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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뮈리엘 바르베리의『맛』- ‘맛’을 잃어버린 ‘나’에 대하여 (2) 2014/04/19 AM 11:28

‘맛’을 잃어버린 ‘나’에 대하여

뮈리엘 바르베리의『맛』

뮈리엘 바르베리의『맛』은 미각과 관련 된 멋진 작품들 중 하나일 겁니다. 사실 미각은 다른 감각들보다 묘사하기 어려운 데가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주관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사된 바는 아니지만, 미각은 다른 감각들에 비해 호불호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제각각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대해 연구가 있다면 알고 싶네요.) 때문에 ‘맛’에 대해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공감할만한 다른 기준을 제시해야합니다.

때문에 ‘맛’의 묘사는 철저히 다른 감각들에 의지합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 기억나시나요? 그 만화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시각적, 청각적 표현에 굉장히 많은 씬을 할애합니다. 과도한 면이 있어 오히려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지만, 미각에 대한 묘사가 다른 감각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좋은 예입니다.

그러나 다른 감각에 대한 의지가 지나치거나 너무 도드라질 경우,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 소설은 그러한 문제에 대해 영리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납득시킵니다.

하나의 음식은 시각, 후각, 그리고 물론 미각에서 기쁨을 줘야 하지만 많은 경우 요리사의 선택을 좌우하고 요리의 향연에서 큰 역할을 하는 촉각에서도 기쁨을 줘야 한다. 청각이 이 원무에서 약간 뒷전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먹는 일은 소란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맛보는 일에 동반되는 모든 소리는 그것에 참여하거나 그것을 방해하므로 식사는 분명히 근육 운동 감각적인 것이다.

-뮈리엘 바르베리, 홍서연 옮김,『맛』, 민음사, 2011, 46쪽.

이처럼 뮈리엘 바르베리는 ‘음식’이 맛뿐만이 아닌 다른 감각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정의합니다. 이 정의로 인해 모든 음식에 대한 묘사는 ‘공감각적’이어도 될 합당한 이유를 가지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합당한 이유에서 자유를 찾은 묘사는『맛』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거기에 미각을 표현할 때 단순히 감각적인 묘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법을 통해 대상을 정의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를 테면 빵은 ~이다, 라는 식이죠. 이를 통해 모든 묘사는 단지 묘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깊이를 갖습니다.

이야기 면에서 볼 때,『맛』은 오슨 웰즈 감독의 영화 ‘시민 케인’을 연상시킵니다. 모든 부와 명예를 지니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주 오래전에 잊어버린 순수함이다, 라는 주제가 그렇습니다. 타인의 취재와 자신의 회상이라는 점에서 다루는 방법은 다르지만, 과거로의 회귀가 기본 구성인 것도 그렇고요.

사실 여기서 이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다른 작품들의 영향이 너무 드러나는 나머지 맥이 빠지는 독자도 있겠고, 오히려 ‘맛’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러한 주제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할 독자도 있겠죠. 저는 전자였습니다.

결론을 내려 볼까요. 이 소설의 제목은 ‘맛’이고『맛』의 가장 큰 미덕도 ‘맛’입니다. 그리고 특출 난 미덕에 대한 존경은, 가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속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별로였지만 멋진 작품인 건 맞네요.

사족: 이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큰 문제였던 점은, 제가 소설에 나오는 여러 요리와 재료들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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