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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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다시 읽기] [우상의 눈물] 다시 읽기-part09-구원 (0) 2023/01/22 PM 12:07


이전 회에서 이유대와 아는 형이 나눴던 대화가 이번 회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1. 신은 악마를 매우 거북하게 생각한다.

2. 하지만 악마만이 신을 돋보이게 만들수 있기 때문에 신은 괴롭다.

3. 결국 신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악마를 이용한다.


처음에 담임은 최기표를 막연히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길들여보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임형우가 테러를 당하고, 최기표가 끝내 길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자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담임은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차피 길들여지지 않을 악마라면 자신을 신으로 포장하는데 철저하게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 그 동안 자신의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해 왔던 임형우도 끼워줍니다. 임형우 역시 언젠가 이런 보상을 기대하고 그 동안 담임의 명령을 실행해 왔던 것일 겁니다.)

여기서 담임이 왜 반장으로 이유대보다 임형우를 더 선호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자신과 더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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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페이지에서 임형우는 '선생님은 기표를 구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그것(구원)은 기표가 생각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그들이 진정한 구원에는 관심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앞으로 있을 담임과 자신의 행위를 구원이란 단어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들의 천국>에서 원생들을 구원하겠다는 조백헌 원장의 태도와도 비슷합니다.)


이어서 담임은 자신을 구원자이자 헌신적인 교육자로 포장하기 위해 최기표를 '구원 받아 마땅한 한 마리의 벌레'로 포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담임의 계획을 반 아이들에게 전달하여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임형우는 지식인들 중에서도 특히 언론인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유대는 최기표가 담임보다 강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말을 반전처럼 만들어 주제를 더욱 강조하려는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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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다시 읽기] [우상의 눈물] 다시 읽기-part08-플랜B. (0) 2023/01/21 PM 07:45


지금까지 담임의 행동을 정리해 보면, 그의 목표는 오직 교사로서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 동안의 무사안일이 필요했고, 그래서 임형우를 통해 최기표에게 적절히 당근을 던져주며 관리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바타인 임형우가 테러를 당하게 되자 담임은 전략을 완전히 수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한, 담임의 본성이 비로소 폭로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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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페이지에서 이유대는 임형우의 집 전화번호를 알면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시치미를 뗍니다. 그리고 네 번째 페이지의 담임의 대사를 들어보면, 그가 컨닝 사건의 배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유대는 최기표를 미워하는 담임에게 분노합니다. 이처럼 임형우가 담임의 입장을 대변하듯이, 이유대는 철저하게 최기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임형우는 학교 전체의 영웅이 됩니다. 왜냐하면 학교 밖으로 알려질 수도 있었던 큰 사건을, 자기 한 사람을 희생시켜 '덮었기' 때문입니다. 즉, '무사안일'이라는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복무했기 때문입니다.

일곱 번째 페이지를 보면 담임은 이틀 동안 오로지 최기표의 집을 찾아 헤맵니다. 소설 초반에 잠시 언급되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가정방문을 당한 학생은 담임에게 힘을 쓰지 못합니다. 담임은 결국 최기표의 집을 찾아내게 되는데, 이것이 이야기의 분기점이 됩니다.

이렇게 다시 학교에 나타난 기표의 약해진 모습에 이유대는 심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의 섬뜩한 시선을 확인하고는 안심합니다. 이처럼 이 소설 속의 두 지식인(이유대와 임형우)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철저하게 지배하는 대신 권력을 나눠주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남모르게 애써 온 그 숨은 이야기'에는 담임의 새로운 전략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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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다시 읽기] [우상의 눈물] 다시 읽기-part07-첩자. (0) 2023/01/21 AM 11:35


