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도영 MYPI

게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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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 사랑하기에 모자란 키 – 3/3 (0) 2019/05/13 PM 12:07

 

 

 

제목: 사랑하기에 모자란 키 – 3/3

글쟁이: 게도영

 

 

 

 

  6개월이 지났고 동생은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워낙 똑소리 나는 아이여서 내가 힘들지 않도록 스스로 집안일도 하고, 슬픔에 젖어 공부를 놓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동생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지인들에게 말수가 많이 줄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것 말고는 별일 없었다. 어려움 없이 전처럼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일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는데 시간은 너무 잘 흘러갔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오늘은 주말이었지만 나는 특근이었다.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고 나가려는데 신발 끈이 풀려있어서 고쳐 묶고 있으려니 어느새 동생이 다가와서 봉지를 내밀었다. 안에는 빵과 우유가 들어있었다. 동생이 굶고 다니지 말라더니 이어서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전보다 많이 일하는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사실이었지만, 나는 괜히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헝클어뜨렸다. 그러고서 괜찮다고 왜 네가 미안해하냐고 말했다. 동생이 계속 풀죽은 표정을 하고 있기에 손가락을 튕겨서 이마를 딱 하고 때렸다. 녀석이 놀라서 뒤로 물러나며 인상을 찡그렸다. 도서관에서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고, 퇴근하는 길에 치킨 한 마리 사 오겠다고 말했다. 건네받은 봉지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동생이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었다.

 

  평소보다 일찍 나와서 여유가 있었다. 가방을 메고 천천히 걸었다. 버스를 타면 10분 거리에 공장이 있었지만, 걸어가면 30~40분 정도 걸렸다. 돈을 아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가만히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되었기에 차라리 걷는 동안은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공원을 지나다가 고양이를 보았다. 검은 고양이었는데 꼬리 끝이 하얬다. 녀석이 어떻게 올라갔는지 나무 위에서 조심히 새의 둥지로 다가가는 중이었다. 새끼들이 둥지에서 어미를 찾아 뺙뺙거렸지만, 어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저걸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느라 걸음을 멈춘 채 보고 있었다. 이제 사냥꾼이 한 발자국만 더 가면 점심으로 새끼 새들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갑자기 뒤에서 충격이 느껴졌고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일어나서 뒤를 보니 곱슬머리 사내가 다가와 미안하다고 말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조깅하다가 심취해서 앞을 못 봤다고 했다. 내가 다친 곳이 없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곱슬머리 사내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면서 연락처를 알려주려고 했다. 내가 두 번 더 사양하고 나서야 그는 인사하고 다시 음악을 들으며 달려갔다.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보았는데 고양이는 사라진 후였다. 밑에서 나는 부산한 소리에 놀라서 도망간 모양이었다. 둥지에는 새끼 새들이 여전히 뺙뺙거렸고 다행히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안도감과 함께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한 걸음 옮기려는데 발밑에서 뭔가 반짝였다.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내 것이 아니었으니 아마 좀 전의 곱슬머리가 떨어트리고 간 것 같았다. 나는 동전을 집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시 걸었다.

 

  공원을 벗어날 때쯤 길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았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그네를 탄 채로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나도 모르게 옛 추억이 떠올라 씁쓸함에 인상이 조금 구겨졌다. 옆에서 칭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빨간 풍선을 손에 쥔 어린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풍선을 쥔 아이가 짜증 내는 것을 달랬다.

 

  눈이 마주쳐서 인사했다. 아이 엄마가 인사하며 풍선을 쥔 아이에게도 인사하라고 시켰다. 아이는 낯을 가리는지 엄마 뒤로 쏙 숨었다. 나는 괜히 꼬마에게 뭔가 주고 싶어졌다. 주머니를 뒤져서 500짜리 동전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었다. 순식간에 풍선이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 풍선을 놓쳐버린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덩달아 유모차의 아기도 울어댔다. 아이 엄마는 자식들을 달래느라 정신없이 자리를 떠났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빨간 풍선이 날아간 하늘을 보았다.

 

  새파란 하늘을 가만히 보았다.

 

  구름이 일부러 그려놓은 듯이 근사하게 떠 있었다.

