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간관계에서 흔히들 우리가 하거나 듣는 말들이지만 이런 성격진단도 엄연히 질환으로 분류된다. 조현병 등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중증의 정신질환과 달리 개인의 성격적 특성으로 인해 편향적이고 융통성이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인관계에 문제를 보이는 질환이 바로 ‘성격장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0년 조사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성격장애 유병률은 7% 이상이다. 성격장애는 평소에는 문제가 없다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괴팍해지는 경우부터 극심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경우까지 심각성이 광범위하다. 이 밖에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정서적으로 크게 동요되는 사람, 자신 및 상대방에게 지나친 완벽을 요구하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 등도 성격장애일 수 있다.
이런 성격장애의 기준이 30년 만에 전면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사람의 성격을 5가지 형태로 비교적 간단하게 분류한다. 우선 사람 성격을 기존 범주적 분류가 아닌 차원적 분류로 바꾸었다. 범주적 분류란 각 질병이 별개이고 서로 분명히 구분된다고 나누는 관점이다. 차원적 분류는 질병 상태를 건강한 상태와의 정도의 차이로 보고 별개로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성격 형태를 ▷부정적 정동(정서성) ▷강박 ▷고립 ▷반사회성 ▷탈억제 5가지로 분류했다.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성격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는 ▷성격곤란이라는 하위증후군으로 새롭게 분류했다.
발병 연령 제한도 유연하게 바뀐다. 지금까지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만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했다. 이번 개정으로 청소년부터 중장년과 노년층까지도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WHO는 오는 5월 총회에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을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인이 확정되면 오는 2022년부터 WHO(세계보건거구) 194개 회원국에서 시행된다. 1990년 제10판(ICD-10) 개정 승인 이래 30여 년 만이다. 이번에 개정한 ICD-11은 국제질병분류의 성격장애 진단분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변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이번 개정은 그간의 성격심리학의 일관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성격장애가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단일 차원으로 구성되며, 모든 성격의 가장 고차원의 특질을 장애의 심각도로 반영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율리 교수는 이번 성격장애 진단 개정에서 아시아권의 대표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류를 제공하고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분야의 실무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도 성격장애 진단기준 변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정책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2019년 기사
2022년부터 초발 정신병 진단 가능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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