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쭉 보면서 재미를 느끼거나, 감동을 느끼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평생 기억에 남을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게 있어선 나가이 고의『데빌맨』이 그런 작품 중 하나였는데요. 십대 때 우연히 모종의 루트를 통해 오리지널 판으로 본 데빌맨은 충격 그 자체였었죠.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것은, 히로인 마키무라 미키의 죽음입니다. 당시까지 제 안에서는 싸우는 여자 캐릭터가 아닌 이상, 여자 주인공들은 언제나 보호받고, 사랑받는 그런 캐릭터여야한다는 관념같은 게 있었는데요.
이『데빌맨』은 그런 관념을 한방에 날려버려줬습니다. 뭐, 여자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겠죠. 병이라던가 하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마키무라 미키의 죽음은 좀 다릅니다. 살해를 당하거든요.
내 주변에 악마가 깃든 인간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 동네 주민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하는건 물론이고, 화형식에 목이 잘려 꼬챙이에 달리기까지 합니다. 아마 처음 보시는 분들에겐 꽤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이 마키무라 미키의 죽음이 작품 안에서 시사하는 바는 꽤 큽니다.
친구라 믿었던 아스카 료의 농간으로 악마와 합체한 후도 아키라가 마지막까지 인간의 편에 서고자했던 끈을 끊어버리는 장면이니까요.
영상은 2000년도 초기에 나온 OVA입니다만, 이런 내용이 이미 70년대에 쓰여졌다는걸 감안하면, 만화와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