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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존재하지 않는 기사 - 이탈로 칼비노 (0) 2014/05/15 AM 02:07


책을 읽은지가 오래 되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한 권을 사면 또 한 권이 나오므로 아무리 빠르게 모으더라도 제논의 역설처럼 평생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과 함께 이탈로 칼비노의 선조 3부작 중에 한 권이다. 환상 소설에 가까워서 쉽게 읽히고 150p 가량으로 페이지도 많지 않다. 위 쪽은 맘에 드는 구절을 적어놓았고, 그 아래 감상을 적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나름 분석해보려고 했는데, 머리 속에 구름처럼 떠다니기만 할 뿐 실체가 잘 잡히지가 않는다. 대학시절 읽은 책들의 서평을 쓰지 않은 것이 화가 난다. 감상을 글로 옮겨서 실체로 만들지 말고 머리 속에만 두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이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본 영화도 제대로 리뷰한 적이 없다. 써보려고 하면 할수록 글이 막히는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다. 이 서평도 어딘가 끊어진 것처럼 끝나버렸다. 다음 책을 읽고는 제대로 쓸 수 있으려나.



‘젊은이는 그렇게 언제나 여자를 향해 달린다. 하지만 그를 떠민 게 정말 그녀에 대한 사랑일까? 혹시 그를 떠민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아닐까? 여인만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존재의 확실성을 찾는 것은 아닐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고 행복하기도 하고 절망적이기도 한 젊은이는 달려가서 사랑에 빠진다. 그에게 여자란 분명 여기에 존재하는 사람이며 그녀만이 그의 존재를 확인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여자 역시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젊은이 앞에 있는 그 여자도 불안에 떨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젊은이는 어떻게 할까? 두 사람 중 누가 힘이 세고 누가 약한지가 중요할까? 둘은 비슷하다. 하지만 젊은이는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그가 갈망하는 그녀는 존재하는 여자이고 분명한 여자다. 하지만 그녀는 그보다 많은 것을 안다. 아니 더 적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그가 아는 것과는 다른 것들을 알고 있다.’
-p. 80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내가 여기 왔다, 여인이여. 당신이 어떻게 나의 사랑을 기꺼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 여인은 대관절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어떻게 그녀는 내가 자기에게 줄 수 있고 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격분해서 이성을 잃더니 갑자기 한순간 그녀에 대한 사랑은 순전히 자신에 대한 사랑,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변해 버렸고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둘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사랑으로 변했다.
-p. 105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소설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

내용은 이렇다. 오래전 떠돌이였던 아질울포는 겁탈당하려던 소프로니아를 구해 주고 기사작위를 받았는데 어느 날 그녀의 아들임을 주장하는 청년 토리스먼드가 나타난다. 소프로니아의 처녀성을 지킴으로써 기사작위를 받고 지금껏 기사로 존재할 수 있었던 아질울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뒤를 구르둘루, 브라다만테, 랭보가 쫓는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에는 네 명의 주요인물들이 등장한다.
먼저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는 하얀 갑옷으로만 존재한다. 그는 의지로 일어나 의식으로만 존재한다. 그의 갑옷 안은 육체가 없고, 비어있다. 흙먼지가 일어나는 전쟁터를 걸어와도 언제나 그의 갑옷은 흠집 하나 없어 이질적으로 보이며,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옳고 이성적이다. 실존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존재로의 그는 완벽함, 이데아, 초자아 등을 상징한다.

두 번째 인물은 아질울포의 하인인 구르둘루다. 그는 존재하지만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른 사물에 자신을 동일시하려고 한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다음 행동을 짐작할 수 없다. 소설 후반부에서는 성적 욕구,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원초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르둘루가 아질울포의 하인인 것은 당연하다.

세 번째 인물은 아질울포를 짝사랑하는 여기사 브라다만테로 그녀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뒤섞인 혼돈의 모순적 인간이다.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누군가는 어리석고 허약한 인간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나를 받아주는 클럽에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그루초 마르크스의 말에서 탄생한 것 같은 여성이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모순적 존재인 아질울포(비현실적인 완벽함)에게 끌린다.

