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려주는 나의 주인님에 대한 이야기
제 이름은 휴대 전화. 주인님들은 부르기 쉽도록 우리들을 휴대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한 번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어요?
제가 만들어진 곳이라고 해야 하나 태어난 곳이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저는 한국에서 자랐습니다.
물론 친구들도 마찬가지이구요.
해외 친구들도 우리나라에 많이 놀러 와서 그런지 해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그런데 해외에서 태어난 친구들은요.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뭐라고 해야 하려나 개성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주인님들도 해외에서 태어난 애들은 다루기가 어렵거나 배려심이 없다고 그래요.
물론 그렇다고 저희들도 주인님께 자주 혼나요.
툭하면 화를 낸다. 불편하다. 툭하면 훌쩍 거린다.
주인님 잘못 만나서 주인님께 많이 혼나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그 친구는 너무 자주 울어요. 가끔 볼 때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들이 제일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새롭게 태어난 동생들이 너무 잘 생기고 멋있거나 혹은 너무 예쁘거나 귀엽거나 가끔 주눅이 들어요.
주인님들은 그런 애들 더 예뻐하기도 하고 더 잘 아껴주고 가꾸어 주고 그런 동생들을 만나면.
시대를 잘못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는요 저의 주인님 포함해서 여러 주인님들을 봤는데 전부 동생들인데
너무 예쁘고 귀엽거나 멋있거나 잘 생긴 곳에 같이 있었어요.
저의 주인님도 동생이랑 저를 번갈아 보면서 그 동생을 부러워하면서 저를 한심하게 보시더라고요.
순간 너무 서러웠습니다. 그런데 울거나 화를 못 냈어요.
그러면 주인님이 저를 버리거나 떠나실 것 같아서요.
저희도 나이를 먹듯이 주인님도 나이를 드시더라고요.
그런데 주인 잘 만나서 주인님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형이나 누나 혹은 언니들을 봤는데
정말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대부분 소문에 의하면 주인 잘 못 만나면 하루 만에 보육시설로 가게 되거나
주인님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도 주인님이 바뀌어도 그나마 다행일 때가 있는데요.
물론 서운하기는 해도 집에서는 주인님을 가끔 만나기도 하고 보살핌을 받기도 하고.
바로 주인님 가족들에게 입양이 되는 거요.
주인님이 새로운 동생을 데리고 오면서
저를 주인님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 혹은 동생에게 입양이 되는 거에요.
주인님의 부모님에게 입양이 되면 주인님을 닮아서 자식 같이 돌봐주시는데요.
동생들이면 초반에만 저에게 관심을 주다가 금방 싫증을 내고
그 때부터 애증의 관계가 시작이 되요.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그 정도면 다행이에요. 우연히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폭력을 당한데요.
바닥에 쳐 박히거나 뭐 이상한 거에 맞기도 하고 날아간 적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들 태어날 때는 전부 다 소중하게 태어났는데요.
(물론 그 중에서도 천재가 나오기도 하고 바보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저는 주인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간혹 주인님의 실수로 제가 바닥에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주인님은 저를 걱정해 주셨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 바꾸지 않으신 것도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능한 오랫동안 주인님과 같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있고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어요.
주인님께서 귀엽고 예쁜 동생에게 반하셔서
저를 돌봐주시는데 의무감으로 돌봐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역시나 주인님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고생 하시고 오랫동안 버티시다가 어느 날 집에 예쁜 동생을 데려왔어요.
그래서 저는 엄청 불안했어요. 혹시라도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하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마침 주인님의 어머니의 휴대폰이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제가 대신 입양이 결정이 되었어요. 그래도 다행이지요.
지금은 가끔 주인님을 집에서 봐서 서운한 것도 있지만 버려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인님의 어머니께서 주인님보다 더 잘 아껴주시고 챙겨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수많은 저의 친구들이나 동생들 형이나 누나, 언니들은 주인님을 잘못 만나서
혹은 잘 만나서 다양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 저는 참 행복한 주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여기에서의 인생도 제가 소설로 만드는 휴대폰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났을 때 어디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이며,
각자의 가정환경, 경제적 여유,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나 자신 또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변화 한 것은 없는지.
현재는 어디까지 오고 있고 과거에는 어디까지 왔으며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
그리고 마무리는 어떻게 도착해서 잘 마무리를 할 것인지도.
(여기에서의 인생은 기차에 비유하였습니다.)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지.
예쁘고 어리고 귀엽고 멋진 동생들, 혹은 친구들, 누나, 형, 언니. 그 이외의 여러 사람들.
그 속에서 혹시 나는 어디에 있으며,
나 자신에게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후회 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만약에 있다면 어떤 것을 후회하고 그 후회를 줄이려고 노력하는지.
떠나보낸 후회에 미련은 없는지. (여기에서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와 여러 감정들. 사랑 혹은 우정.)
마지막으로 나는 누구인지.
내 감정에 있어서 나는 과연 솔직한 사람인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사람의 인생은 후회로 시작해서 후회로 끝납니다.
하지만 그 후회 속에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후회와 도움이 되지 않는 후회는
가려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