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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설이 왜 이 모양입니까 (1) 2014/08/05 PM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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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와 히로코, 김선영 옮김,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문학동네, 2014.

판매가 13,800원

 

아핫. 왠 일본 소설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나름대로 일본소설을 피하고는 있지만, 출간되는 게 워낙 많아야지 차라리 태풍 나크리가 뿌리는 빗방울을 피하지. 따라서 물벼락 맞을 각오로 펴들기도 합니다.

 

일본 소설 왜 그리 싫어하느냐를 물으신다면 이전 서평들을 참고하시라 말하고 싶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말 같지 않으려나) 그렇게도 일본인과 일본적 색채를 싫어하면서도 문학적으로는 왜 그리 일본 소설을 많이 읽나요? 사실은 일본이 싫다면서도 어느 면으로는 동경하고 좋아하고 뭐 그런 거 아닌가요? 저는 일본을 싫어하지 않거든요(아베 새끼 빼고). 하지만 일본 소설이 이만큼이나 읽히는 건 뭔가 좀 잘못되었다고 봐요. 편향적이면서도 이율배반적이죠. 존 치버나 필립 로스가 읽혀야 하는데 말이죠. 너무 답답해서 묻고 싶어요. 왜 이리 일본소설이 많이 번역되고, 많이 팔리죠? 달달해서? 아니면, 미각적 (혹은 미학적)인 미묘함에 깊이 공감되어서?

 

솔직히 몇 명의 특출난 작가를 제외하면 지금처럼 무더기로 들여올 만큼 일본소설이 탁월하진 않습니다.

 

넘어가죠. 하아.

 

사진 1.JPG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올리려니, 갑자기 바깥에서 바람이 울부짖는 소리를 내네요.

다시 보니 열라 애니스러운 표지네요.

 

이 책은 스터디에 선정되어서 읽었어요. 처음에는 열의를 가지고 읽었습니다만, 단어 하나하나를 삼킬 수록 배가 무거워지면서 점점 더 책을 내던지고 싶지 뭡니까.

 

 

? 

인상요인 더불어 인하요인 (나눌 것도 없고, 나누기도 귀찮아)

 

소설에서 서술자의 위치는 꽤 중요합니다. 서술자가 이야기의 어느 포지션에 자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살려가는 방식이 달라지거든요. 수준 낮은 소설일수록 이게 왔다갔다하거나, 엉뚱하게 잡혔거나 하죠. : +0원

 

 

이 소설에 있어서는 상당히 왔다갔다 하는 편. : -1000원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일본인이 쓴 소설입니다. : +0원

 

왜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구태의연하게 하냐면. : +0원

 

미야기타니 마사미쓰가 『안자』라는 소설을 통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문너머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OO』이라는 소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건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것들은 굉장히 먼 시대를 다루고 있고, 그것 자체가 인류 전체의 문화로 인정받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 +0원

 

그런데 18세기 영국의 해부학교실을 다룬다는 건 좀 다릅니다. : +0원

 

이 소설은 18세기 영국의 사건을 일본사람이 일본스러운 맛이 듬뿍 나게 다뤘어요. 그래서 번역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영국스럽게 읽히지 않고 매우 일본스럽게 읽힙니다. : -1000원

 

작가 개인의 지역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났다는 건, 그가 표현하려고 한 소설의 세계를 충분하게 소화하지 못했거나 충분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거고, 그 둘 다 감점 요인. : -1000원


'서술자의 위치'라는 테마를 다뤄봅시다. 음 예를 들어볼게요. : +0원

 

1)

"존은 시체로 다가갔다. 당시에는 해부대를 널찍한 통나무를 반으로 자른 널빤으로 썼는데, 시신에서 흐른 피와 지방으로 인해 서너 달도 못 가 교체해야 했다. 지금 존이 다가간 시신이 놓인 해부대도 끈적끈적한 핏물이 손바닥만큼이나 괴어 있었다. 존은 플라크라고 불리는 일종의 스폰지를 가져가 오물을 닦아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2)

"존은 시체로 다가갔다. 통나무를 반으로 자른 해부대는 시신에서 흐른 피와 지방으로 더러웠다. '교체한 지 석달이나 되었나.' 시신이 놓인 해부대에 괸 손바닥만한 끈끈한 핏물을 닦아내느라 존은 플라크를 서너 개나 써야 했다. 그러나 낡은 해부대는 잘 닦이지 않았다."

