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를 보고 큰 감동을 받지 않았다. 작가는 이런 평가에 마음이 매우 상하겠지만 어쩌면 이해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을수록 들었던 느낌 때문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특정 부류의 감동을 피한 것 같다. <완득이>는 작가가 깊은 수준의 퇴고를 바탕으로 카타르시스를 내려놓은 수작이다.
소설 내내 주인공 완득이는 적당한 재능을 선보이지만 큰 성공을 이루진 못한다. 주인공의 실패는 전적으로 작가의 인내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끝까지 참는다. 그렇다고 쓰러지면 또 주인공이 아니지. 애초에 주인공은 실패한 적이 없다. 졌다는 표현은 아직 이기지 못했단 말과 동의어일 뿐이기에, 완득이는 담담하게 나아간다.
작가는 작품 내내 일상적인 전개를 펼친다. 결코 흔하지 않은 장면들인데 희안하게도 일상적으로 와닿는다. 작품내 상황이나 인물들의 말투에 약간의 과장을 덧댐으로써 오히려 거창하지 않게 느껴지는 묘사를 선보인다. 그렇게 작가는 작품 내내 노력과 성공을 엇갈려 지나치게 내버려두면서도 패배와 좌절은 대면조차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흘러가는 삶에 펜촉을 흔들어 끝을 맺는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완득이네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해낼 것이다. 완득이는, 자유롭고 선명하게 살아갈 것이다.
김려령 작가는 <록키> 그 첫번째 작품만큼 잘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