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즈민 여러분!
또 다시 즐거운 월요일이 찾아 왔습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 8장에서는 키워드를 통해 본 위키드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사랑, 선택과 성장, 우정 그리고 진실은 제가 선택한 위키드의 핵심을 말하는 4개의 키워드 였습니다.
이러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키드를 보는 독자분들의 시각이 다양해졌기를 바랍니다.
저는 1장부터 8장까지 위키드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1장에서 위키드가 왜 Must See 뮤지컬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2장과 3장에 걸쳐서 넘버들에 대해서 자세한 분석을 했습니다
4장과 5장에 걸쳐서는 위키드를 연기해주신 배우님들에 대해서 언급하였으며
6장에서는 위키드를 글린다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7장에서는 비극이라는 키워드로 위키드를 해석해 보았고
8장에서는 사랑, 선택과 성장, 우정, 진실이라는 4개의 시각으로 위키드를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위키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선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9장. 한국과 미국의 위키드 비교하기입니다.
글의 초반부는 리뷰의 느낌으로 후반부에서는 한, 미간 차이에 대한 분석을 해볼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1) Playbill
위키드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 있는 Gershwin theatre 에서 오픈런 중입니다. 브로드웨이의 모든 공연들은 들어갈 때 Playbill 이라는걸 주게 됩니다. (브로드웨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미국 뮤지컬 극장의 대부분이 Playbill을 제공합니다) Playbill 이라는 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해당 공연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이 들어가있는 작은 프로그램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빌은 엄밀히 본다면 작은 뮤지컬 잡지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북과는 다르게 많은 광고들과 뮤지컬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광고들의 대부분은 다른 뮤지컬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거부감은 없습니다. 또한 그날의 공연정보에 대해서 알려준다는 점에 있어서도 프로그램북과는 차별화를 둘 수 있겠습니다.
Playbill에는 그날의 공연정보를 알려주는 여러 페이지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위키드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입니다.
배우들의 이름부터 스태프들의 이름과 음악, 그리고 책까지
위키드의 모든 이름들이 담겨 있는 페이지입니다.
두 번째로 오늘의 캐스트를 알려주는 페이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캐스트가 Playbill 안에 프린트가 되어 있으며. 만약 캐스팅에 변동이 생길 경우에는 별도의 쪽지를 통해서 캐스팅의 변경을 알려줍니다. 제가 브로드웨이에서 보았던 캐스트는 위 그림에 나와있는 캐스트입니다. 맨 위에서 왼쪽이 엘파바를 연기했던 Lindsay Mendez이고 오른쪽이 글린다역의 Alli Mauzey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위키드를 정말 좋아하게 만들어준 배우가 바로 Lindsay Mendez입니다. 어느 뮤지컬이든 그녀가 있는 뮤지컬이라면 200% 볼 가치가 있습니다. 정말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만한 성량과 파워를 지니고 있는 배우입니다. 제가 브로드웨이에서 위키드를 볼 당시에는 위키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보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Lindsay Mendez의 Defying Gravity는 말도 안되게 황홀했습니다. 가사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노래가 끝나고 보니 제가 노래에 압도당해서 울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경험은 살면서 처음 해 본 경험이였습니다. 그리고 1막이 끝나고 거짓말같이 관객 전원이 기립을 해서 박수를 치는 그런 광경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Lindsay Mendez와 Alli Mauzey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건 제게 큰 행운이였습니다.
물론 오리지날캐스트인 Idina Menzel의 노래도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엘파바 하면 Idina Menzel을 떠올리기도 하구요. 우리에게는 겨울왕국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많이 친숙해진 배우입니다. 현재 나와있는 위키드의 음원 (Wicked Origical Cast Recording / 2CD)에 수록된 넘버들은 다 엘파바 역의 Idina Menzel과 글린다 역의 Kristen Chenoweth가 노래했습니다. 이 CD같은 경우는 공연녹음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에서 대사처리가 되는 부분들도 노래의 일부분처럼 넣어서 불려졌으며 그렇기에 노래로 듣기에는 훨씬 자연스럽습니다.(2번째 CD에 들어있는 Defying Gravity의 댄스리믹스 버전을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 다)
마지막으로 위키드의 넘버에 대해서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넘버들이 1막과 2막의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누가 노래를 불렀는지도 나와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에 대한 정보도 나와있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뮤지컬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나와있는 건 이 세장 정도이고 나머지는 광고와 기사등으로 구성됩니다.
