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식타격은 어느 정도 했던 상태에서(복싱) MMA를 시작한 반면에,
그래플링 쪽은 완전 쌩초짜로 걸음마부터 한 셈인데요.
지난 번에도 잠깐 언급한 것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크로스핏이 큰 도움이 돼서 쌩초보임에도 꽤 오랜 시간 기술을 배웠던 사람일지라도 별도의 스트렝스 훈련 없었다면 서브미션 당할 일이 없었습니다. 강한 완력은 그래플링에서 정말 최선의 방어 중 하나더군요.
다만, 강한 완력만으로는 할 게 없었습니다. MMA라면 파운딩이라도 하는데 주짓수만을 겨루는 시합에서는 유리한 포지션을 잡고도 할 게 없어서, 멍 때리기도 여러번 ㅎㅎ
게다가 유리한 포지션이라는 개념도 주짓수만의 경기에서는 애매해서, 파운딩을 할 수 없는 마운트 자세가 딱히 유리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드 포지션이 오히려 더 맘편하게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요.
아직은(너무도 당연하게도) 유연한 테크닉이나 크리에이티브한 발상보다는 완력으로 '강제로 암바나 초크 자세로 상대방을 구겨 넣는다'는 느낌입니다. 체격도 비슷하고 완력도 비슷하다면 절대 통하지 않을 방법이네요.
쭉 지금까지 노기(No 도복) 주짓수를 했는데, 최근에는 기(도복) 주짓수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배우다보니 처음에 없던 벨트 욕심이 좀 생겨서...
MMA란 건 정말 말 그대로 여러가지 격투기들의 장점을 스스로 다 녹여내야 하는 것 같네요.
주짓수가 그라운드에서 서브미션을 받아내는 기술이라면, 스탠딩 그래플링에서 그라운드로 끌고 가고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는 것은 레슬링입니다. 스탠딩 그래플링 상태의 교착에서 무릎과 엘보의 공방은 무에타이고, 스탠딩 그래플링으로 가기 전까지의 원거리 공방은 복싱, 원거리에서 킥공격은 펀치와의 컴비네이션보다는 상대방의 빈틈을 찌르는 단발기로 들어가는 편이 많기 때문에, 가라테나 태권도의 느낌.
밖에서 보기 보다 실제로 뛰어들어 배워보니 MMA란 게 와일드한 무차별 격투라기 보단 굉장히 정교한 수학공식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듭니다. 근데 그게 공식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공식을 베이스로 스스로 뭔가를 찾아낼 수 있는 창의력도 필요하다는 거.
뒤늦게 시작한 거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복싱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복싱이 '시조'라면 MMA는 '랩'이라는 느낌?
갈 길이 멉니다. 이기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강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겸손해지고, 동시에 맘 한구석에서 이겨내고 싶다는 투쟁심도 생깁니다. 그렇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인맥이 넓어지고, 라이벌 같은 사람들도 생기고 하는 것들이 즐겁습니다.
강해진다라는 것, 남자라면 엥간하면 갖고 있는 로망인데, 그걸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격랑 안에 뛰어들어 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배울만한 체육관이 몇개 없어서 그게 짜증남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