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의 나는 성선과 성악 중 어느 하나를 확실히 지지하지 못했다.
선악의 스펙트럼은 너무 크고도 다양한 빛을 내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도 힘에 부쳤다.
한없이 착하다가도 나쁜 짓을 갑자기 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나쁜 짓만 주구장창 해오다가 개심하는 이가 있다.
요즘은 그런 것들이 주변 환경에서 영향을 받지 않나, 추측이 확신 상태로 향해가고 있다.
누구나 마음 속에 시커먼 것이 한 두개 쯤 있다. 그걸 억제하는 기제는 개개인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다른 한 켠에 머물고 있는 도덕성에 대한 존중으로.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으로.
누군가는 사회에 있는 수많은 눈, 혹은 규범적 체제의 비호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오늘날 일베는 한국 사회의 그 누구보다 본원적 욕망에 충실하다.
까고 싶은 놈은 까고, 핥고 싶은 놈은 핥고, 제 맘에 드는 여자는 벗기고,
보기에 실로 압도적인 욕망의 분출이 그들의 공간에서 합성된 사진으로, 추잡한 글줄로 이뤄진다.
거기서는 그 어떤 억제제도 필요없다. 일단 달려들어 물어뜯고 보면 된다.
방금 전 홍대의 일베 조형물이 결국 파손되었다는 기사를 보고왔다.
있다는 소린 들었는데 정확히는 잘 몰라 기사를 찾아봤더니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312233015&code=940100
작가 홍기하씨는 입장문을 내고 “이 작품의 이름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이다. 사회에 만연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를 보여줌으로써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라고 밝혔다. 그는 “일베를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 같은 이분법적 의도가 아니다. 이 작품은 공공성이 생명이다. 외부인들도 많이 볼 수 있게 설치한 건 의도한 바”라고 밝혔다. 홍씨는 “나와 내 작품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 작품 훼손을 한다면 이것이 일베의 온라인 폭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 기사 본문 中
일베의 출현 이후 제대로 진화되지 못하고 네트워크를 넘어 실재에 까지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실물로 표현되는 지경
까지 이르렀다고 보면 굉장히 씁쓸한 느낌이다. 현대의 하이드라다. 있는 건 알겠는데 누가 일원인지 어떻게 아나.
불안감과 혐오감은 언제든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좋은 기폭제다. 3시간 뒤 있을 해명을 듣기도 전에
조형물은 극도로 분노한 누군가에 의해 효수되었다. 보기에 이것조차 작가가 노린 것 같다.
조형물은 강제로 철거됨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내재된 '일베스러운' 어떤 것을 증명해보였다.
그저 싫어함으로써 비롯되는 감정을 연료삼아 싹 다 무시하고 오직 비난만 하는 것은 일베의 전형적인 공격 태도다.
그들은 해명 혹은 반론을 싫어한다. 왜냐면 답은 이미 합리적인 '내 자신'이 다 도출을 해놓았기 때문.
그리고 이런 경향이 일베가 유독 심한 것이지 일반적으로도 꽤나 팽배한 사고관이다.
충분히 배울만큼 배웠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일종의 함정에 우리는 언제나 허우적거린다.
조금만 삐끗하면 우리는 금세 그들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그렇기에 요즈음의 나는 일베를 단순한 사이트, 혹은 단체의 대명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베는 그러한 합리적 사고의 모순적 함정, 내로남불의 정점이자, 우리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짐승이다.
작가는 무척 홀가분한 마음으로 10시 회견을 마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끝을 맺었다. 그 자신이 일베 이용자든 아니든 간에. |
제가 보기에도 이걸로 이슈가 되고 부서지는 상황까지 다 그려놨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이걸로 사회적인 이슈가 다시 되면서 일베에 관한게 또 화두가 될수도 있겠지만..
흠.. 저는 글쓴분과 마찬가지로 꽤나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누구나 마음속에 하얀 백지장이 있다면 검은걸로
물든 부분이 아예 없다는것은 말이 안되니까요.. 본디 예술문화 이런거는.. 보는사람마다 거진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인데..
이건 거의 누가 보든간에 100%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니..ㅋㅋ 재밌네요.. 재밌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