공연장에서 별도의 프로그램북을 구입하지 않아도 공연에 대한 정보를 다 알 수 있다는 점에서
Playbill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떨까요?
2) 공연장 & 박수문화
위키드를 공연하는 극장은 Gershwin Theatre입니다.
입구부터 위키드에 대한 여러가지 포스터들이 눈에 띕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샤롯데씨어터와 크게 다른점은 없습니다.
다만 다른 점을 몇개 찾아보자면 먼저 기프트샵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관람객의 상당수가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굿즈의 프로모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샤롯데씨어터에서는 사람들이 시간 날때 와서 사는 구조인데
거슈윈극장에서는 판매원이 호객행위도 많이하고 또 실제로 많이 사 가는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위키드 피규어, 마그넷, 티셔츠, 프로그램북, CD를 포함해서 많이도 사왔던 기억이 나네요)
또한 굿즈의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상당히 합리적입니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굿즈는 마그넷과 티셔츠, 프로그램북 그리고 CD입니다.
두 번째로 브로드웨이의 공연장들 안에는 술을 먹을 수 있는 작은 바가 있습니다.
샤롯데씨어터에는 작은 바 대신에 엔젤리너스커피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술을 먹고 뮤지컬을 보러가는 게 조금 상상이 안갈수도 있는데요
미국에선 시작하기 전이나 인터미션때 간단하게 한잔씩 하고 들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제가 느낀 것은 사람들이 박수에 정말 후하다는 것이였습니다. 간단하게 관람객들의 성향을 요약하자면 한국 관람객들은 뮤지컬을 보러 왔다는 느낌이 강하고, 미국 사람들은 뮤지컬을 즐기러 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레스코드 같은 경우에도 포인트를 주어서 입고 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옷도 기본적인 격식을 갖춰서 입고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보통 드레스코드 그린이라고 하면 초록색 악세서리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드레스코드는 그린이라고 안내가 오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키지는 않는 것 같아요.
※ 사실 뮤지컬 때 좋은 옷을 입고가는 것이 맞냐라고 물어보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남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정도의 옷이면 어느것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
다시 박수문화로 돌아오자면 제가 정말 놀랐던 것은 박수에 아낌이 없다는 점이였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도 이 부분으로 그 시작은 엘파바의 등장 씬입니다.
엘파바는 2. Dear Old Shiz와 3. The Wizard and I 사이에서 등장합니다.
Elphaba: What?! What are you looking at?
Oh, do I have something in my teeth?
Okay, let's get this over with.
No, I'm not seasick, yes, I've always been green, no, I didn't chew grass as a child.
문이열리고 엘파바가 달려오면서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이 엄청난 박수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극중의 엘파바 역시 관객들을 한번 쭉 둘러보면서 자신에게 오는 박수들을 받아줍니다. 이건 사실 상당히 충격적이였습니다. 넘버가 끝난것도 아니고 씬이 교체되는 것도 아닌데 엘파바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큰 박수를 보내다니요. 그런데 그런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나 그걸 받는 배우나 서로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참 부러웠던 것은 기립박수 문화입니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기립박수에 대해서 조금 인색한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립박수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넌 나를 일어나게 만들었어)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최고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립박수를 한다고 해도 극이 다 끝나고 나서 앞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나머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소수만이 기립박수를 치는데요, 브로드웨이에서는 어느 넘버든지 간에 정말 멋진 넘버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더라구요.
처음으로 기립박수가 나온 시점은 The Wizard and I 였습니다. 두번째로 나온 시점은 바로 다음 곡인 What is this feeling이였구요, 세 번째로 나온 노래가 Popular 이였습니다. 그리고 Defying Gravity가 끝나고는 정말 모든 관람객들이 다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엄청난 광경이였습니다) 2막에서는 위키드의 넘버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한곡 한곡 박수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공연이 끝나자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배우라면 무대인사를 할 때 이런 모습을 본다면 정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우리도 박수 열심히 쳐주자구요 :)
3) 오리지날 캐스트와 한국어 라이센스 공연의 차이
오리지날 캐스트와 한국어 라이센스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넘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키드는 한국어 번역이 상당히 잘 된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라이센스 공연이 그렇듯이 필연적으로 번역과정에서 원래의 느낌이 없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위키드의 경우는 대사도 넘버도 드라마도 굉장히 잘 짜인 뮤지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욱 드러난 것 같구요.