이번 회에서는 화자인 이유대가 자신의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담임과 최기표 사이의 갈등에서 마치 자신이 최기표인 양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기표라면 ...할 것이다, 기표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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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페이지를 보면, 가정방문 때 어른들의 위선을 혐오하던 이유대가, 여기서는 자신 역시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위선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페이지에서는 이유대가 자신이 더 이상 담임의 첩자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이는 자신은 최기표의 첩자라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이유대는 임형우도 최기표로부터 테러를 당하기를 내심 바랬을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임형우는 여러 면에서 그와 닮았습니다. 따라서 이유대는 임형우 역시 자신처럼 폭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최기표의 완벽하고 조직적인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되기를 학수고대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유대는 최기표가 임형우를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건 합리적인 추론이라기보다는 이유대의 막연한 기대에 가깝습니다.
(최기표의 지배가 완벽하고 조직적이라는 것 자체가 이유대의 착각에 불과합니다.) 그는 자신이 숭배하는 최기표를 자신의 이상에 끼워맞춘 다음,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믿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병원에 도착한 이유대는 임형우가 겉보기에 너무 멀쩡해 보여서 실망을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최기표가 약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허벅지의 담배빵 자국을 발견하고는 안심합니다. 그리고 이제 임형우도 자신처럼 최기표를 숭배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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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다시 읽기] [우상의 눈물] 다시 읽기-part06-갈등과 서열. (0) 2023/01/20 PM 08:43


DP Final exam paper 2에 자주 나오는 질문 중에,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가 있습니다. 이 질문은 '작가가 그 작품을 써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로 바꾸는 편이 좀 더 답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문학 시간에 다루는 작품들DL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이 소설은 질문에 대한 모범적인 답을 제공해 줍니다.


1980년의 대중들은 불안하고 초조한 시선으로 전두환 씨의 출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상국 씨는 한 발 앞서 그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이 소설을 '써야만'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이 소설이 광주민주화운동 이전에 쓰여졌다고 생각합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라면 대중들도 이미 전두환 씨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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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기표는 이번에도 자신을 길들이려는 시도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에게 폭력의 구실을 제공한 누군가를 찾습니다.


이 장면에서, 교사가 물을 때는 대답을 하지 않던 임형우가, 최기표가 물으니 얼른 자수를 합니다. 즉, 그는 교사와 최기표 사이에서 주저 않고 최기표를 선택합니다. 이런 결과에 최기표는 아주 만족했을 겁니다. 그런데 임형우가 자수하면서 임형우와 최기표 사이의 갈등으로 양상이 바뀌자, 이번에는 반 아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앞다투어 임형우의 편을 듭니다.

임형우 > 최기표 > 교사

아이들이 자신보다도 임형우를 더 따른다는 사실은 최기표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임형우에 대한 더욱 혹독한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도 감독인 영어교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서둘러 덮으려고만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교사를 '너그럽기로 이름난'이라고 후하게 평가하고, 다시 교사의 입을 빌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에 가담한 아이들을 '곧고 훌륭한'이라고 평가합니다. 이것은 당시 사회에 대한 반어적 비판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이유대는 최기표의 폭력을 마치 어떤 의식이나 되는 듯이 회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는 최기표의 폭력을 그의 숭배자가 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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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다시 읽기] [우상의 눈물] 다시 읽기-part05-신과 악마. (0) 2023/01/20 AM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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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서 나오는 사촌형과의 에피소드는 결말에 대한 암시이면서 동시에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즉, 신과 악마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공생관계이며, 악마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위선적인 신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악마 역시 신의 피조물이며, 그런 악마를 만든 신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이후에 담임과 최기표의 관계로 실현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최기표가 임형우를 테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잠시 그 상황을 보도록 하죠.

임형우는 반의 우등생들을 모아 부정행위를 통해 최기표의 성적을 올려주자고 제안합니다. 임형우는 그것을 정의인 척 포장하고, 우등생들은 그것이 반의 무사안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의합니다.

여기서 임형우는 만약 걸렸을 때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반의 우등생들이 모여서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일을 반장 한 사람이 책임질 수는 없을 겁니다. 따라서 그의 뒤에 담임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임형유의 얼굴에 스쳐지나가는 교활한 웃음을 발견한 이유대는 이것이 최기표를 길들이려는 담임의 의도임을 간파하고 저항해 보지만, 결국 그것이 최기표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금새 포기합니다. (이 소설에서 이유대는 항상 최기표의 입장에서 판단을 합니다.)

이처럼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표면적으로는 늘 정의나 의협심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항상 각자의 욕망을 꽁꽁 감추고 있습니다. 임형우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 역시도,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숭배하는 담임의 욕망에 충실히 복무해야 자신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담임은 임형우에게 넉넉하게 당근을 던져줍니다.)

이렇게 일이 마무리되자, 임형우도 결국 이것이 반 전체의 무사안일을 위한 것임을 털어놓습니다. 이처럼 작가는 2학년 13반을, 부정적인 인물들이 모여 오직 무사안일만을 위해 움직이는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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