 

  그러다 문뜩 오늘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길을 돌려서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 집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동생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장롱을 열어 하나뿐인 정장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기왕에 죽을 거면 좋은 옷을 입고 죽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로 가는 길의 다리 위에서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유서를 쓰는 중이다. 막상 죽으려니 억울하고 겁이 났다. 그래도 죽기는 할 건데 잠시 시간이 필요해서 유서를 썼다. 쓰다 보니까 배고파져서 동생이 챙겨준 빵과 우유를 먹었다. 이제 더 쓸 말도 없는데 아직 겁이 가시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쓴 유서를 다시 읽어 봐야겠다. 마지막 글이 될 테니 가능하면 잘 쓰고 싶다. 다시 읽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 써야지.

 

  내가 쓴 글인데 다시 읽어보니 무슨 엉터리 소설같이 느껴진다. 삼류 작가가 이야기를 썼는지 나의 인생은 두서없이 엉망진창이었다. 글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가라앉아 버렸다. 틀리거나 말거나 아무려면 어때. 그런데 만약 정말로 삼류 작가가 쓴 거라면 결말을 어떻게 내려고 이따위로 쓴 건지 모르겠네.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진짜로 가야겠다. 사실 벤치에 앉을 때부터 죽을지 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서 동전 던지기로 정하기로 했다. 공원에서 주운 500짜리 동전으로 시도 중이었다. 다섯 번 던져서 3번 앞면이 나오면 뛰어내리고 반대로 뒷면이 3번 나오면 죽지 않기로 했는데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 연속으로 앞면이 두 번 나왔다. 마지막에라도 운이 좋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다. 이제야 어머니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무리한 편지를 잘 접어서 가방 밑에 깔아 두고 난간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옆에 가지런히 놓은 후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들고 가만히 바라본다. 두루미 한 마리가 자유롭게 날아갈 것처럼 날개를 펼치고 있다.

 

  “이제 보니 이거 새것이었네.”

 

   남자가 주먹으로 동전을 꽉 쥐고 한숨을 쉰다. 눈을 감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눈을 떠 난간 너머 깊고 검게 흐르는 강을 본다. 난간에서 몇 걸음 물러나서 주먹을 풀고 동전을 높이 던진다.

 

  동전이 튀어 올라 정점에서 햇빛을 받아 잠시 반짝이더니 시간이 느려진 것 같다. 공중에서 회전하던 동전이 이제야 떨어지려 한다.

 

  남자의 시선은 동전을 향하고 그것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까치 한 마리가 동전을 물고 날아간다. 남자의 시선이 까치를 쫓고 그의 눈동자에 발가락이 하나 모자란 까치의 뒷모습이 비친다.

 

  남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잠시 얼어 있다가 일그러진 얼굴로 변하고 곧이어 허탈한 얼굴로 변한다. 다리 위에서 허무하고 맥없는 웃음소리를 한참 토해낸다. 벗어 두었던 구두를 신고 가방 밑에 깔아둔 편지를 잘 접어서 가방 안에 넣는다. 그리고 가만히 하늘을 보다가 피식 웃는다.

 

  남자가 다시 걸어간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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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문장 글쓰기] 44.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싶을 때 (0) 2019/05/12 PM 10:21

 

 

 

 

44.


상상력에 시동을 걸 때는 가능한 마음이 가벼운 게 좋다.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싶을 때 가속 패달을 살짝 밟아주면 딱 좋다.


걱정하지 마시길, 현실이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으니까.


터무니없는 상상은 없다.


터무니없는 현실은 있다.



주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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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로 감상문 쓰기] 당신은 1분 후에 들어와서 잠옷을 벗기면 돼요. (1) 2019/05/12 AM 08:09

영화 - [ 어바웃 타임 ]

 

장르: 로맨스, 코미디

감독: 리차드 커티스

주연 배우: 도널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상영 시간: 123분

상영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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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1분 후에 들어와서 잠옷을 벗기면 돼요.”

<어바웃 타임 중에서>

 

 

 

 

줄거리

- 어느 날 아버지께서 무게 잡으면서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우리 집안 남자들에게는 시간 여행 능력이 있단다.”

 

“네?”


 


메모

- 메리(레이첼 맥아담스)가 식당에서 나올 때 삐끗 하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실수하는 모습이 캐릭터를 더 사람답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 같다.

 

- 암흑 식당에서 목소리만으로 캐릭터들이 교감하는 장면 재미있었다. 웹툰으로 그렸다면 검은 컷이 이어지면서 말풍선으로 대화만 오가게 그리면 될 거 같은데, 한 회차 꿀 빠는 연출. 대신에 악플이 좀 달릴 수도 있을 거 같음.