예를 들어서 영어 단어의 중의성은 번역과정에서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찾아내지 못했던 The Wizard and I의 엘파바의 대사 I could melt!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참조 : 3장. 위키드의 넘버속으로 들어가보자, Thank Goodness) 한국어 가사를 먼저 보고나서 영어가사를 분석하고자 했기 때문에 미처 찾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Melt는 녹다 녹이다라는 기본적인 뜻을 가지고 있지만 감정을 녹인다는 의미에서 티내지 않을래 절대! 라고 번역이 되어있던 것 것이죠. 하지만 I could melt!는 자기가 물에 녹아서 죽을 것이라는것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여러 의미로 쓰이는 영어단어를 한국어로 완벽히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영어가사만이 가지고 있는 라임들이 사라졌습니다.
이 것 또한 필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영어의 라임이 주는 포인트가 사라지면 노래가 조금 밋밋해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Thank Goodness의 가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There's a kind of a sort of : cost
There's a couple of things get: lost
There are bridges you cross You didn't know you crossed Until you've crossed
(4분 40초부터 시작됩니다)
이 부분을 영어로 들으면 cost와 lost가 강조되고 또 병렬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반면에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치를 댓가가 있고 (There's a kind of a sort of : cost)
또.. 포기할 것이 있고 (There's a couple of things get: lost)
또.. 힘든 시련도 견뎌내야죠 다 지나왔지만
(There are bridges you cross You didn't know you crossed Until you've crossed)
기본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두개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전달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이미 지나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다리가 있어 같은 말은 번역도 쉽지 않습니다.
저 말은 정말 지금 글린다의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해주는 말인데 한국어로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부분은 정말 한국어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고, 그래서 더욱 아쉽습니다.
다음으로 16. No Good Deed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No good deeds goes unpunished 라는 가사입니다. 이 부분은 한국어로 비극이 시작돼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가사를 정확히 해석하자면 모든 선한자는 벌을 받는다입니다. 엘파바의 선행의 결과는 항상 비극적이였고 이를 모든 선한자는 벌을 받는다라는 가사로 풀어낸 것입니다. 비극이 시작돼 라는 표현은 분명 전체적인 노래를 생각할 때 훌륭한 번역이지만 영어 본연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7. Popular은 이러한 영어적 라임과 매력을 극대화 시켜서 보여주는 넘버입니다.
몇 문장만 예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And when someone needs a makeover I simply have to take over
Don't be offended by my frank analysis. Think of it as personality dialysis
Sister and adviser, There's nobody wiser
When I see depressing creatures, With unprepossessing features
다음으로 6. Dancing Through Life의 대사를 잠깐 볼까요?
We'll meet there later tonight
We can dance till it's light
Find the prettiest girl
이 부분이 번역 과정을 통해 아래와 같이 80년대 멘트로 변화되었습니다.
거기서 만나 오즈더스트 볼룸, 오늘 밤 불태우자!
화려한 스포트라잇 가장 예쁜 소녈 비출거야
또 보크가 네사로즈에게 Let's Dance! 라고 말할때 네사로즈가 WHAT???! 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오리지날 캐스트에서는 극적으로 그려집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소리야?! 느낌으로요)
하지만 한국어 라이센스 공연에서는 그냥 "뭐?" 정도의 느낌으로 표현되더라구요.
같은 넘버에서 한가지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 We deserve each other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해당 부분은 한국어로 우리는 어울려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울린다와 deserve가 주는 억양은 많이 다릅니다. 또한 후반부로 가면서 Deserve라는 단어의 본래 뜻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17. March of the Witch Hunter에서 양철나무꾼이 된 보크는 사람들을 선동하면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엘파바에 대해서 저주와 증오를 보여야 되는데 사람들에게 존댓말로 그걸 말해야되다보니 그 증오가 충분히 전달이 안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부분에서 번역에 대한 조그마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브로드웨이 공연은 좋고 한국어 공연은 나쁘다라고 결론짓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의 대사와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만큼 그걸 번역하는 과정은 모든 라이센스 뮤지컬이 지나오는 길입니다. 오히려 제가 한국어 공연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보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반대로 번역과정에서 한국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웃음포인트도 새로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대사들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서 극의 재미와 집중력을 올려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장면 몇개를 살펴보실까요?
