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정보] 포수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술, 경기를 리드하기 위해 알아야 할 포수의 지식, 프로의 포수들이 사용하는 고도의 기술 등 포수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국내 유일의 포수 입문서이자 국내 최초의 ‘포수학’ 도서다. |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3번째 맞는 봄이다. 사회인 야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또 올해는 201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700만 관중 시대에 도전하는 해이기도 하다. 각종 매체가 구단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책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때에, 다소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일단 저자의 이름부터 묵직하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아들'과 '전력분석의 대가'로 더 알려진 김정준 현 SBS 해설위원이다. 그러나 이 책이 더 눈에 띄는 점은 잔디 위에 있는 모든 선수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으며, 그라운드의 사령탑 또는 안방마님이라고도 불리는 단 하나의 포지션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받아내고 5㎏에서 10㎏에 달하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포수다. 최근 야구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뉴스는 FA(Free Agent, 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호 선수였다. 역대 최고인 4년 75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단 측에서는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팀의 한 시즌을 책임질 수 있는 중책이 포수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전까지는 포수의 역할이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포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할 수 있는 경기로, 포수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포수'라는 것의 뚜렷한 형체를 찾기는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포수의 가치를 증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수치가 없는 것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있다면 도루 저지율 정도가 되겠다). 타율, 출루율, 도루, 승률, 평균 자책점, 탈삼진 등 투수나 다른 야수들과는 달리 포수의 능력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투수가 던지는 공으로 시작하지만, 그 전에 포수의 사인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까닭이다.
포수는 수 킬로그램에 달하는 장비를 몸에 착용한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150개 안팎의 공을 받아낸다. 투수가 던진 공은 약 0.4초 이내에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도루하는 주자를 저지하기 위해 38.795m나 떨어진 2루 베이스로 공을 던지기도 한다. 이때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과는 달리 공을 잡은 다음 던지기까지의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도움닫기를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유명해진 것이 SK 와이번스 소속 조인성 선수의 송구 동작이다. 그는 2루를 향해 공을 던질 때 몸을 일으켜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앉은 그대로의 상태에서 강한 어깨의 힘으로 송구한다ㅡ 이러한 그만의 송구 동작은 '앉아 쏴'라는 별칭을 얻었다. 기동력을 발휘하는 소위 '발야구'에 대응하는 포수의 송구 능력은 그 어느 역할의 중요성보다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그들은 다른 어떤 포지션의 선수들보다도 더 극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올해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었는데, 소위 '홈 충돌 금지법'이라는 것이다. 홈 플레이트를 밟으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대립과 충돌은 때로는 선수들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종종 '박진감'이라는 명목으로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사실 본래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 7.06(b)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포수는 득점을 시도하려는 주자의 길목을 막을 권리가 없다. 베이스라인은 주자의 것이고, 포수는 공을 수비할 때 혹은 이미 공을 손에 가지고 있을 때에만 베이스라인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칙이 있음에도 이른바 불문율처럼 홈 플레이트에서 주자와 포수가 충돌하는 것은 그저 경기의 일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포수 버스터 포지가 플로리다 멀린스의 스콧 커즌스와 충돌해 왼쪽 정강이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이듬해 부상에서 회복한 후 복귀했지만, '홈 충돌'은 작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또 벌어졌다. 이후 홈 플레이트에서의 충돌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활발하게 형성되었고 이것은 메이저리그 규칙 변경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이는 스포츠의 다이내믹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기를 뛰는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결과다.
포수라는 포지션은 언제나 위험에 맞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내의 모든 선수들, 특히 투수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공격에서 1득점을 얻는 것과 수비에서 1실점을 막아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투수와 포수의 관계를 남녀 간의 연애에 비유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그에 대비해야 하는데, 포수는 동료 투수는 물론이거니와 상대팀 타자의 의도 또한 파악해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고받는 사인은 또 얼마나 많은지. 포수와 투수와의 사인은 주자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단순한 것도 있지만 투수가 갖고 있는 구종의 수를 진법(주로 5진법)의 수로 결정해서 손가락 수를 합산 한 후 나누어 뺀 나머지 숫자로 그 사인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p.198) 그러나 한 팀에는 20명 안팎의 투수가 있고 또 투수들마다 약간씩은 차이가 있으니 포수는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그 많은 사인을 완벽하게 숙지해야만 한다.
야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앞으로 오는 공만 처리하면 된다. 반면 포수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투수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그것은 종종 포수의 책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18.44m 거리에서 투수가 던지는 강한 공을 받아야 하고, 홈 플레이트로 돌진하는 주자와의 불가피한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양 팀의 선발투수, 불펜, 타자들의 최근 컨디션,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해 승부의 흐름을 예측하고 판단해야 한다. 김정준 해설위원은 책을 끝맺으며 포수를 가리켜 외국인 선수가 넘보기 힘든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반면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김경문(NC 다이노스 감독)과 조범현(kt 위즈)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포수들 이후로 소위 '포수 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강민호 선수의 화려한 계약이 눈에 띄는 이유가 될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포수를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포수라는 포지션이 그만큼 힘들고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현역 최고의 포수라 불리던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선수마저 은퇴한 현 시점에서 좋은 포수의 육성이라는 과제는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절실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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