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gyptian Blue
접속 : 5256   Lv. 60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32 명
  • 전체 : 74256 명
  • Mypi Ver. 0.3.1 β
[손바닥 소설] 예감 (0) 2014/05/09 PM 09:25
첫 소설이 성공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기 때문이었다. 첫사랑과 헤어진 후에 느꼈던 모든 감정을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그 소설은 살아있었다. 이후 몇 권의 책을 더 냈지만 감상이 흐려져 이제 처음 것만은 못했다. 그 때쯤 또 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했고, 헤어졌고 한 권의 책을 더 냈다.
충만함이 그리워 작가는 한 사람을 또 사랑하기로 했다. 이제는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반드시 헤어질 것, 지독한 고통이 찾아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신고

 
[영화] 엘 토포(El topo, 1970) (3) 2014/05/08 PM 11:33


엘 토포(El topo, 1970)

존 레논이 보고 반해서 판권을 사 미국 전역에 개봉시켰다는 일화가 있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영화.

엘 토포는 두더지라는 뜻으로 이 기괴한 영화를 설명할 유일한 도움말로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과 함께 등장한다.
'두더지는 땅 속에서 굴을 파고 사는 동물이다. 태양을 찾아서, 햇빛을 찾아 때때로 땅 위로 올라오지만 햇빛을 보면 눈이 멀어버린다.'
영화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가 있는데 처음은 총잡이 엘 토포의 이야기이고, 두번째 파트는 구도자로의 모습이다.

첫번째 파트에서 총잡이는 일곱살의 어린 아들 등 뒤에, 말에 태우고 여행한다. 어느 마을의 주민들이 몰살된 것을 보게 되고 그 마을을 떠나는데 세 명의 총잡이가 그와 아들을 공격한다. 그들은 산적의 부하로 한 수도원을 점령하고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면서 즐기고 있다. 엘 토포는 그의 총솜씨로 마을을 해방시키고 두목과의 결투에선 등을 돌린 상태로 그를 처리하는 신기와 같은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신임을 천명한다. 산적 두목의 여인이던 마라와(불교적인 색이 강한 이름, 영화 전체적으로 기독교와 불교, 윤회나 희생, 수도 같은 종교적인 이미지들을 수없이 활용한다.)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들은 수도원에 버리고 떠나간다. 그리고 마라의 유혹에 빠져 최고의 총잡이가 되기 위해 네 명의 위대한 총잡이(현자)와 결투하려 사막을 나선으로 여행한다.
자신을 신이라 말하던 총잡이 엘 토포는 진정으로 깨달은 자에 가까운 다른 총잡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속임수로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저열함에, 혹은 자신이 신이 아닌 불완전한 하나의 인간임에 고뇌하지만 마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지막 총잡이를 만나러 간다. 마지막 총잡이(현자)는 죽음을 초월했고,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않는다. 엘 토포는 배신당하고 부상을 입어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무덤과도 같은 지하의 마을로 운반된다.

두번째 파트에 이르러서는 수십년이 지나 깨어난 엘 토포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엘 토포는 지하마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자유롭게 해 줄 예언의 사람이다. 그는 난쟁이 여자와 함께 지상에 있는 마을에 가 돈을 벌어 터널을 뚫어 모두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지상의 마을은 타락한 세계로 그가 총으로 신이 되었음을 천명했던 그 때의 잘못된 깨달음이 넓게 퍼져있다.
난쟁이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들른 교회에서 그는 예전 수도원에 버리고 온 어린 아들을 만난다.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려 하고, 그는 다만 터널이 완성될 때까지 복수를 미뤄줄 것을 부탁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입던 총잡이의 옷을 입고 아버지를 감시하고, 좀 더 빠르게 복수하기 위해 터널을 함께 뚫는다. 그리고는 터널이 뚫리자 아버지를 용서하게 된다.
터널이 뚫리자 지하마을의 사람들은 지상의 마을로 몰려간다. 지상 마을의 사람들은 그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총을 들어 그들을 모두 살해한다. 엘 토포는 분노하여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이전의 다른 깨달은 총잡이들처럼 이제서야 그도 총에 상처입지도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한채로 머리에 기름을 부어 불을 지른다.
때마침 난쟁이 여인과의 사랑으로 낳은 아이가 태어난다. 아버지의 옷을 입어 총잡이처럼 보이는 아들은 난쟁이 여인과 새로 태어난 아이를 등 뒤에 태우고 모두가 죽어버린 마을을 떠나간다.

