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뤄진다! 가짜 서울대 학생인 고2 아들
늦은 결혼을 하여 살림밑천인 첫딸을 낳고,
연년생인 아들을 낳았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제왕절개로 녀석을 낳고 일주일 동안 상봉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남편이 가까이 다가와서
"여보! 딸이야? 아들이야?"
"응. 딸이야."
"뭐? 의사선생님이 다른 색깔 옷 준비하라고 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잘못 보고 그랬나?'
원망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래,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때!'
체념을 하고 며칠을 보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첫 면회를 갔습니다.
이름이 써진 아이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기저귀부터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덩그러니 달린 고추!
시어머님이 남편에게 딸이라고 해야 아이에게 좋다고 말을 했는데
산모인 나에게까지 숨겨왔던 것입니다.
3살,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걱정되어 2시쯤 데리려 갔습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아침부터 오후까지 기저귀를 하나도 갈아주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할 수 없이 아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
"아들! 쉬!"
안아주며 변기에 앉혔더니 한참을 누는 게 아닌가.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아들을 더 꼭 안아 주며 속울음을 삼켜야 했습니다.
5살이 되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소심한지 무대에 올랐는데 다른 아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아들 혼자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닌가.
결국, 멍청히 서 있다가 내려온 격이 되어버렸습니다.
6살이 되자, 성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나 뛰고 굴리고 힘들게 하는지 남자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배트맨이 유행할 때 보자기 하나 둘러쓰고 11층 베란다에 올라서서 뛰어내린다는 자세를 취했다가 경비 아저씨가 보고 뛰어 올라오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엄마보다 훌쩍 자란 키와 턱 벌어진 어깨,
턱수염이 나서 가끔은 면도까지 해야 하는 청소년으로 자랐습니다.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
공부가 뭔지 조금은 터득한 느낌입니다.
"엄마! 왜 이렇게 할 게 많아? 시간이 모자라."
"엄마! 우리 학교에서 1등 하는 애는 절대 못 따라 잡겠어."
"나는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못하겠어."
"엄마! 난 머리가 안 좋은가 봐."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엄마 옆에 앉아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어제는 저녁 늦은 시간에 들어서면서
"엄마! 배고파요. 오랜만에 라면 먹고 싶네."
"아빠가 끓여줄게."
남편이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아들의 조끼 위에 못 보던 게 눈에 띄어
"아들! 이게 뭐야?"
"엄만, 이것도 몰라?"
"뭔데?"
"서울대 뺏지잖아."
"이걸 왜 하고 다녀"
"엄마는 고등학생이라면 서울대 가는 게 로망이잖우. 그것도 모르셔?"
"아하! 그렇구나."
맞아!
'꿈은 가지는 자의 것이며 꾸는 자의 것이다.'
비록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목표를 정해놓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는 있을 것이라 여겨봅니다.
가짜 서울대학생인 우리 아들, 어떤가요?
늘 응원하는 고슴도치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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