1) 네사로즈의 죽음과 엘파바, 글린다의 재회
"참으로 가슴 찡한 애도로군"
"우리한테 더이상 할말이 남았니?"
"난 네사로즈를 추억할만한 뭔가가 필요했어"
"남아있는건 신발밖에 없는데.."
"그걸 니가 줘버려서 그걸 저 비호감 농장 촌년이 신고 가버렸잖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로시의 이미지가 전환되는 부분이 사람들의 웃음포인트입니다.
2)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로 가기 전
"피에로~ 여기야 자기야"
"엘파바! 정말 축하해"
"그래~ 우리 둘다 완전 축하한다규~"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어 요즘 그런다며?"
"다 필요없어, 난 피에로가 필요해"
"난 이제 걔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런데도 원해 내가"
"잠깐만 혹시...이게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인거니?"
"어떻게 이러고들 살아?"
그리고 한국의 트렌드를 반영한 대사도 자주 보입니다.
1) As long as you are mine의 끝부분
"왜 그래?"
"아냐 나.. 그냥..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쁜 여자가 된 기분이야."
2) Finale
"경비병~"
"글린다~"
"우리가 사소한 말다툼이 조금 있었지만"
"여사님~상상해 보신적 있으세요? 감금되면 어떻게 되실지?"
"감 to the 금! 감옥!!!"
"별로~ 잘 지내실 것 같지는 않네요. 제 생각에 전혀~ 가망이 없으세요"
"제가 틀렸을수도 있겠죠? 물론 그럴일은 없겠지만요"
3) Dear Old Shiz와 The Wizard and I 사이
"하지만 모리블 총장님!"
"학생은 나중에"
"어 뭔가 잘못됬는데"
"어머.. 어머 나 까인거야?"
"나 잠깐 기절할 시간이 필요해"
4) I'm not that girl (Reprise)
피에로 : 엘파바랑 같이 갈꺼야
글린다 : 뭐?
엘파바 : 뭐?
글린다 : 무슨말이야? 그럼 지금까지 너네둘이 나몰래 내 뒤에서?
엘파바 : 아니야 글린다 그런거 아니야
피에로 : 맞아, 하지만 그런 식은 아니였어
글린다 : 그래 가버려~ 너네들 아주 잘 어울린다!!!
마법사 : 자 한모금 해라, 고통을 덜어주거든
5) 엘파바와 글린다의 재회
"나한테는 비누방울기계 협찬이 안들어오더라고"
이 처럼 노래에 비해 대사들은 상당히 친숙하게 번역이 되었고, 전달력도 올라간 모습입니다.
또 밥맛, 콜, 뻘짓 같이 젊은층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들도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위키드는 노래는 조금 아쉽지만 대사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사라진 키워드가 있습니다.
제가 전부 적을 수는 없으니 그 중 의미있는 부분만 몇 가지 추려서 적어보겠습니다.
처음으로 The Wizard and I 와 Defying Gravity에서 엘파바는 자신의 미래를 Unlimited 라고 이야기합니다. The Wizard and I에서는 마법사와 함께하는 무한한 미래를 꿈꾸고, Defying Gravity에서는 글린다와 함께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꿈꿉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글린다에게 I'm Limited라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앞부분의 Unlimted는 그대로 쓰였지만 뒷 부분의 I'm Limited는 더 이상은 할 수 없어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Unlimited와 Limited의 연결고리가 사라진 것이죠.
또 이러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래 두 가사는 One Short Day에서 나오는 대사로 위가 엘파바, 아래가 글린다의 대사입니다.
언제간 나 돌아올래 (SO I'LL BE BACK FOR GOOD SOMEDAY)
나 여기서 성공할래 (TO MAKE MY LIFE AND MAKE MY WAY)
영어 가사를 보시면 저 두 대사는 극의 줄거리를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 가사를 가지고는 그러한 부분까지 유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위키드 영어 스크립트를 한번 읽어보시면 정말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Wicked라는 말은 위키드의 원어에서는 몇번 등장하지만 한국어 대사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Wicked Witch 라는 표현을 제외하고 Wicked가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보겠습니다.
1) 엘파바가 네사로즈를 찾으러 간 상황
Nessarose: Father's dead.
Elphaba: What?
Nessarose: He's dead. I'm the governor... Well what did you expect?
After he learned what you'd done, how you'd disgraced us, he died... of shame. Embarrassed to death.
