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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H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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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앤쓰기】] [영화감상] 그녀(her)를 보고 (8) 2024/01/03 PM 11:20

  그녀(her, 2013)를 보고

 

  영화는 주인공 시어도어의 직업이 편지 대필가라는 점을 통해 감정이란 것이, 적어도 표현이란 측면에선, 반드시 특정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고양이 변태녀를 통해 실체 없는 욕망도 보여준다. 관계에 있어 큰 제한 두 가지를 푼 다음 등장하는 사만다. 감정 없는 기계이자 실체 없는 프로그램 사만다. 그런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시어도어. 이러한 전개를 사랑의 관점에서 봤을 때 사만다는 당연히 사랑의 대상이다. 이 영화는 사랑 영화가 맞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편지 대필은 정작 본인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감정의 한계를, 자괴감으로 급하게 마무리 되는 고양이 변태녀 또한 해소되지 못한 욕망의 한계를 표현한 것이 아닌지. 그리고 사만다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하고 싶은 주인공의 내면의 소리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정확히는 더 좋은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만남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반박하기엔 너무 상식적이라 나 역시 이 격언(?)에 동의하도록 학습되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설명을 붙여보자면, 만남의 목적이란 그냥 시행착오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사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그 좋은 사람과 서로 이끌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사만다를 통해 변해가는 시어도어를 보면 어떨까. 시어도어와 사만다의 연애는 전적으로 사만다가 이끈다. 연애를 포함한 관계 전반은 물론이고 시어도어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시어도어 역시 사만다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만 사만다가 리드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녀의 리드는 카리스마 가득한 추진력이나 지혜와 지식의 통찰력이 아니다. 마치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을 안다고 알 수 있게 이끄는 산파법과 같다. 다시 말해 이미 시어도어 속에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사만다와의 만남 이후 시어도어의 행동들은 원래 그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아니었을까. 마치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렸더니 용기가 나는 것처럼. 사만다가 떠나는 장면 속 시어도어는 너무도 애처롭지만 역으로 시어도어에게 더 이상 마스크가 필요 없어졌음을 보여준다. 내가 만약 영화의 부제를 지을 수 있다면 페르소나라 붙일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말, 그 말을 수정한다.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더 나은 가 될 수 있을 뿐이니까. 영화 엔딩의 시어도어는 오프닝의 시어도어보다 더 나은 사람일까?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훌륭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문자 그대로 더 나아졌는지를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그것이 시어도어가 원하고 선택한 길이란 점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뒷모습의 시어도어는 더 나은 시어도어다. 아니, 더 시어도어다운 시어도어. 나다운 나, 그것은 사만다의 꿈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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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친구신청

정말 좋은영화

용기와 HLR    친구신청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ㅎ

전뇌전기    친구신청

저는 이 영화에서 서로 다른 시간스케일의 상호작용에 관한 철학적 질문이 녹아 있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대화는 상호작용인데 인간의 눈으로 겉보기에 서로 대등해보이지만
감정을 갖게 된 기계의 연산력이 사실은 수 백배도 아닌 수 천만배, 수억만배 월등히 빠르고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느려터진 인간의 수준에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있는 것이라면
만일 대화가 교착에 빠져 침묵을 이어나가는 공백이 길어졌을 때
그 감정을 가진 기계는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지는 반응 없는 시간을 어떻게 인내할 수 있는가..
혹은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은 한가? 이런 생각을 떠올려봤네여

용기와 HLR    친구신청

영화에선 결국 동등한 수준의 상대와 만나는 걸로 해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자체 업데이트라는 일종의 진화를 시작하구요.
애초에 이름 정하려고 책 읽는 속도부터가 ㅎㄷㄷ하죠.
정보 처리력의 극단적 차이를 깔고 시작되는 영화라고 봅니다.

아레아레    친구신청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가 너무 좋았던 영화였음.

용기와 HLR    친구신청

그렇긴 한데 너무 목소리도 좋고 당연한 말이지만 자연스럽게 사람스러웠던 점도 꽤 의미심장합니다.
예를 들어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라는 영화에는 제3자의 시선, 즉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에겐 사람과 같은 톤앤매너로 들리지만
가끔씩이라도 OS의 기계적 음성을 들려줘서 보는 이에게 기계라는 인식을 환기시켰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루리웹 7470428616    친구신청

... 좀 어이가 없는 영화였음 ... 디지털 컨텐츠의 첫반째 특징이 무한한 ctl c ctl v 아닌가? ... 뭐가 그렇게 놀랍고 배신감 느끼는지? ...

용기와 HLR    친구신청

애초에 사만다라는 디지털 컨텐츠를 디지털 컨텐츠 이상의 것으로 관계를 맺다보니 생긴 문제 아닐까 싶네요.
복제의 복제라는 디지털의 특징, 즉 아주 다수의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고 또 그중에서도 특별한 관계조차 다수인...
우리의 관계에 있어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유니크할 것이란 전제가 깨졌지요.
독점의 문제, 그러니까 온리미의 문제보단 온리원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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