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한번도 애니리뷰를 써본 적이 없는데, 블루밍블라썸집필위원님께서 작성하셨던 심층애니리뷰를 보고 이런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리뷰는 신세계에서를 아직 보지못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리뷰보다는 이미 본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하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스포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아직 안 본 사람은 보더라도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신세계에서는 원작이 SF 소설이지요. 2008년 제29회 일본SF대상을 수상하였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인정받는 작품. 우리나라로 치면 장르소설입니다. 일본의 오덕문화인 라이트노벨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말은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이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오직 10덕후들을 상대로 만들어진, 스토리라고는 없는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연출에서도 불필요하게 덕덕스런 연출(갑자기 옷이 벗겨진다거나 쓸데 없이 노출을 하거나)도 없구요. 약간 성적인 묘사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스토리상 필요한 부분에서 필요한 만큼의 최소한만 보여주었습니다.
(아 아래부터는 스포가 있어요)
신세계에서의 배경은 갑작스럽게 인류에게 초능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로인해 사회 질서가 무너져 결국 인류는 스스로를 멸망시킬 위기에 처한 사회입니다. 영화 "혹성탈출"과 배경이 비슷하지만 신세계에서의 다른 점은 인류가 초능력이라는 통제불가능한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문명이 파괴된 후 인류는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일본 전국시대 정도의 농경사회에서 초능력에 크게 의존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신세계에서의 흥미로운 점은 인간만큼의 지적수준을 가진 다른 종족(괴물쥐)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사키는 어렸을 때부터 괴물쥐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갖습니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생겼는지, 다른 종들과는 다르게 어떻게 인간만큼의 지적수준을 갖고있는지도 의심합니다. 다른 인간들은 그저 생김새만을 보고 짐승취급하는 "괴물쥐"를 사키는 인간과 "동일시(아래 주석 참고)"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돼지를 인간과 조금이라도 동일시하게 된다면, 불판에 삽겹살을 굽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신세계에서의 마을사람들이 괴물쥐를 쉽게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외형(생김새)" 때문이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괴물쥐들은 인류와 동등한(사실상 인류이기 때문에)지능을 지녔고 스토리 후반부에서는 인류 이상의 기술을 갖게 됩니다. 그들 또한 그들만의 전통과 문화가 있구요. 스퀴라(괴물쥐 대장)가 후반부에 여왕 괴물쥐를 제압하고 자신이 군주의 자리로 올라가는 과정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인류만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어미를 죽일 수 있지요. (사마귀 같은 것은 원래 그런 생물이므로 논외) 사키 또한 스퀴라가 여왕 괴물쥐를 억압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데, 이는 단순하게 스퀴라의 잔인함에 대한 경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괴물쥐가 인간과 너무 흡사하다는 사실에 대한 사키의 무의식적인 경계도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결국 괴물쥐들은 지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인간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보려하지도 않고 또 그렇기에 알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삼겹살을 구워먹는데 돼지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안하는 것처럼. 마을사람들은 괴물쥐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외형만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신세계에서는 외형과 본질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마리아와 마모루의 딸이 자신을 괴물쥐라고 생각하는 부분이지요. 그녀는 분명 인간이지만 자신의 생김새를 보지 못했고 괴물쥐들만을 봐왔기 때문에 자신을 괴물쥐라고 생각합니다. 늑대소녀가 생각나더군요. 그녀의 경우에는 스퀴라와는 반대로 오히려 외형은 인간이지만 본질은 짐승에 가까웠습니다. 언어를 구사하지도 못하고 합리적인 사유가 불가능한 그저 눈 앞의 적을 죽일뿐인 짐승. 겉은 괴물쥐이지만 속은 완전히 인간인 스퀴라와 그녀의 대조되는 구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외형과 본질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사키는 괴물쥐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습니다만, 이는 다른 마을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이렇게 정담을 주지 않은 체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신세계에서를 보면서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사람들은 개가 맞아죽는 것은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뭇가지를 부러트리는 것은 서슴지 않을까? 혹은 왜 프랑스인들은 개고기는 잔인하다고 하면서 말고기는 맛있게 먹을까?
저는 그 답을 인간이 대상이 되는 생물과 인간 간의 동일시를 얼만큼하 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나뭇가지를 아무렇지 않게 부러트릴 수 있는 것은 "나뭇가지와 인간은 거리가 멀다(동일시가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쉽게 개의 다리를 부러트릴 수 없는 이유는 "개와 인간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입니다.(동일시가 크다) 가끔 개의 다리를 마구 부러트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개와 인간(자신)의 동일시가 적은 것이고, 같은 인간을 즐거움을 위해 살해하는 싸이코패스의 경우 다른인간과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물권(동물이 누려야할 마땅한 권리)을 보호하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이러한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물과 인간을 상당히 동일시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인간과 다른 생물간의 동일시는 어디까지가 적절하다"라는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동일시(Identification)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자신의 정체성에 융합시키는 과정.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 또는 사물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을 의미하지만, 정신분석학적 용례로는 강한 심리적 유대를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속성에 동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글은 Fountain문화콘텐츠웹진 "도서관"님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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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죽기 따악~ 좋은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