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할 만큼 했고, 지지자들도 할 만큼 했습니다.
뭐 어쩌겠나요? 이것도 민주주의의 일환인것을.
다만 역시, 대통령 직선이 도입된 이래 이 정도로 선거운동에 문제가 많았던 후보가 있었나 싶습니다. 토론회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일관, 밑도 끝도 없는 네거티브, 토론 및 인터뷰 회피... 선거운동 하나만 봐도 민주주의의 퇴보가 아닌가 합니다. 최근에 사면된 머리가 퓨어하디 퓨어한 어떤 양반도 선거운동을 이 따위로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제 개인적으로 이재명이 이번 선거에 되어야 했던, 되기를 바래야 했던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쓸모가 없어졌지만요.
1. 기껏 삽을 뜬 검찰개혁이 도로 헛수고가 될 여지가 크다고 봤습니다.
공수처 얘기가 처음 나온 게 상당히 오래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연하지만, 공수처가 존재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결국 검찰 때문이고요.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모든 권력집단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힘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되어있는데, 이것이 가장 안되어있는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검찰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검무죄 무검유죄 이런 말들이 유행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결국 모두 검찰입니다. 검찰이 괜히 적폐 1번지로 불린 게 아니죠.
검찰에 자정작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참여정부 때 판명이 났고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한번 더 기회를 준 게 문재인인데,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문무일과 윤석열은 그 기대를 아주 제대로 저버렸다고 봅니다. 시간만 끌고 아무것도 안하거나 혹은 도마뱀 꼬리자르기 정도로 생색만 냈을 뿐이죠. 특히 윤석열은 자기도 말했지만, 스스로가 "사람에 충성하지는 않지만 (검찰)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을 사랑하는" 자입니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문재인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거고요.
그래도 어떻게든 공수처를 시작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조국과 추미애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불도저형 업무추진 스타일인 추미애를 법무부 장관에 앉힌 건 어떻게든 공수처를 시작하게 하려 했던 문재인의 의지였다고 보고요. 둘 다 공수처 추진에 따른 과도한 피해자가 되었다는 게 제 일관된 주장입니다. 둘 다 선출직 공무원으로서는 흠결이 있다고 보나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특히 조국은 언젠가는 재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이번 결과로 그 시점은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 다음 정권이 문재인의 부동산 정책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기 대통령 집권 시에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집값은 어느정도 선에서는 잡힌다고 봤었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문재인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으나... 문재인정부가 쏟아부은 물량이 차기 정부 때 풀리는데 금리까지 꾸준한 상승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여론은 전임이 아닌 해당 시점의 대통령의 공적으로 분류하게 될 것이니 말이죠.
부동산 전문가(유튜브 등에서 자칭 전문가로 떠드는 양반들 말고요...)들 상당수의 의견을 보면, 결국 대통령이 시행한 부동산 정책의 결과는 대부분 다음 대통령 때 판명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요.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게 박근혜 시절인데, 그 표현이 유행한 이유는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부동산도 오르고 물가도 오른다. 뭐 이런 것으로 기억합니다. 박근혜 때 그럼 왜 집값이 올랐냐... 결국, 리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이 주도했던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문제는 박근혜는 그에 대한 대처를 단 하나도 안했다는 거지요. 전월세 오르니까 차라리 집 사라고 홍보를 하고 돌아다녔으니 뭐... 가뜩이나 저금리 시대에 아무것도 안하니 이게 문재인 때 터져버린 거라고 봅니다. 물론, 문재인정부 또한 아쉬운 대처로 "냅두면 2억 오르고 말 집을 2억 더 오르게 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겠습니다만. 문재인 또한 최근 기사에서 대규모 공급이 너무 늦었다고 후회했고요. <관련기사>
3. 현재의 세계 정세가 너무 격동적입니다.
본격적인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러 사이의 갈등이 가면 갈 수록 본격화되고 있고요. 이럴 때일 만큼, 조금이라도 세계적인 추세를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외교의 경우 한 번 도장을 찍어버리면 되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성이 너무 큽니다. 우린 이미, 머리 속이 텅텅 빈 리더를 뽑았다가 자기 치적이랍시고 피해자의 의견을 무시한 위안부협정에 덜컥 사인을 해버린 전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걸 해결하는 건... 사인을 하면 안되는 건을 해버린 거죠 뭐. 바라건데, 제발 5년동안 이런 사고 안치길 바랄 뿐입니다.
앞으로의 예상을 몇 가지 나열해봅니다.
# 상당히 시끄러워질 겁니다.
이건 뻔하죠. 이준석과 안머시기 사이의 갈등, 문재인에 대한 정치보복 여부, 언론노조와의 갈등. 산적해 있는 문제는 이재명보다 훨씬 많고요. 거기에 자기 발언과 공약을 스스로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냐... 뒤엎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나온 공약들이란 게 명확하니 말이죠. 다만 공수처를 분명히 없애려고 할 텐데, 얼마나 순탄하게 진행될 지 모르겠군요.
# 문재인의 정책이 얼마나 뒤집힐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명박이 집권하면서 말로는 참여정부의 정책 중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겠다, 라고 했었지만 립서비스였고, 실제로는 "ABR"(Anything But Roh)이 실행 기조였다는 사실은 유명하지요. 그 바람에 노무현이 신경써서 만든 각종 매뉴얼까지 모두 창고로 들어가 버렸다는 소리가 있었고요.
그런데 윤석열에 대해서는 얼마나 그렇게 할 지 모르겠습니다. 선거운동을 네거티브로만 일관해서, 아직까지도 그의 정체성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ABM"이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이명박처럼 완전히 부인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 정의당의 미래는 불투명해졌습니다.
제가 정의당에 대하여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정의당은 거대 양당보다 훨씬 심한 계파정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입니다. 뭐, 강성진보만큼 답정너가 큰 집단을 찾아보기 어렵기도 하고요. 이걸 통합까지는 아니어도 어떻게든 규합시킨 것이 노회찬과 심상정 콤비라는 말도 들었고요. 두 사람이 디테일한 성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게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이라고 봤기에,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정의당이 과연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예전부터 있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하나 남은 심상정마저 2선으로 물러납니다. 심상정의 뒤를 이어줄 빅 페이스도 현 시점에서는 없고요. (아, 입만 끈덕지게 살아있는 진중권씨같은 케이스는 남아있긴 합니다)
다음에 내려간다면 이제서야 부랴부랴 짓는거+박살난 출생률 빨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