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게도영
나무는 봄이 좋다
분홍 꽃비 맞으며 깔깔대는
노란 모자와 아이들
나무는 여름이 좋다
그늘에서 손잡고
다정하게 미소짓는 연인들
나무는 가을이 좋다
둘이 걷던 길
이제 홀로 걷는
노인의 뒷모습
나무는 겨울이 좋다
눈 덮인 길 위로
발자국 남기며 흐르는
뜨거운 청년의 눈물
그리고
나무는 당신이 좋다
넘어져도 털고 일어나
묵묵히 걸어가는
고독한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