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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샤이닝> (1977)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은 1947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67살 쯤 되었을 거다. 스티븐 킹은 젊은 시절 알콜중독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전업작가로 밤 늦게까지 글을 쓰면서, 매일 밤마다 맥주 한 박스를 해치웠다고 한다. 하루는 자기 집 분리수거 봉투에 가득 담긴 빈 맥주 캔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맙소사, 내가 알콜중독이구나”
알콜중독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알콜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당시의 스티븐 킹도 그랬다. 거기에 스티븐 킹은 약물중독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었던 셈이다. 하다못해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장에서도 정신없이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스티븐 킹이 이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아내 덕분이다. 그녀가 어느날 “술과 약물을 끊던지, 아니면 집에서 나가라!”고 엄포를 놓은 것. 그 덕분인지 스티븐 킹은 술을 끊었지만 지금도 술 마시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식당에서 술잔을 앞에 놓고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을 보면 가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단다.
“빨리 마셔! 왜 술을 안 마시고 꿈지럭 거려!”
폐쇄된 호텔을 관리하러 오는 가족
스티븐 킹의 1977년 작품 <샤이닝>의 주인공 잭 토랜스도 작가이면서 알콜중독자다. 젊은 시절의 스티븐 킹과 잭 토랜스는 비슷한 면이 있다. 술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하다. 그래서 둘 다 술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술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이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다가 전업작가가 된 것처럼, 잭도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었다.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실패한 작가도 있다. 잭 토랜스 처럼.
<샤이닝>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커다란 호텔에 잭과 그의 가족 (부인과 아들)이 호텔을 폐쇄하는 겨울 동안 관리를 해주러 온다. 손님이 없는 그 기간동안 잭은 호텔을 관리하며 소설을 한 편 완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호텔은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전임 관리자가 자신의 아내와 두 딸을 죽이고 스스로 자살해버린 것. 잭은 호텔에 와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글은 나오지 않는다. 그 안에서 잭은 조금씩 미쳐간다. 폭설 때문에 고립된 호텔 안에서 가족들은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전화도 끊겼다. 커다란 호텔은 폐쇄공포증을 유발하는 장소로 변해버린다.
잭의 5살 된 아들 대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예지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가리켜서 ‘샤이닝’이라고 한다. 대니는 이 호텔 안에서 자신의 가족이 망가지고 파괴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의 느낌은 조금씩 현실로 바뀌어 간다.
영화로 제작된 스티븐 킹의 작품들
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들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저리> 등 모두 스티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흔히 스티븐 킹을 ‘공포소설의 대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으면서 초자연적인 공포를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의 영화들을 보면서 공포를 느낄까.
<스탠 바이 미>는 요절한 리버 피닉스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티븐 킹은 이 영화에 대해서 “약물 때문에 스스로 인생을 망친 리버 피닉스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샤이닝> 역시 영화로 만들어진다. 감독은 그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주연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제대로 미친놈 연기를 보여주었던 잭 니콜슨 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눈 덮힌 외딴 호텔의 모습과 그 안에서 뛰어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대니의 모습을 스테디캠(Steady Cam)을 사용해서 연출해낸다. 지금도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고전이자 ‘스테디캠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다.
반면에 스티븐 킹은 이 영화를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스티븐 킹은 영화로 만들어진 자신의 작품 베스트 10을 선정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도 <샤이닝>은 포함되지 않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샤이닝>의 후반부를 원작과 많이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미쳐가는 잭 토랜스 보다도, 호텔객실에서 망령을 보며 부엌칼을 들고 혼자서 주절거리는 대니의 모습을 강조했다.
까다로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성향 때문인지,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도 생애 최다의 NG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무튼 한번 상상해보자. 눈 덮힌 외딴 호텔에 자신이 갇혀있다. 폭설 때문에 외부로 나갈 수 없고 전화도 불통이다. 대신에 호텔 안에서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난방시설도 갖추어져 있고 수돗물도 펑펑 나온다. 냉동실과 냉장고에는 고기와 채소, 과일 등 음식이 가득하다. 주방에서 조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술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적의 환경 아닐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잭 토랜스는 서서히 미쳐간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호텔에 떠도는 망령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글을 쓰지 못하는 자신이었을 것이다. 전업작가가 글을 쓰지 못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그거야 말로 폐쇄공포증이나 호텔에 떠도는 망령보다 더한 두려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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