Elphaba: Good, I'm glad. It's better that way.
Nessarose: That's a wicked thing to say.
2) 보크와 엘파바의 조우
Elphaba: Boq, it's just me, I'm not going to hurt you!
Boq: No! You're lying! That's all you ever do! You and your sister! She's as wicked as you are!
Elphaba: What are you talking about?
Boq: I'm talking about my life. The little that's left of it. I'm not free to leave Munchkinland, none
제가 칼럼에서 한번 적었던 말이 기억 나시나요?
"엘파바와 네사로즈중 누가 Wicked 일까요?"
3) As long as you're mine의 마지막 부분
Fiyero: What is it?
Elphaba: It's just... for the first time... I feel... wicked.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쁜 여자가 된 기분이야"
4) No Good Deed
ALRIGHT, ENOUGH, SO BE IT!
SO BE IT THEN...
LET ALL OF OZ BE AGREED
I'M WICKED (난 사악해!) THROUGH AND THROUGH
SINCE I COULD NOT SUCCEED
FIYERO SAVING YOU
I PROMISE NO GOOD DEED WILL I ATTEMPT TO DO AGAIN
EVER AGAIN!
또 위키드에서 그려지는 우정의 느낌은 한국과 미국에서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미국 공연에서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를 미국 친구처럼 그리고 있고 한국어 공연에서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를 한국 친구처럼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는데, 글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어디서나 다 똑같은가 봅니다. Defying Gravity에서 엘파바가 글린다에게 "같이 갈꺼지?" 라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엘파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습니다. 영어로 이 대사는 "Are you coming?" 입니다. 그리고 음원으로 노래를 들으면 엘파바의 권유는 거의 무심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에서는 Are you coming 이라고 말하는 엘파바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엘파바가 글린다에게 말하는 "같이 갈꺼지?" 속에는 정말 많은 의미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의 이야기들과 관련은 없지만 한번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극중의 March of the witch hunters에서 한국어 공연에서 온전히 구현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보크의 증오와 분노입니다. 보크는 엘파바를 향한 증오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로 I'll be heartless killing her! 을 외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한국어 공연으로 와서는 그냥 평범한 노래같은 느낌으로 처리가 됩니다. 이게 배우님의 문제인지 애초에 연출이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위키드를 보다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장면들이지만 실제로 위키드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배경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바로 파티장면입니다. 위키드에서 파티씬은 거의 모든 넘버들에 걸쳐서 등장합니다. 사실 많은 관객분들이 Dancing Through Life나 글린다가 파티장에서 나오는 씬, 사람들이 파티복을 입고 나와서 춤추는 장면들은 크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는데 이 이면에는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 배경이 있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극중에 나오는 오즈더스볼룸에서 Ballroom은 파티장을 말합니다. 오즈더스볼룸이 어디인지 궁금하셨다면 쉽게 말해서 저녁에 파티장에서 봐! 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Something Bad에서 그려지는 대학교실의 풍경도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수는 학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질문합니다. 혼자 남아서 교수님과 함께 밥을 먹을 정도로 자유롭기도 하구요. 이 장면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수도 있지만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보는것도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사실 뮤지컬이 만들어진 배경 자체가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은 극 전체에 고루 퍼져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생각하면서 위키드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배우분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 하자면 한국은 브로드웨이에 밀리지 않을 최고의 엘파바와 글린다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말 대사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표정연기와 동작들 세세한 디테일들과 넘버소화력, 엘파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정도에 있어서 한국의 엘파바들은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박혜나 배우님의 엘파바는 이제 최고의 경지에 올라왔습니다. 옥주현 배우님과 김선영 배우님도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엘파바가 누구인지 자신만의 색으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글린다의 경우도 정말 사랑스러운 글린다를 보여주시는 김보경 배우님과, 이전의 배역들과 전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셨던 정선아 배우님, 김소현 배우님까지 한국어 초연의 글린다들은 그 어떤 다른 글린다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완벽한 글린다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배우들에게는 글린다스러움을 소화할 수 있는 어떤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여기까지가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위키드의 이야기입니다.
위키드의 대 장정도 이제 오는 10월 5일로 마지막을 앞두고 있네요.
사실 저는 한 때 한국 라이센스 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였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제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한국어 위키드 공연이 대단한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말 라이센스 공연이 이정도로 완벽하게 또 우리만의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위키드를 우리말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겁습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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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도 잘 안보이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