마지막은 젊은 기사 지망생인 랭보다. 그는 전쟁에서 아버지가 이교도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에 그 복수를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전투에서 청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에게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그 기사가 브라다만테라는 것을(브라다만테라는 것보다는 여성임을) 알게 된 후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이후 그가 행하는 모든 행동은 브라다만테에 대한 사랑 혹은 성욕에서 에너지를 얻으므로 리비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구르둘루를 제외한 세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버지를 잃은 랭보는 복수의 방법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아질울포를 만난다. 비현실적인 아질울포에게서 차가움을 느끼고, 그가 알려주는 지식에 대해서 고지식하다거나,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생기면 그에게 털어놓고 싶은 모순적인 감정을 품는다.(아질울포 역시도 전쟁터에 처음 발을 디딘 랭보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한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브라다만테가 사랑하는 존재가 아질울포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고민하는데 그 후에 다른 기사가 아질울포를 공격하자 뱉는 말은 아주 인상적이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아. 아니 내가 보기에는 모두 너무 잘 정리되어 있고 질서정연한 것 같아……. 난 덕성과 용기를 보았는데 모든 것이 아주 차가웠어. 네게 고백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있다는 게 난 두려워……. 하지만 난 그에게 감탄했는데 그 사람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존재하는 사람보다도 더 신뢰할 수 있어. 그리고 거의…….”
랭보는 이렇게 말하다가 얼굴을 붉혔다.
“난 브라다만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질울포는 분명 우리 군대 최고의 기사야.”
-p.85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상태로 등장하는 랭보는 죽어버린 아버지보다 아질울포를 더 아버지처럼 대한다. 두려워하면서도 의존하고 싶어 하다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자, 그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소설의 구조가 상당히 쉬워지고 결말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브라다만테의 사랑을 얻는 법이란 복잡할 필요 없이 정의된다. 부친인 아질울포와의 동일시를 통해 초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실체 없는 의식, 지식과 의지의 집합체를 상징하는 존재를 알고 있다. 랭보가 그를 받아들일 상태가 되면 아질울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부친과의 동일시는 외형적으로도 준비되어있다. 동일시는 그의 하얀 갑옷을 입는 것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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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앞의 시 (0) 2014/05/13 PM 01:59
잠들기 어려운 밤에
나는 시인이 되었다
엎드려 누운 몸 뒤로
방향치 같은 잠이 나는 것을
그대로 따라 그려놓았다

눈뜨기 어려운 새벽에
나는 시인이 되었다
돌아 누운 등 뒤로
벙어리 같은 꿈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어놓았다

등 뒤에서는 계속
그녀의 두 아이가 날고 있었다
서글픈 마음에 나는
그려놓았다
적어놓았다

헤어진 후에

슬프게도 나는 눈 앞의 시를
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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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Kimbra - Cameo Lover (2) 2014/05/12 PM 10:37



오랜만에 들으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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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저도 킴브라 노래 좋아합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Dillon의 "Thirteen Thirtyfive" 추천합니다.
좀 더 인디 포크 느낌으론 Daughter의 "Youth"나 Of Monsters and Men도 좋아요.

Egyptian Blue    친구신청

추천해주신 노래 정말 좋네요. 킴브라는 고티에 때문에 알았는데, 지금 들어보면 고티에가 킴브라 버프를 많이 받은 것 같은 느낌이네요 ㅋ
[음악] TQ - Westside (0) 2014/05/11 PM 09:35


친구랑 여행가는 길에 들었는데 노래가 좋더군요.
투팍 추모곡이라고도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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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Spider-Man 2, 2004) (12) 2014/05/11 PM 07:36

