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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소감 -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스포) (8) 2019/05/31 AM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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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계속 뇌리에 남아 곱씹게 되는 마력이 있는 영화에요.

이 영화를 보고 뭔가 불편한 감정이 계속 남더군요.

그 부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1. 권선징악 결말이 아니다.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마지막에 심판을 받고 피해자는 보상을 받는다. 이게 일반적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범죄영화의 결말이죠. 하지만 기생충에서는 피해자들은 가정이 파탄 난 채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범인은 열린 결말이지만 여지를 주고 끝나고 맙니다.

 

이런 영화는 기본적으로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죠. 살인의 추억도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기생충은 더욱 심한 이유가 있습니다.


 

2. 선악구도가 일반적인 영화와 다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많이 가진 자vs아무것도 없는 자]의 선악구도를 연출할 때는 대부분 부유층을 악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족의 사랑은 없거나, 도덕심이 해이하거나, 큰 부정을 저지르거나. 반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는 그래도 올바르고 역경을 이겨내 이런 자를 처단하는 역할을 맡죠.

 

이런 구도가 많은 것은 대부분의 영화 관객인 서민층-부유층에 많게는 열등감, 적게는 부러움이나 시기심을 느낀-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생충은 이런 구도가 완전히 반대에요. 부유층은 착하고 예쁜 동화와 같은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위로 압박하는 모습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게 갑질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죠.

 

반면 주인공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빈곤층은 이 부유층을 속이고 빌어먹기 일수입니다. 나도 돈만 많았으면 착했다라는 변명을 입에 달고요. 또 다른 기생충 집안과는 돕는게 아니라 아귀다툼을 벌이고 서로 상잔하죠.

 

근데 영화는 이 구제할 도리가 없는 빈곤층 가족들을 현실적이면서 재미있고 친숙하게 묘사해 관객들을 공감하게 만듭니다. 나도 저 상황이었으면 저렜을지도 몰라 하고 말이죠. 보는 사람이 송강호 가족들과 비슷할수록 더 공감하기가 쉽겠죠.

 

 

3. 묻지마 살인범을 이해하고 만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 역은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입니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해 가족을 책임지지도 못하고 아무런 계획도 없죠. 그리고 그 본성은 마지막에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자기 가족들을 죽이려는 범인 앞에서 주인공은 분노하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딸을 잡고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 범인에게 분노해 몸으로 막고 덤벼서 해결한 것은 엄마 쪽이에요. 그런데 정작 주인공은 모든 사건이 끝나고 범인의 냄새를 못 견뎌 하는 사장에게 분노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가족이 살해당한 분노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열등감이 폭발해 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이 사건은 최근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는 묻지마 살인을 연상케 합니다. PC방 살인 사건이나 노인이 아무 연고도 없는 가족들을 살인한 사건 등우리가 저 사건들을 뉴스로 접할 때 어떻게 반응했죠? 세상에 미친 놈들 많네. 아무리 열등감이 심해도 저런 짓을 하냐, 이해가 안 간다…. 등등.

 

근데 문제는 앞에서 말했듯이 영화가 앞에서 이 가족의 입장을 공감하게 연출해왔단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의 심정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거부하게 되는 상황에 오고 만 겁니다. 저런 살인범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다니 있을 수 없어! 하고 말이죠. 전 그게 이 영화가 의도한 불편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이런 식으로 관람 후 하루동안 든 생각을 정리해보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바로 직후 제 감상은 간단했습니다. 영화의 주제를 송강호가 역설적으로 직접 설명해주거든요. 복잡한 해석을 굳이 할 필요 없이 이 말 하나면 충분한 것 같아요.

 

계획 없이 사는 인생은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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쌕보이    친구신청

작품성이 좋아도 취향에 안맞으면.. 세븐이나 살인의 추억 보고 찝찝해서 이런 부류는 거르네요..

파라시아    친구신청

저 가족의 계획은 완벽했죠 ㅎㅎ
남에게 피해주고 살면 망한다가 적당할 듯..


전 정말 너무 재밌게 봤고 보고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되더군요.
상받을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티림.팟찌    친구신청

전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이나 클리셰가 나오는 영화를 극혐하는데

이해하기 힘든 정도의 뻔뻔한 인간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을 억지로 더 꼬여서 고조시키는 긴장감.
아무 죄 없는 아이를 힘들게하기.

이런 것들인데.... 이 영화에는 다 나오더군요....=_=;;
게다가 빌어먹을 이과 출신이라 그런가 이해못할 설정들만 수두룩......
왜 내 돈 주고 내가 싫어하는 클리셰들을 봐야 하는지.... 싶었습니다...;

빈센트보라쥬    친구신청

봉감독이 이영화에 악인이 안나온다고 했는데 무슨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음 ㅇㅇ
선악도 없고 단지 빈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있었음


상생이냐 공생이냐 기생이냐 어차피 한끗차이.

김꼴통    친구신청

"걍 사는게 비극이지 뭐 별 거 있나" 이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인과관계없는 일이 부지기수고 이 영화는 그걸 잘 표현한거 같음.

크라프트베르크    친구신청

기생충이 불편하신 분들의 이유는 명확한거 같아요.

이 영화에는 뭔가 마음 둘만한 캐릭터가 없어요

영화 다보면 되려 부자한테 연민이 가는듯 하면서 빈자들에겐 그런 구석은 하나도 없고

게다가 다 보면 뜨겁게 마음을 지피는 영화라기보단 드라이아이스처럼 차갑게 식는 영화라서 더 그런거 같아요

그래도 결말은 살추급으로 멍때리면서 봤네요

계왕권    친구신청

계획없이 사는 인생은 망한다라... 제가 생각한 해석과는 완전 다르네요
이 영화는 계획을 세울 희망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세상을 표현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계획없이 망한 아버지 헛된계획을 세워보는 아들...

큐로비트    친구신청

송강호는 계획을 세우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실패할때 마음 고생도 할 필요가 없다. 고로 계획 없이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 말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이지 않을까 하네요. 마이피주인장님 말씀대로 묻지마 살인에 대한 해석도 있을 수 있겠고... 가난의 되물림에 대한 시각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 계획없이 살고 우발적인 상황이 왔을때 감당해야 할 현실은 오로지 자기자신과 주변인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인 아들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그 집을 사기 위한 계획을 짜는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죠... 결국 실패하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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