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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따스한 파란색의 의미 (2) 2014/07/12 PM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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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소녀, 사랑에 물들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 자리잡고있는 문구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푸른 머리를 한 엠마에게 사랑에 빠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칸 영화제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정사장면을 담으며 심사위원들을 놀라게하고, 레아 세이두 외에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캐스팅임에도, 또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에게 있어서 첫 경쟁부문 진출작임에도 불구하고 13년도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된다.

 튀니지계 프랑스 이민자들의 삶을 요리와 식(食)에 빗대어 그려낸 영화 <생선 쿠스쿠스> (비단 그들의 삶 뿐만은 아닐 것이다.) 와 사라 바트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검은 비너스>를 통해서 국내에도 어느정도의 인지도를 쌓았던 압델라티프 케시시는 쥘리 마로가 쓴 <파란색은 따뜻하다>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각색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13년도 칸 영화제에서 스티븐 소더버그, 알렉산더 페인, 미이케 타카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짐 자무시, 제임스 그레이, 니콜라스 윈딩 레픈, 파올로 소렌티노, 로만 폴란스키, 프랑수아 오종, 지아장커, 아시가르 파르하디, 아르노 데스플레샹과 같은 쟁쟁한 거장들과,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과 같은 작품들을 제치고 열광적인 환호속에 황금 종려상을 거머쥐게 된다. 