스파이더맨 2를 다시 보았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상영중이라서 채널 CGV에서 방영해줬나 봅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새로운 적은 자신을 노리고, 사랑은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큰 힘을 얻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하는 히어로의 삶과 평범한 인간 피터의 삶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 피터 파커의 정체성, 그에 따른 혼란과 고뇌가 깊이있게 전개되는 수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속의 피터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데, 그런 피터의 현재 상태나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화법이 인상적입니다. 뷔페에 가서 음식을 집어먹으려 하면 웨이터가 지나가버리고, 안경의 한쪽 다리는 여전히 부러져 있습니다. 꽃을 사려고 해도 한다발을 사지는 못하죠. 거기에 정체성에 혼란이 찾아오자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모습이 방점을 찍습니다.

적과 친구, 애정.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이 세가지 이야기를 후반부에 동시에 처리하는 유명한 지하철 장면부터 마지막 결말까지의 후반부는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다시 봐도 눈물이 나더군요.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증거겠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닥터 옥토퍼스와의 대결입니다. 액션씬은 짧고 볼거리는 대단해보이지 않지만요. 특히 닥터 옥토퍼스가 전기에 감전되어 잠깐 정신을 잃었을 때, 스파이더맨이 가면을 벗고 옥타비우스 박사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가면을 벗고 이름을 부름으로써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빌런 닥터 옥토퍼스가 아니라 인간 피터 파커와 인간 옥타비우스 박사로 돌아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은 정신분석학적 치료 방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그 자리에 있던 메리 제인이 그동안 고민하던 스파이더맨의 정체까지 알게 되니 이 한 장면 자체가 밀도가 상당히 높아보입니다.

샘 레이미가 공포영화 감독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비명을 지르는 여자를 클로즈업으로 잡는 장면이 많은데, 자주 나와서 그런지 상당히 거슬리기도 합니다. 지금 보니 어떤 장면은 상당히 유치해보이기도 하네요.
신문사의 조연 세 명은 씬스틸러로의 역할을 거의 완벽히 수행했더군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보다 훨씬 좋은 이유 중에는 엠마 스톤보다 키얼스틴 던스트의 졸린 눈을 더 좋아하는 제 취향도 한 몫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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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츄매니아MK-II    친구신청

저도 엠마스톤 보다 커스틴 던스트를 더 좋아합니다.

왠지 더 매력있게 생겼더라구요.. 몸매도 좋고..

진짜 스파이더맨2는 우주 명작

愉快한男子    친구신청

저도 동감합니다!! 스파이더맨2는 명작!!ㅋㅋ

torresmania    친구신청

몸매는 커스트 던스트가

얼굴은 엠마 스톤이 더예쁨.

오데뜨와 부뚜    친구신청

커스틴 던스트 예뻐요!

Egyptian Blue    친구신청

맞아요!

Javiel    친구신청

지금까지 나온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2가 젤 잼있더라고요ㅋ

암바마니아    친구신청

전 엠마스톤을 더 좋아하지만...

스파이더 맨2는 정말 너무 재미있더군요

쪼꼬하임@ㅅ@    친구신청

신문사 사장님은 만화책에서 그대로 나온 모습ㅋㅋㅋ

불꽃등심    친구신청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저도 스파이더맨2를 정말 좋아합니다. 저번에 TV에서 해주는걸 중간부터 봤는데, 역시 명작은 명작이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지하철을 멈추게하고 나서 시민들이 마스크가 벗겨진 피터를 머리위로 들고 옮기는 장면이네요. 영웅이라는 책임을 정말 잘 탐구한 영화인 만큼, 그 장면보다 샘 레이미 감독과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려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적절하게 표현한 장면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gyptian Blue    친구신청

맞아요. 그 장면은 정말 두말할 것 없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특히 전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그냥 어린애잖아. 우리 아들보다도 어려......"하고 말할 때면 눈물이 주르륵

사진검    친구신청

스파2는 정말 명작이죠,,스파 3로 소니가 태클만 안걸었다면 명작이 됬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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