종교적이거나 성적인 이미지, 잔인한 장면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서 보기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대충은 알 것 같으면서도 난해한 장면들이 있다.
지하 마을과 지상 마을의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영화 안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단순히 육체적인 면 만이 아닌 나 자신 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혹은 몰이해에서 오는 증오 같은 것들을 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 또 영화 안에서 난쟁이 여인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하나의 인간으로 바로서기를 바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잔혹한 결말임이도 불구하고 시작과 일치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서글프거나 괴롭지 않은 것은 아마도 우리가 언제고 나선의 형태로 흐르는 세계를 따라서 서로를 이해하며 나선의 중심,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 완성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조금 더 시원해졌을 때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영화가 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난해하고 상징적인 표현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영화를 대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


신고

 

Octa Fuzz    친구신청

명작!!
영화가 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난해하고 상징적인 표현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영화를 대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 <- 완전동감이요~

Egyptian Blue    친구신청

멋진 영화네요.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이번에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만들려다 엎어진 듄 프로젝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더라고요.
[영화] 솔라리스(Solaris, 1972) (2) 2014/05/08 AM 03:31


솔라리스(Solaris, 1972)

스타니슬라브 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1972년작 솔라리스.
누군가 자기가 본 SF 영화 중에 세 편을 꼽으라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이 작품을 꼽겠다고 했는데 나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영화를 몇 편을 더 보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보고나니 바로 책을 구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사려고 여기저기 잠깐 찾아보니 절판된지 오래된 것 같다. 새 책을 구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도착한 행성 솔라리스에서는 잊혀진 기억이나 죄책감 같은 우리가 깊숙히 숨겨놓은 어떤 것이 물질화되어 형태를 띈다. 마치 꿈 같이. 주인공에게는 그 것이 오래 전 죽은 아내 하리의 형태로 나타나고, 진짜 인간 하리가 아님을 알고 있는 하리, 캘빈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인간이 도달해야 할 어떤 경지. 아니 되돌아가야할 지점. 솔라리스가 아닌 지구, 용서와 사랑의 순수함만을 지닌 어떤 순간에 이르러야 함을 깨닫는다.

몇몇 장면은 어느날 내가 사랑하던 사람과 화해하고 싶었던 시절의 꿈과 같아서 찬연히 슬퍼지기도 했고, 니체의 말을 떠올리게 하던 빠져들 것 같은 창 밖의 어두운 이미지나 물 속에서 흔들리는 수초, 무중력 상태에서 포옹하는 도서관의 장면, 대단한 엔딩씬은 평생 가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덕분에 얼마전 바다에 던져버리고 온 해묵은 감정들에 더해서 다시금 용서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위대한 힘을 얻었다.

어떤 위대함 ★★★★★

신고

 

Vaaacation    친구신청

sf는 반전스토리에 면역되어있다가 아..뭔가 참 철학적인 느낌을 주는 sf는 오딧세이이후 이영화가
두번째였죠. 아직 이해를 못다한 영화라 다시 도전해볼 예정입니다.

Egyptian Blue    친구신청

저도 몇 번 더 볼 예정입니다. 이 참에 타르코프스키 영화도 다 봐야할 것 같아요. 제대로 전부를 이해하지 못해도 시처럼 뭔가 마음에 남는 영화인 건 분명한 것 같아요
[-] 광주 맛집 추천 좀 해주세요 (3) 2014/05/03 PM 02:48
친구랑 무작정 내려가고 있는데 광주에 들릴 것 같아요.
검색해보니 송정쪽 떡갈비랑 오리탕 같은게 유명한 것 같은데...
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뭐가 있나요?
어디 들어가도 다 맛있긴 하겠지만 광주 사시거나 갔다오신 분들 추천 좀 해주셔요

내려가는 길 엄청 막히네요.
서울서 8시에 출발했는데 이제 100km왔습니다.

신고

 

ΩOmega    친구신청

떡갈비골목 한번 가보시길

화 영    친구신청

야구 보러가시나요?

개아겔 맛집 리스트 보시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tigers&no=4557889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tigers&no=5742453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tigers&no=5981496

형.솔로    친구신청

학교 다닐 때 좋아했던 숨은 맛집 알려주면...

전대정문 통닭거리에 있는 부영통닭이나 구구치킨 - 추억의 맛이 남

전대정문 미리내분식 - 좁아터진 곳에서 먹는 저렴한 잔치국수의 맛, 가끔 할매가 계산 안 받고 사라짐ㅋㅋ

충장로 유생촌 - 오랜 전통의 경양식 돈까스집

용봉지구 돈사촌 - 제주도식 삼겹스테이크 지존임

전대상대 뒤 표주박 - 좀 찾기 어려울 거임. 파전과 막걸리 대박임.

