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서민층 유세를 위해 가락시장을 방문했었던
이회창 후보에게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했었다. "옥탑방을 아느냐".
이회창 후보는 "잘 모르겠다" 라고 답했다가 구설수에 올랐고
당시 민주당에선 이 후보를 '위장 서민' 이라고 공격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노무현 후보가 방송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옥탑방 생활형태에 대해서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용어 자체는
몰랐다" 라고 솔직하게 대답해버렸다. 그 결과 민주당 측에선
옥탑방 이슈를 갖고 이 후보를 공박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혀를 찼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로는 정략적 측면에서 상대 당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정당에 있어 현실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많은 지지자들이 이러한 행태를
용인하고 있고 때로는 비열하다고 욕하는 그 정치인들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당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적극적으로 이런 행보를 걷던 어떤 인간들 때문에
진보정당의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게 유감스럽다만
지금 민주당이 정권을 주도하고 있고 문재인이 당선된 것에는
이렇듯 소위 말하는 정략적, 정치적 감각에 민감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분명 적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후일 시간이 지나고서 그리울 사람을 뽑아본다면
나는 이런 사람들 가운데서 단 한명도 추려내진 못할 것 같다.
회사던 정당이던 어떤 조직에서도 능력이 인성과 인품보다
더 중요시되는게 현실이라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너무
인간다움에서 멀어져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유감스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이젠 보기 힘들어진 어수룩해도 솔직담백한
사람이 스스로 몸을 던지게끔 만드는 우리 사회도 참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