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날 판타지16을 끝냈습니다.
모든 서브퀘 + 현상금 몬스터까지 클리어했으니 알차게 즐겼다고 할 수 있겠네요.
최종적으로 소감을 남겨 봅니다.
파판16이 메인으로 내세운 게임성은 2가지입니다. 전투와 스토리.
이 2가지에서 압도적인 경험을 느끼게 해줬다면 전 파판16을 저의 걸작 대열에 합류시켰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투는 성공했지만 스토리는 성공하지 못했네요.
다른 시스템이야 어차피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니 메인 게임성이 압도적이라면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결국 다른 부가적인 부분도 단점이 많이 느껴지게 됩니다.(서브퀘 부분이라던지...)
그래서 걸작까진 아니지만 파판 시리즈 중 5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 선에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파판16은 전투와 스토리에서 유저가 넘기지 못하고 봐야 하는 방대한 컷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기나긴 컷신이 유저에게 지루하지 않고 재미로 다가오려면 압도적인 전투 경험과 스토리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저 긴 컷신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장 비슷하게 성공한 게임 예로는 [갓 오브 워](북유럽) 시리즈가 있겠네요.
스토리를 먼저 평가하자면, 초중반에 매우 흥미 있었으나 바하무트 전 이후로 급격하게 흥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초중반은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와 스토리를 펼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고, 저마다 욕망을 드러내며 서로 부딪히는 과정이 흥미진진하죠.
하지만 후반부에는 인간을 넘어선 '초월자'들의 스토리가 이어지며 저의 공감을 느끼게 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할 말만 늘어놓고 있는데 이런 옛날 게임의 상투적인 클리셰를 많이 경험한 유저 입장에서는 긴 컷신 동안 저 개소리 언제 끝나나...라는 감상밖에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그 전개를 뒤집는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갓 오브 워]의 스토리가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다 신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라는 일관적인 키워드로 말이죠.
파판16도 초중반의 인간군상 이야기 컨셉으로 후반까지 끌고 갔으면 훨씬 공감하기 쉬운 스토리가 되었을 겁니다.
그냥 상투적인 세계 정복을 노리는 욕망 많은 악당이 흑막으로 나타난다는 식으로만 되었어도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후반부 이야기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로 전개되며 서브 퀘를 포함한 다른 이야기의 가치를 낮아지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런 전개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유저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기에 스토리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메인의 한 축, 전투에서의 경험은 정말 압도적이란 말이 아쉽지 않을 정도의 경험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타이탄, 바하무트, 라스트 보스, 이 3가지 전투 경험은 제 게임 인생에 상당히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보스전을 떠나 베히모스나 드래곤 등도 정말 재미있는 패턴을 보여주고 파훼하는 재미가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전투에서 이어지는 컷신들은 길어도 넋을 잃고 보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저 전투 경험만으로도 간만에 이렇게 잘 만들어진 파판 시리즈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후반부에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스토리 컷신에 벗어나 현상금 몬스터를 찾아 사냥하고 시련에 도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인 부분이지만 모든 마을에 전력 질주만 가능하게 하는 사소한 개선점만 있었어도 유저가 체감 상 느끼는 단점은 크게 줄었을 거라 보네요.
결론적으로는 파판16은 아쉬움이 남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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