이 정도??
[취미는 글쓰기] 자동화 (1) 2014/05/01 AM 02:38
김회장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공들여온 사업이 이제 드디어 결실을 맺어 그에게 부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는 영예까지 가져다주었다. 한 달 전 기자회견장과 공장에 모였던 취재진들, 그리고 오늘 이 파티에 모인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그 것을 너무나 알기 쉽게 증명해주고 있었다.
전 공정의 자동화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그 동안의 세월을 보상하듯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경제 역시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김회장은 질도 질이지만, 늘어가는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수입의 대부분을 외국기업에서 기계들을 들여놓는 것에 투자했다.

'전 공정의 자동화!'

대대적으로 발표된 이 기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기계가 찍어낸 물건들을 사며 한 마디씩 하곤 했다. "이제 그 뭐시기 하는 회사에서 그 기계가 전부 만들어 낸 거라믄서? 값도 싸고 말이여...... 아이구, 말을 하덜 말어. 당연히 사람 손보다야 훨씬 낫지 않겄어? 기계가 만든 거라는데 말이여."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의 제품들은 공격적인 마케팅, 사람들의 호기심과 부족한 인식, 그리고 싼 가격을 앞세워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한 달 만에 몇몇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에서 경쟁사를 따돌렸고, 오늘 열린 파티는 산업자원부에서 그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것을 기념하는 파티였다.
"아이고. 김회장!"
"아,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다마다, 자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어. 자네 덕분에 내수경제도 살아나고 말이야. 덕분에 내 얼굴에 이렇게 함박꽃이 피질 않았나? 하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다 장관님께서 잘 돌봐주신 덕분이지요. 하하하."
산업자원부의 최장관은 정치계에서는 알아주는 거물이었다. 몇몇 정치에 밝은 지인들은 그가 여기저기에 줄을 대고 있는 사람이라, 앞으로 20년은 권력에 가까이 있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최장관은 김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잠깐 저쪽으로 가세나."
최장관의 인도를 받아 간 곳엔 한 사내가 있었다.
"인사하시게. 이 사람은 박이라고 한다네."
거친 눈빛과 다부진 체격을 가진 이 사내는 군인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 김회장은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인한 인상의 남자는 처음이라 긴장하며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김회장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이라고 합니다. 공장을 둘러봤는데 대단하더군요. 찍어내는 제품들마다 손도 덜 가고, 아무래도 인건비도 많이 절약될 것 같던데 안 그렇습니까?"
"아, 물론 그렇습니다. 기계라는 거 조종법 잘 아는 몇 사람만 있으면 돌아가니까요. 가끔 실수를 하면 불량이 나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분이라 별 문제는 없습니다."
"대단하더군요. 정말."
"자자, 사업 얘기는 그만하고 말이야. 김회장. 내가 할 얘기가 좀 있는데 말이야."
최장관은 김회장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이제 슬슬 자네도 정치권에 줄을 좀 대야 하지 않겠나? 돈만 조금 있다면야, 줄 서는 거야 시간문제지. 어떤가? 우리 함께 잘해보는 게."
최장관은 미소를 지으며 집어온 와인 한 잔을 김회장에게 건냈다.
"잘해보잔 말일세."
김회장 역시 엷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건배."
"우선 박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해두게. 언젠간 크게 될 사람이니까."
최장관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박, 우리 하던 얘기나 계속해보세. 하하하."
"아, 김회장님 요즘에 좋은 소식이 들리던 것 같던데 말입니다."
"아, 이번에 손자 녀석이 태어난답니다."
"아? 그래? 이거 축하해줘야겠구만."
"정확히 언젠가? 내가 선물하나는 해야지?"
"다음 주쯤에 태어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저도 긴장됩니다. 사내아일지 계집아이일지 빨리 안아보고 싶어서......."
"요새는 사내아이보다 여자아이가 더 집안의 보물이라고 하더군요."
"흠. 그것도 그렇구만. 그럼 김회장,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내 손자 녀석 며느리로 보내는 것은 어떻겠나?"
"하하하하하. 그럴까요?"
.
.
.
.
.
.
"부장님, 부장님. 이 아이 남자아이로 할까요? 아님 여자아이로 할까요?"
"서울 김회장 손자라고? 그냥 아들로 해."
천국의 하루는 오늘도 바쁘다. 사람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만들고 관리하는 운명지부는 수 억 개나 되지만 천사들은 언제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구를 맡고 있는 3724지부는 맡은 별은 10개나 되지만 사람이 적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부는 대개 모든 결제를 맡고 있는 천사장 1명과 출생을 담당하는 부서, 인생을 담당하는 부서, 그리고 죽음을 담당하는 부서, 총 3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에는 부장이 있어 결제해야 할 서류들을 천사장에게 올리고 있었다.
출생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대개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 부모들이 사랑을 나누는 때와 장소, 그리고 난자와 결합하여야 할 정자의 선택, 아이의 성별, 또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의 보호 등을 맡는다. 요새는 인력이 부족해 운명과 다르게 낙태 되거나 유산되는 아이가 많아 뒤처리하는 데에도 분주하다.
인생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사람의 일생을 프로그래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출생과 사망을 제외한 모든 부분. 성격부터 외모, 배우자, 직업, 종교, 그리고 좋아하는 색상이나 취향까지 모든 것을 프로그래밍 하고 있다. 정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부서로 가장 많은 인원이 여기에 종사하고 있다.