 

- 그렇다, 사랑이 중요하다.

 

- 주인공인 팀(도널 글리슨) 고향 집은 공간이 굉장히 넓은데, 만약 진짜로 산다면 청소는 어떻게 하는 걸까? 전부 깨끗하게 만들려면 한 바퀴 도는데 2~3시간은 걸릴 거처럼 보인다. 하루에 정해진 공간만 청소하고 날마다 돌아가는 식으로 쪼개서 청소할까?

 

-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내가 죽기 전에 과거로 돌아와서 이 영화 다시 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에는 마음에 드는 영화가 별로 없었나?

 

- 시간 여행할 때 간섭받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죽나?

 

- 캐릭터들이 모두 귀엽다. 메리의 미소가 굉장하다. 그러고 보니 ‘시간’을 제외하면 악역이 없었던 거 같다.

 

- 결혼식 장면이 엉망진창 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인생의 비유 같다.

 

- 아버지가 팀 결혼식 때 남기는 축사 ‘상냥한 사람과 결혼 하세요.’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 다시 한번 적지만 메리의 미소가 정말 예쁘다.

 

- 시간 여행이라는 초능력이 굉장하긴 한데 한계가 있다는 설정이 마음에 든다.

 

- 좋아하게 되어서 미소가 예뻐 보이는지 예뻐서 좋아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 주인공이 초능력 써서 남들보다 많이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걸까? 공부할 시간이 거의 무한대라니 부럽다.

 

- 음악이 좋다. How long will I love you~.

 

- 1분.

 

- 팀이 친구 돕느라 하루를 바꿔 버리고 메리랑 엇갈리면서 일이 꼬이는 장면에서 장범준의 노래 생각남. 사랑은 타이밍이야.

 

- 캐릭터들 사이에 어색한 상황이 연출된 장면들이 웃기게 잘 만들어졌다. 아마 내 기분이 좋았던 탓에 더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 이거를 고르면 저거는 포기해야 한다.

 

- 시간 여행에 대한 설명과 설정이 허접해서 웃겼다. 진지했으면 안 코미디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 시작할 때 주인공 스스로 안 좋은 쪽으로 특이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에서 시작해 가족들 설명으로 넘어간다. 설명이 공간이 아니라 인물에서 출발하고 개인에서 외부세계로 확장한다.

 

- 초반에 샬럿(마고 로비)이 주인공 짝사랑 역할로 나오는데 예쁘다. 나중에 또 나오는데 또 예쁘다.

 

- 대부분의 농담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특정 장면에서 영국식 유머는 조금 무례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영화적인 과장인지 아니면 영국의 문화에서는 허용되는 수준의 유머인지 궁금한데 외국인 친구가 없네.

 

 

 

스토리

- 만약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캐릭터

- 제약이 있는 엄청난 능력을 지녔는데 악하지 않은 사람.

 

시공간-배경설정

- 현대, 영국.

- 혈연으로 대물림되는 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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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인줄 알았는데
다 보고나면 가족영화였죠 ㅠㅠ
[다섯 문장 글쓰기] 43. 섬광처럼 지나가는 당신같이 (0) 2019/05/11 PM 09:33

 

 

 

43.

 

가만히 누워서 호흡에 집중한다.

 

한참 까맣다가 빛이 보인다.

 

신기해서 빛을 쫓아가려고 하면 금세 사라져 버린다.

 

마치 내 통장을 섬광처럼 지나가는 당신같이.

 

조금만 천천히 가주라, 얼굴 잊어버리겠네.

 

 

주제: 월급

 




 

 

 

 

 

다들 공부 많이 하고 통장 통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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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문장 글쓰기] 42. 이 나라 청년들 다 어디 갔냐고 물으면 (1) 2019/05/10 PM 04:20

 

 

 

 

42.


3X0X년 쯤에는 인류가 지구 밖에서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근거는 없지만, 그냥 그럴 거 같습니다.


그때도 한국이라고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멸망하지 않고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누가 이 나라 청년들 다 어디 갔냐고 물으면, 화성 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화성에서 들을 수 있는 농담 중에 한국어도 섞여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제: 농담



 

 

 






앞으로 58편.


그때는 문자 그대로 우주 대스타가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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