 

제가 왜 서술자의 위치에 대해 말했는지 아시겠어요? 1)이 미나가와 히로코 스타일이고, 2)가 그걸 제 스타일로 바꿔본 겁니다. 저는 서술자가 뭔가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서술자가 자료나 자신이 써내려는 세계를 완전하게 소화하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을 쓰긴 했지만, 실제 미나가와 씨는 더 설명적이고 더 달달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 둘 다 제가 싫어하는 것이지요. 하핫. : -1000원

 

사진 2.JPG

뭐, 안에는 이렇게 생겼다 합니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지요.

아하하하하.


18세기 영국이라 해도, 지금의 상황에서 이해 못할 소품들이 그득그득합니다. 이걸 (1)설명하지 않고 서술 중에 은근한 방식으로 녹이는 게 있고요, (2)주석을 달아서 백과사전 식으로 설명하는 게 있고요, (3)그 중간의 방법으로 위의 1) 같이 섞어버리는 게 있어요. : +0원

 

제가 선호하는 방식은 (1)과 (2). 그렇기 때문에 생긴 감점. : -500원


이 소설에서 미나가와 히로코는 독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추리물에서 이런 언페어 게임은 상당한 패널티를 갖습니다. 어떻게 속이느냐? 참 설명이 까다로운데요. 정보를 감춥니다. 그러니까 드러내야 할 서술을 쓰지 않거나 대강 넘겨서 범인을 추론하고 상황을 이해하려는 독자의 추론을 왜곡시킵니다.  : -500원

 

더럽게 비싼 책값 : -500원

 

알고나면 뻔한 범인. : -1000원


?피해자의 불쌍한 사연도 알고보면 그다지 동정 갈 것 없고. : -500원


대체 준남작가의 딸은 왜 등장했으며 그 여자를 임신시킨 건 왜 그런 건지. : -1000원

 

준남작가의 영애의 출현도 사실은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억지로 돌리는 것. 그 억지스러움이 클수록 저는 속이는 것과 가까워진다고 믿습니다. : -1000원

 

그 여자의 시신을 해부하다 들키는 게 그토록 중차대한 일이라면, 몇 페이지 뒤에 판사 조수인 앤이 들이닥쳤을 때는 왜 그 여자의 시신을 감추지 않고 모든 일을 실토하는지. : -1000원


?'영애'라는 19세기스럽고 전근대적이며 석탈해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같은 표현을 쓴 번역자에게도 '해골'을 날리고픈 마음. : -1000원


결과적으로 '준남작가의 영애님'-오오오, 구역질는 표현이다-은 등장하지 않아도 전~혀 무리가 없는 인물이다. : -500원


그 분량이 줄어들었으면,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슬림해졌겠지. : -0원


대체 왜 제자들도 이렇게 많이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으며. : -500원


굳이 많아지려면 12명을 딱 채워서 시신을 가운데 놓고 만찬이라도 벌였으면 웃기기라도 했을 텐데. : -0원


막판에 유모가 등장하는 반전 아닌 반전에서는 실소가 나와서, 차라리 이 빌어먹을 세상-선거도 진 더러운 세상, 한길이와 철수가 말아먹은 X진보의 세상-이 차라리 망하기를 바라는 한 떨기의 소망을 품을 정도였으니. : -1000원


먹어라, 내 점수. : -500원


이런 책을 내면서 지불할 저작권료가 백만원, 이백만원도 아닐 텐데. : +0원

 

이런 책 펴낼 열정과 시간과 개런티를 국내 문학 계열에 퍼붓길. : +0원

 

결과적으로는 이런 책이 팔리니 내놓기도 하는 거겠지. : +0원

 

비도 오는데 술이나 먹자. : +0원 

 

 

* 참고로 이번부터 금액 편차가 커집니다.

기준은 이 책의 중고가격 정적선입니다.

즉, 지금 이 책은 300원 주고 사면 눈물 나지 않는 책입니다.

우리 모두의 돈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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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진 뒤에 있는 원고지 글씨가 참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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