죽음을 담당하는 부서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생부와 협의해서 인구수를 적절히 조절해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생부에 적절한 인구유지 방안(전쟁이나 테러, 살인, 사건, 사고 등등)을 제시해야하고, 죽은 영혼들을 하나씩 데리고 오는 것 역시 그들이 하는 일이였다. 이곳에서는 영혼을 데려오는 일에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는데 그 것은 일 자체는 간단하지만 죽은 사람의 종교, 철학, 국적에 따라 분장을 다르게 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천사장님! 7번 별의 오늘 사망인구는 7만 4932명으로 하겠습니다. 결제해주십시오."
"천사장님! 9번 별에 오늘 태어나는 아이의 성비는 1:1.0325739입니다. 결제해주십시오."
"천사장님! 5번 별에 오랜만에 악랄한 독재자를 넣으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이미 태어나 있는 425,357,149명의 인생수정이 불가피 합니다. 결제해주십시오."
3724지부의 천사장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러 번 본부에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회신을 띄웠음에도 불구하고 몇 백년간 답신조차 오지 않았다. 이 인원으로 계속 지부를 꾸려나간다면 며칠 내에 그가 맡고 있는 별들 중에서 적어도 하나에는 크게 사단이 나도 날 모양이었고, 그 것보다 책상에 가득 쌓여있는 이 서류들을 모두 결제하다가는 그가 먼저 과로로 쓰러질 판이었다. 결국 그는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지친 얼굴의 부장들이 천사장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출생부의 부장은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잤는지, 눈 밑마저 검어보였다. 다른 부의 부장들 역시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아보였다.
천사장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그래, 출생부에서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나."
"인생부에서 인원을 좀 빌려온다면 모를까...... 이틀 이상은 무리입니다."
"저희도 빌려줄 인원이 없습니다. 저희 쪽이 안 돌아가면 최악의 사태가 올 거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만하고...... 그래 죽음부 쪽에서는 어떤가?"
"저희도 어찌어찌 이틀은 버티겠지만 3일은 무리입니다. 요새는 영혼을 데려올 천사가 없어서 죽은 사람이 관 속에서 눈을 뜰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영혼들을 나중에 데려와 보면 제가 다 미안할 지경입니다."
"안되겠군. 내가 본부에 한번 다녀와야겠네."
"본부에 간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겠습니까? 지금껏 인력충원 해달라고 보낸 회신에도 답 한번 없었는데......"
"그래도 가봐야지 어쩌겠나. 안되면 별 하나쯤은 버리고 시말서 써야지. 오늘 일은 자네들이 알아서 마무리 짓도록 하게."
부장들을 내보내고 천사장은 오랜만에 깔끔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25억 년 전쯤에 천사장으로 임명된 후 처음으로 찾아가는 본부였다. 본부에 들어가려고 하자, 대천사의 비서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3714지부의 천사장입니다. 대천사님께 문의 드릴 사항이 있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비서는 수화기를 들어 대천사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대천사님, 3714지부 천사장이 와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과학부에서 손님이 오셔서 말씀을 나누고 계십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십니다."
30분쯤 지나자 과학부 사람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대천사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럼 다음에 보고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과학부 사람이 떠나고 비서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네......네......들어오시랍니다."
천사장은 노크를 하고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들어오게. 하하하. 거의 25억년만인가? 반갑구만."
대천사는 수염을 기르고 수트를 멋지게 빼입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예, 오늘은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아, 인력이 부족하다고 몇 번 연락을 했었지? 마침 잘 됐네."
"네? 이번에 인력이 보충 되는 겁니까?"
천사장은 일이 이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한 터라 적지않이 놀랬다.
"아, 그런 건 아니야. 이번에 과학부에서 새로운 장비를 하나 만들었는데,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걸 자동으로 처리하는 장비야. 근데 아직 데이터도 부족하고 이게 잘못되면 별 하나 정도는 그냥 날아가는 거 아니겠나? 그래서 과학부에서 테스트를 한번 해 달라고 나한테 가져왔어. 과학부에서 작정하고 만든 거니까 큰 일이 나지는 않겠지만 오류 같은 게 있을 수 있으니까 한번 테스트를 해봤으면 하는데, 자네가 맡은 별 수도 많고, 인력도 부족하니까 그 쪽에서 한번 해봤으면 좋겠네."
"하지만 잘못되면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걱정은 마. 조종법도 간단하고, 별 하나 정도니까 말이야. 자네가 실수하거나 기계가 고장 나서 문제가 생기면 그 정도는 내가 덮어주기로 하겠네. 어떤가? 가져가겠나."
천사장은 잠시 고민했지만, 현재 상황에선 어떻게 하든 별 하나가 망가지는 건 똑같다고 생각했기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제가 테스트 해보겠습니다."
"20년 단위로 오류나 버그가 없는지 체크해서 나한테 가지고 오게나."
"네. 그럼."
사무실로 돌아온 천사장은 각 부 부장들을 다시 소집했다.
"이 기계를 어느 별에 설치하는 게 제일 좋겠나?"
"아무래도 2번 지구가 제일 낫지 않겠습니까? 데이터도 많은 편이고, 생활도 제일 안정되어 있고, 다른 별은 아직 진화도 덜 한 인류가 사는 곳도 있고, 2번 지구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그래? 2번 지구면 태양계를 말하는 거지? 흠. 그래 거기가 제일 괜찮은 것 같구만. 자. 얼른 한번 세팅해보세."
수많은 천사들이 기계에 달라붙어 세팅을 하기 시작했다. 2번 지구에는 성격은 그 동안의 데이터를 돌려쓰기로 합의했고, 인구수는 60억에서 70억 사이로 고정시켰다.
"안정적으로 돌려야하니까 전쟁 같은 건 최소 단위로 맞춰놓고, 혁명이나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 될 만한 게 있으면 다 빼버리라고."
"천사장님! 그럼 너무 지나치게 고정적인 생활만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자네! 별 한 두개 키워보나? 어차피 이렇게 안정기가 되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거의 부모들 따라가게 돼 있는 거야. 그렇게 세팅해 놓으라고. 가끔 변수 좀 주고 말이야. 빨리빨리 계속 세팅하라고."
수천 명의 천사가 달라붙은 기계 세팅은 다음날 오전이 되서야 끝났다.
"이런 게 자동화라는 거구만. 이제 20년만 기다리면 되겠군."


