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웹사이트에서 담배를 처음배운시기가 언제냐 라는 설문성 글을 보고 오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때 저는 하늘에 한가지 맹세를 했었죠.
아버지가 술과 담배를 하시면서(지금은 담배를 완전히 끊으셨습니다. 20년이 훌쩍지났죠) 가끔 안좋은 모습을 보이시는걸 보고
'나는 커서도 절대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리라!' 하고 결심했죠.
그러다가 커서 대학에 들어가 술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스리슬쩍 어린시절의 맹세중 하나를 철회했죠.
'아 그래 술을 안하는건 무리야. 신께서도 그건 이해해주겠지 하지만 담배는 건강에 나빠. 좋은게 없잖아.
담배는 맹세코 절대 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남자라면 반드시 해야할 피할 수 없는 의무.
국방의 의무!
그래서 화천 7사단에 갔고 거기서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훈련 3주후 나라에선 저보고 전경대로 가랍니다.
그때 쇼크를 먹었는데 그건 뭐 중요한게 아니고
그래서 전경이 되서 자대 배치를 받고 순조롭게 반년이 지났습니다.
전경은 복무 당시인 03~05에 파견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파출소나 경찰병력이 부족한 지방에 가서 2-3개월정도
딱지나 음주단속근무를 지원해주곤 했었습니다.
같은 소대원이나 타소대 섞여서 주로 2-3명이 가곤했는데,
비록 놀러가는건 아니고 근무의 연장이지만, 2-3개월이라도 힘든 훈련과 시위진압에서 벗어나
부대통제없이 지낸다는건 당시엔 손꼽아 기다릴만한 행운이었습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 드디어 저에게도 파견이라는걸 나갈 수 있는 군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좋고 행복하다는 파견.
좋은 고참이 걸리길 하고 바랬는데 다른 소대 고참이 섞여서 우리 왕고참, 다른소대 고참, 나
이렇게 셋이 파견을 나갔습니다.
잘지내보자 하고 갔기에 참 좋은 생활이 펼쳐질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중간에 낀 다른소대 고참이 존나 개객기였습니다.
부대에서 떨어져나가 서로 셋만있는데 왕고가 자리를 비우거나 없을땐 온갖 수단을 들어 저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었죠.
그러다가 어느날 일이 터진겁니다.
타소대고참
-니는 왜 담배 안피는데?
나
-원래 안피지 말입니다.
타소대
-ㅈㄹ 한다 시발롬아. 원래 안피는게 어딨노. 디질라고
나
-.....
타소대
-이제부터 너는 담배를 피우는거다. 알았나
나
-안피지말입니다.
타소대
-이거 또 개기네. 개념없이. 니 내가 말안했나. 중대 복귀하면 니네 왕고는 이제 똥이고 우리 라인이 실세라고
-남은 기간동안 군생활 X같이 지내보고 싶나?
나
-그래도 안피는건 안피는거지 말입니다.
타소대
-그래. 니도 성질 있다 이거지? 오늘 담배필때까지 함 보자 피나안피나
그리고 피울때까지 맞았습니다.
대략 굴복한 시간은 세시간.
세시간동안 맞고 버티고 버티다가..(솔직히 엎어버릴까 싶기도 했는데 기수 차이가 넘사벽으로 나기도 했고, 그놈 말대로 돌아가면 그놈기수가 실세라 그냥 이를 악물었죠)
결국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담배를 피웠고
그때 이후 파견기간동안 그놈이 보는 앞에서 계속 담배를 피워야만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원체 안피던 터라 피우는 양은 하루 세가치.(술마시면 늘어나지만..)
아.. 아무튼 생각하니 또 그러네.....
양동근 이 개객기야 잘먹고 잘사냐?
(그 놈이 양동근 닮았음. 아 물론 전 양동근 배우는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p.s- 나중에 양동근이는 자기 성질을 못이기고 왕고에게 개겨서 왕고와 1:1을 뜨다가 파출소장님에게 걸려서 욕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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