 어느 부분에서는 제작과정에 있어서 논란도 있었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황금 종려상을 준 이유가 13년 당시 프랑스의 동성애 혼인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혼인 합법화라는 큰 이슈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들어가서라고 심사기준에 대해 딴지를 거는 일도 있었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말할나위 없었기 때문에 상 받을만한 작품이 받았다는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방황하는 청소년기. 미라보의 소설에 나오는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사랑'을 알지 못하던 아델에게 불시착한 사랑은 어떤 사람들보다도 다르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서 총 3시간의 러닝타임동안 보여주는 아델의 삶의 일부분에서 우리는 사랑을 느낀다. 사랑의 다른 측면.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푸른색이지만, 총천연색으로 빛나며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게되는 아델의 뒷모습. 애정으로 보내는 응원이 남게 된다. 그 응원은 곧 영화를 다 본 자신에게도 보내는 인사가 될 것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올 해 무삭제 개봉된 사실은 일명 '다양성 영화'의 팬들이라면 충분히 반겼을 소식이다. 장장 40여분에 이르는 노골적인 레즈비언 섹스신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지만, 인식의 개선은 충분히 반길 일이다. 헌데, 이 영화의 수위를 뛰어넘는 라스 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 불륨1&2>의 경우엔 지금 현재 무삭제 블러처리로 편집과정을 거쳤고, 퀴어영화계에 있어서도 엄청난 수위의 게이 섹스신으로 다분히 화제가 되고있는 영화 <호수의 이방인>은 어떻게 개봉될지 궁금해지기도 하는 바이다. 특히나 후자의 경우, 사정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담는 등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가 담겨져있었는데, 외설이 될지 예술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에서 '블루'가 눈에 띄듯이, 이 영화는 색을 주제로 한다. 영화의 중후반부에서 달라지는 엠마의 머리색부터 색의 향연은 시작된다. 영화 내내 종횡무진 아델이 가는 곳마다 그녀를 감싸는 '파란색'은 어디까지나 그렇듯 사랑의 흔적이다. 엠마의 흔적이 그녀에게 남겨져 시종일관 그리움에 사무치도록 만든다. 특히나, 반짝이는 바닷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파란색의 감옥'에 갇힌 아델의 모습은 영화의 백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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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색의 엠마의 그림이 피카소의 미술관의 변천사를 따라서 흘러간다는 주장이 있다. 피카소가 청색시대에서 장밋빛시대로 옮겨갔듯이, 엠마의 그림도 청색톤으로 대표되는 연작을 그리다가, 늦은 밤 아델을 아파트에서 내쫓을 무렵에 아파트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은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 계열로 톤이 달라져있으며, 그 시점 뒤로 엠마의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그림톤은 대부분 붉은색 계열로 칠해진다. 이는 피카소의 장밋빛 시대로의 변화와 일맥 상통한다는게 그 의견이다. 덧붙이자면, 사실상 피카소의 청색시대는 슬픔. 즉 피카소의 깊은 우수가 담겨진 테마다. 그는 비로소 행복해졌을 때에야 장밋빛 시대로 넘어가는 그림을 그렸다. 이정도면 단순히 테마만 따온게 아니라, 영화가 그 속성까지 완벽히 적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엠마와 아델의 점점 소홀해지는 관계의 모습이 청색이었다면, 새로운 연인 리즈와 함께 지내며 전시회도 열게되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보이는 엠마의 이후 모습은 피카소의 장밋빛 시대의 속성과 맞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색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전작인 <생선 쿠스쿠스>에서도 그랬듯이, '먹는'행위에 대한 고찰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한다. 영화 내내 입이 매우 부각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전반부에서 중후반부까지 쭉 아델은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식은 곧 욕구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먹는 장면 전후로 무슨 장면들이 나왔는가 보면 굉장히 섹슈얼하기도 하다. 아델과 엠마의 파격적 정사장면 전후로는 각자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 담겨지는데, 심지어는 식사장면 뒤 정사장면에서도 구강성교가 이뤄지기도 하니, 이 영화는 충분히 입을 통해서도 그 영화적 언어를 다분히 다지고있다. 다시 이전의 말을 빌려, 먹는 행위는 곧 욕구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먹는 모습을 통해 사랑을 은유하기도 한다. 사랑이 활발한 정서상황에서는 곧 먹는 행위도 활발히 이뤄진다. 게걸스럽게 무언가를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이던 아델이, 슬픔에 잠기고 근심에 빠졌을때는 아무것도 이전만큼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엠마의 아파트에서의 일이 일어나기 전 무렵에는 다시금 활발히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아델이 집에서 엠마의 친구들이 모두 방문한 파티의 음식을 만들던 장면을 보면, 그 두사람의 사랑의 관계가 소홀해졌다는걸 아델이 그토록 좋아하던 스파게티를 잘 들지 않는다는 것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색의 영상미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아름답게 클로즈업되는 아델의 입술을 보고있노라면, 미성숙한 그녀의 사랑이 완전한 성숙의 과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녀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제는 <La vie d'Adele - Chapitres 1 et 2>로, 직역하자면 <아델의 삶 - 챕터 1 & 2>정도가 된다. 영화는 아델의 삶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삶을 3시간짜리 영화로 보면서 그 길지만 짧은 삶의 3시간동안 쌓이는 느낌의 층위들은 곧 아름답게 반짝이는 파란색의 미장센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나의 일부가 된다. 제 아무리 멋드러진 철학과 고찰이 담기더라도, 공감되지 않는다면 보는 이들에게 혼합되지 못하고 다분히 개인주의적인 이야기가 되버릴 수 있다. [라스 폰 트리에 <님포매니악>같은 경우가 그런 경향이 있다. 다만 이 작품은 감독 본인의 필모그래피라는 아주 기막힌 배경과 접점과 함께 감상해야하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나는 다른 트집 없이 배꼽잡아 웃기만 한다.] 그런 면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가히 엄청난 힘을 가진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동성애라는 특수한 소재를 다루면서, 그 소재의 '특수성'보다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보편성'을 선택해 극대화하여 각색한것이, 어찌보면 아쉽기도 하지만은 충분히 옳은 선택이었다. 파란색이 갖는 의미는 그 색 자체가 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움의 시간이 될 것이다. 흘러가는 물은 언제나 시간의 속성을 띄고 있으니 말이다. 참 아름다운 영화다. 그리고, 파란색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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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꾸세루    친구신청

저는 별로..동성애라는 부분만 지운다면 여타 그 사랑의 열병을 다룬 숱한 영화와 뭐 그리 차이가 있는지..하는 생각입니다. 별로인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특별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개취겠지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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