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때는 극치사량의 마블뽕을 맞고서 그냥 지리면서 감상만 한 거 같은데
2회차 볼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몇가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1. 앤트맨이 현실세계로 귀환 후 시간강탈계획이 세워지고 모두 각자의 시간대로
이동하는 장면에서 유독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의 표정이 밝고 텐션도 높아
보였습니다. 나타샤는 조금 있다 보자며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웃어보이고,
시간이동 후 보르미르로 떠날때도 함선 안에서 호크아이와 깨알같이 웃으며
부다페스트니 하는 수다를 재잘재잘 떠드는데, 이후에 전개는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조금 있다 다시 보자던 나타샤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스톤을 가지고 귀환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2. 몇몇 분들이 인피니티 건틀렛과 동등한 성능의 나노 인피니티 건틀렛을 제작하는 건
아무리 토니가 천재라도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는 걸 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초반에 타노스
의 팔을 자르고 나온 원본 인피니티 건틀렛이 있잖아요? 아무리 스톤이 다 날라갔다고
하지만 저라면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 틀림없이 회수해서 연구해봤겠지요. 당시 현장에 토니는 없었지만, 토니 못지 않은
두뇌의 배너도 있었고, 우주 최상급의 공돌이인 로켓도 있었으니 아마 지구로 가져와서
연구해 볼 가능성은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걸 파괴하지도 않았으니, 어딘가에 보관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앞서 말했듯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힘들지만 기본 샘플이 있으면 그걸 재현해내는 건
난이도가 많이 줄어들죠. 지금 최신형의 돌격소총을 산업시대 초기로 가져가면 똑같이
재현해내는 건 힘들겠지만 그 구조는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니까요.
뭐, 그렇게 그 부분에 대한 건 제 뇌피셜로 넘길 수 있었습니다.
3. 과거의 자신들과 마주하면서 꽤 많은 평행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일단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의 생성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 같네요. 워머신에게 기절당한
스타로드가 깨어난 후 다시 오브를 손에 넣었을지도 불투명하고 (물론 캡이 다시 원래 자리에
두고 갔긴 했겠지만 피터가 깨어난 시점이 오브가 되돌려놓기 전인지 되돌려놓은 후인지도
알려지지 않았고, 만약 되돌려지기 전에 깨어나 오브가 없는 걸 확인한 후 모라그를 떠났다면
로켓과 그루트가 스타로드를 쫓을 일도 노바 콥스에서 체포될 일도 없을것이고, 드랙스와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니,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결성되지 못하겠지요. 물론 가모라도 없고)
타노스의 행보와 많은 관련이 있던 가오갤 팀은 타노스가 없는 세상에서 활약할 일이 많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타노스가 없어진 그 시간대의 메인 빌런은 약간 선민사상이 있는 크리족의 로난이 이어받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봤네요. 일단 캡이 오브(파워스톤)을 그 시간대로 다시 되돌려놓긴 했으니,
어떻게든 파워스톤을 손에 넣은 로난이 노바 콥스를 원래 역사대로 해치우고 타노스가 비우고 간
우주의 패왕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4. 캡은 소울스톤을 되돌려놓기 위해 보르미르로 갔다면, 분명 레드스컬과 만났을텐데, 이미 과거의 야망
에 쩔어있던 슈미트와는 다른 모습의 레드스컬을 보는 캡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미 출현한
스톤을 다시 되돌려놓는 방법도 사실 뭐가 있는지 상상이 안되고... 아니라면 이미 실현한 소울스톤
그 자체를 레드스컬이 가디언이 되어 영원히 지킨다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5. 역시 가장 사람들 사이에 논란이 많은 마지막 늙어버린 캡틴의 귀환은... 사실 아직 모르겠네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든 다 말이 될 수도, 말이 안될 수도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헐크가 "분명 타임 스탬프"
를 통과했다, 라는 대사의 뉘앙스를 봐서 뭔가 다른 방법으로 준비된 포털이 아닌 다른 곳으로 현재
시간대로 진입한 뒤 모든 전투가 끝난 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 제일 말이 되는 거 같긴 한데.
어쨌든 아쉽습니다. 저에게는 아이언맨보다 더 크게 자리하고 있던 어벤져였던 캡의 마지막을 보는게
너무 슬펐네요. 마지막 엔딩에서 카터와 함께 춤을 추며 편안한 표정을 짓던 캡틴을 이제는 정말
보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숭고한 마지막을 거둔 토니 스타크와 꿈꾸던 마지막을 보내게 된 스티브 로저스,
그리고 누구보다 외로웠던 나타샤 로마노프까지, 영웅들의 마지막을 헌사와 존경으로 풀어준 MCU에도
깊은 감사를 표하며...
6. 이제 다음 세대는 어떻게 진행될런지 기대 반 우려 반이네요.
물론 개별 시리즈도 여전히 진행될 것이고, 어벤져스와 같은 팀업무비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판권에
묶여있는 스파이더맨보다는 역시, 코믹스에서도 리더급으로 표현되고 영화쪽에서도 강력하게 그려지는
캡틴 마블을 중심으로, 새로운 영웅들의 이야기도 많이 그려지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역시 판타스틱 4를 기대하고 있는데, 사실 폭스쪽 영화들은 아직 판권문제가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몰라서 다음 페이즈에 이들이 등장할지 안할지도 잘 예상이 안갑니다. 제작과
배급이 각자 다른 곳을 통해 진행된다는 건 이리도 불편하고 피곤한 일이네요.
...어쨌든 마블의 한 시대가 끝났습니다. 경쟁사인 DC/워너 쪽에서는 이 엔드 게임을 보며 많은 걸 느끼고
또 이에 못지 않은 세계관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보네요. 히어로 계열 뿐만 아니라, 몬스터버스든 다크유니버스든
고유한 세계관을 가진 모든 시네버스들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