녀의 입가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이다!! 진짜 고마워 너 아니였으면 한달 동안 도서관에서 책 뒤적이고 있었을 거야. 약속대로 주안상을 대접해 드릴께요! 오늘 엄마카드 들고 왔지롱!!! 그녀는 특유의 발랄함을 뽐내고 있었고 카페 조명에 반짝이는 그녀의 머릿결은 그녀의 화사한 기분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듯 더욱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골목길 어딘가에 꽤나 조용해 보이는 이자카야였다. 테이블은 5개정도로 굉장히 소규모였지만 다찌에 서있는 사장님의 표정이 왠지 여기는 소수만 들어올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앉아 메뉴 판을 보지도 않고 사시미 셋트와 그리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대에 정종을 시켰다. 아마도 가끔 오는 곳인지 편하고 능숙하게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과제에 대한이야기 그리고 친구 놈 여자친구의 이야기 등등을 무척 재미있게 쏟아 냈다. 적어도 내가 봐왔던 표정 중 가장 밝은 표정인 듯 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웃으며 경청했지만 사실 어떤 내용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순히 내 머릿속에는 언제쯤 고백을 해야 하는지 타이밍만 재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점점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입술은 살짝 떨리기까지 할 지경이었으니까.

 

갑자기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녀의 시선은 내가 아닌 출입문 쪽을 향해있었다.

여기야~!!!

그녀의 말에 내가 출입문을 돌아보자 네이비색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누가 봐도 꽤나 잘생긴 남자가 웃으면서 들어왔다.

어 인사해 형태야 내 남친!

~ 안녕하세요 선형태 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수연이 남자친구입니다. 이기홍입니다.

오늘 너랑 술 마신다고 하니까 데려다 준다고 일 끝나고 들린 거야. 자기야 오늘 형태가 진짜 많이 도와줬어. 전에 얘기했었지? 선예 남친의 친구.

그녀는 남자친구가 오자 더 기쁜 듯 더 환한 표정으로 재잘 거리고 있었다.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난 그 모습을 보며 어색한 미소로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 남자와 상대도 안될 거 같은 나의 모습에 처참함까지 느꼈다. 낮부터 그렇게 거울을 봤던 내 존재는 말 그대로 병신이란 말밖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는 능숙하게 나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만나서 반갑다는 이야기를 했고 아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난 당신의 여친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라는 연기를 필사적으로 해야 했다.

적어도 남자랑 둘이 술을 마시는 여친을 데리러 온다는 건 나에 대한 경계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석잔의 술이 들어갈 때쯤 우리자리는 마무리가 되었고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아이 내가 낸다니까 왜 오빠가내.. 형태가 나 도와준 건데..~~

으이구 괜찮아~!! 그는 기쁜 듯 웃으며 수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고 수연이는 그런 그의 팔을 잡고 매달리다시피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나는 한걸음 물러서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끝내기 홈런을 맞은 투수인냥 처참한 기분으로 서있을 수 밖에

 

어쨌든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 동안 이 침대 위에서 상상했던 모든 망상들을 떠올리며 그 부끄러움에 발버둥을 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주 주말 친구들과의 모임에 그녀가 나왔고 그녀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자기 남자친구랑 셋이서 술 마셨다며 자랑을 하는 모습이 말로 형용하지 못할 또 한번의 비참함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내친구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수연이와의 연락도 끊기게 되었다.

 

그래도 연락하는 끈이 있어 가끔 그녀의 소식을 들었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지 1년 후에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때와 같은 기대감은 생기지 않았다.

 

우연히 학교 근처에서 수연이를 만났지만 나는 어색한 미소로 수연이에게 인사만 했을 뿐 별다른 인연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인가 지났을 때쯤 내 친구 놈은 헤어졌던 예전 여자친구를 만나 기적처럼 결혼했다. 예식장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여전히 멋진 남자친구와 함께인 채로 였다.

그리고 나 역시 수연이 못지 않은 화사한 내 와이프를 수연이에게 인사시킨 걸로 20대의 내 찌질 했던 첫사랑이 완벽하고 서로가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김이나 작사가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 김이나씨가 작사를 할때 감정에 치우친 작사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세세한 부분을 가사로 옮긴다고 하는 강연을 보고 저는 반대로 노래를 듣고 세세한 상황을 에세이 형태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딱히 올릴곳은 없고 이곳에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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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잘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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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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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 좋아해서 가사가 귀에익는데 글읽어보니 감정 이입 되네요 늦은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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