"어때, 좀 살펴봤나? 오류나 버그 같은 건 별로 없었어?"
"몇 가지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너무 비슷한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 가족에서 나와 버린다는 점이 있습니다. 데이터 부족이나 설정 실수에서 오는 건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미국엔 부시라는 대통령이 있는데, 아버지도 대통령을 하더니 아들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라는 나라에 가서 전쟁을 일으킨 것까지 똑같더군요. 20년 주기로 설정해놨더니 비슷한 사고가 20년마다 똑같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기계에 한계가 있어서 위대한 성인이라던가, 위인 같은 사람들이 태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생겨버리면 아무래도 변수가 너무 많아서 기계에서 처리가 다 안 되거든요. 또, '도플갱어'라고 해서 기계가 같은 사람을 두세 명씩 동시에 태어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식이라도 되면 뭔가 수정이라도 하면 될 텐데, 그 사람들끼리 만나기 전까지는 기계에서 인식이 안 되서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기계는 같은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오류나 바이러스로 생각해서 한 쪽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또, 무슨 문제가 있냐 하면은.........................(중략)................................어쨌든 쓸 수는 있겠지만, 직접 손으로 해왔을 때보다 질이 떨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 보고 잘 들었네. 그 보고서는 여기에 놓고 가고, 이번엔 며칠 후에 과학부에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해준다고 하니까 이번엔 50년만 잡아서 한번 해보세.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거의 7~8년 전에 써놓은 글이네요.
소재가 좋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무겁고 현실을 반영한 내용으로 다시 고쳐서 쓰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지금이 고쳐쓰기에 가장 적기인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이랑은 스타일이 달라서 생각보다 어렵네요.
이 글 쓸 당시에는 그냥 재밌는 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제가 그 때도 영 바보는 아니었나보다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신고

 

Tragedian    친구신청

꽤 재미있는데요? 베르나르 느낌도 나네요
이전 21 현재페이지22 23 24 25 다음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