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건 케바케라는 거임
분명 군대생활이라는게 뭘 어떻게 해도 그지 같고
어떻게 저렇게 인간이 쓰레기 같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람들도 넘쳐나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동네고, 좋은 사람은 군대에서도 좋은 사람이죠
전 얼마 전에 10년차 전역자 모임 망년회 다녀왔습니다
제 선임부터 동기, 후임들까지
이번에는 사정상 못나오는 사람도 있어서 많지는 않았지만
광주에서 온 형도 있었고
전 춘천에서 올라갔고
결혼할 사람 데려와서 보여준 형도 있었고
여자친구 소개시켜준 다고 데려온 사람도 있었구요
남들이 들으면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구요
어떻게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그렇게 모이고, 서로 좋아하냐고
그냥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거 같습니다
중대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서, 빱 안되는 소대장 아래에서 매일 타 중대 작업까지 불려다니고
근무도 짬 당해서 육군 복무 규정 한계선을 한참 넘는 야간근무에 (주 6일 야간 근무 있음. 투입철수가 2시간이라 하루 수면 4시간)
주특기 덕분에 뻔질나게 불려나가는 훈련 (정규훈련 외 육본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하는 훈련만도 몇번이나 끌려나감)
전방 근무 했던 분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티코 만한 멧돼지와 얼굴 만한 팅커벨을 볼 수 있는 군생활 ㅋㅋㅋ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고된 생활이었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서로 챙겨주고, 돈독하게 뭉쳤던 것 같습니다
군생활이 안좋은 기억으로 남으신 분들이 꽤 많으신 것 같습니다
뭐 대한민국 남자들의 공통적인 PTSD, 트라우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곳이긴 하죠
부조리도 많고, 사고도 많고, 평생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을 많이 당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좋은 사람도 분명히 있는 곳이죠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습니다만
전 운이 좋게도 참 좋은 사람들과 군생활 하다가 나와서
아직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네요
군대가 마냥 쓰레기 같고, 나쁜 기억으로만 남지 않았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인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