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족보 없는 똥개처럼
서로의 체취를 탐닉했다.
목줄 없는 들개처럼
손쉬운 욕망에 충실했다.
싫증 난 장난감을 버리듯
철없는 이별을 반복했지만,
제일 먼저 내 손을 뿌리친 건
너무도 숭고한 단어였기에
나는 마음껏 모독할 수 있었다.
어찌, 나를 벌할 건가요.
어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
열 밤을 자도 돌아오지 않았고,
스물이 지나도 해가 뜨지 않았다.
삼십이 되지 않을 거라던 왕자님은
마법에 걸린 개구리처럼 개굴개굴
미안하네요, 공주님이 아니라
혀를 섞어봤자 구역질만 차오르겠죠.
하지만 나도 거짓말쟁이.
괜찮다며 웃음 짓고,
필요 없다 손사래 쳐도,
내심 바라는 꿈같은 기적.
어찌, 나를 구할 건가요.
멋대로 떠나간 당신처럼
멋대로 길어진 머리카락.
거울 속 당신이 뚜렷해질수록,
나를 사랑할 자신이 없다.
밤마다 울던 당신이 떠올라
꾹 참고, 꾹 참으며 살아왔는데,
기어코 울음이 터져 나오면
더 이상 사랑할 자신이 없다.
밤마다 잘라내는 머리카락.
어찌, 그대는 사랑해 줄 건가요.
어찌 그대는 나에게, 기다림을 줄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