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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병제, 희생 없는 개혁 없다 (1) 2019/11/10 PM 11:59
9시가 넘어서 원래 쉬려고 했는데 써지길래... 음, 원래 써보려고 했던 것 한번 간단히 써봅니다.

 

 

모병제, 희생 없는 개혁 없다


  모든 개혁에는 희생이 뒤따른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혁명과 개혁은 방식의 차이일 뿐, 그 목적은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보니 혁명에 비할 바는 아니나 개혁 또한 희생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갈 때, 낡은 것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던 이들은 손해를 입게 되고, 그 손해가 바로 희생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부당한 이익으로 얻은 기득권의 희생으로 정당한 손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통은 희생으로 간주된다. 제 손으로 들어온 이익이 부당하더라도 그걸 거절할 위인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개혁은 누군가의 희생과 함께 그 희생으로 나타날 반발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이번 주에 나는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여당에서 모병제 검토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군대에 매우 민감한 나라이다. 남성중심사회였던 한국은 대부분의 남성이 군복무를 하게 되자, 군대는 한국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군대에서 배운 상명하복은 자연스럽게 사회에 스며들어 한국사회의 특별한 개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 예시가 바로 해외 원전 수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전의 담당자가 각국에서 모인 기업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중 한국을 보고 매우 인상 깊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일반적인 기업의 모습으로 준비에 임했으나, 한국만은 마치 전쟁을 앞둔 듯한 필사적인 태도로 준비에 임했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한국이 원전을 건설하게 되었다고 한다. 군대의 상명하복이나 군대의 기강을 생각나게 하는 그 모습은 징병제로 인해 군대가 얼마나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과거서부터 내려오던 가치관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동물이었던 시대의 약육강식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형성된 혈통주의 서열 같은 서열중심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애초에 인간은 평등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는 이를 더욱 견고하게 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사회적 세대갈등의 원인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군대문화에 길들여진 기업조직은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의 근무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학교 문화 개선과 함께 군복무 기간 단축, 군 문화 개선은 많은 젊은이들을 이러한 군대 특유의 문화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이 차이가 많은 세대 갈등의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숨쉬는 듯이 자연스러웠던 기업조직의 군대식 문화에 적응한 기성세대는 자유, 평등, 공정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젊은세대와 갈등이 빚어질 수 밖에 없었다.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내뱉는 펭수라는 캐릭터의 유행은 젊은세대의 특성을 나타내는 현상이라 볼 수 있겠다. 군대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보았을 때, 군대체계의 변화는 곧 사회체계의 변화이며 사회전반적인 개혁을 만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다. 희생 없는 개혁은 없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는 보통 환산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가치판단이 쉬운 문화제나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속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관습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몹시 어렵다. 어떤 이에게는 낡고 부패한 문화라고 하더라도 소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해두건대, 나는 서열중심의 가치관을 싫어한다. 태생부터 나는 평등이 아니면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평등을 중요시 했다. 그럼에도 그것이 어떤 이들에겐 가치있는 것이라고 말하는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나잇살 먹어서도 내가 더 나이 많네 다투며 서열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라, 얼마나 소중하면 그리하겠나? 그러니 사회를 개혁함에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군대의 개혁, 모병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흔히 생각하는 모병제의 문제는 휴전과 강대국의 중심이라는 국내외 정세, 모병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해외의 사례들, 징병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징병된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느정도일 것인가? 더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군대는 사회에 지나치게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 사회에 섞여들어간 군대 문화, 군입대 문화, 위수지역의 생계 등 여러가지 문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가지 예시를 통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말해보겠다. 최근 군복무 중인 채식주의자의 고난을 담은 기사가 나오고 있다. 군대에서 제공하는 잡식을 위한 식사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날에는 밥말고는 먹을 것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나는 본래 인간의 본질이 동물이라 여기기 때문에 채식주의는 인간을 동물로 여기지 않는 오만한 사상이라 생각하고 있다. 육식이나 잡식을 하는 모든 동물을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다. 그것은 동물의 본능으로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동물을 좁은 곳에서 사육하며 잡아먹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하며 채식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오만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하는 행동이 무익한 것은 아니다. 다량의 사료를 소비하는 육류의 소비를 줄인다면 분명 자연환경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잡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채식을 한다면 환경적인 부분에서 이익을 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를 고려하기 보다 군의 특성을 논하며 군대의 채식을 부정한다. 왜 그런 걸까? 그건 논리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채식이 없는 군대에서 수 년을 지낸 사람들은 채식이 존재하는 인권적인 군대에 거부감을 느낀다. 물론 금전적인 문제, 체계적인 문제, 생산적인 문제등이 존재하나, 심리적인 거부감이 더 크기 때문에 채식의 이로움을 고려하지 않고 거부부터 하는 것이다. 결론을 내려놓고 이유를 찾는다. 그것은 보통 심리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이렇게 모병제는 현실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문제가 공존한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모병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심각한 저출산이라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이미 1이하로 떨어진 저출산은 회복할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출산정책은 근본적인 원인인 결혼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여 거의... 아니 솔직히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 금전, 환경, 자유, 가치관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결혼기피현상은 저출산을 부르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징병할 수 있는 자원의 부족을 불러 모병제를 검토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성별차별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남성만의 군복무에 많은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여성징병이나 모병제밖에 없다. 그 중 여성징병은 여성들의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니, 젊은 세대만 고려했을 때 모병제가 가장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검토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실 모병제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각오할 수 밖에 없다. 병력의 수를 줄여 적국을 이롭게 한다는 오명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보면 누가 정권을 잡든 모병제를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이러한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여당은 민족주의적 정책으로 인해 나타난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반북, 반공의 가치를 지닌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비난은 더욱 심할 것이다. 이들이 가진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증오는 쉽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다른 문제들이 가벼운 것도 아니므로 모병제를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본다. 최소한 군대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것을 희생한다는 각오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다. 가치관을 바꾸는 일. 쉬울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직업군인 증원과 징병병과의 제한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복무기간이 최소 일년이 넘어야 군대가 유지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문직에 해당되는 말이다. 총만 쏘는 소총수는 교육기간이 그리 길 필요가 없다. 기본 훈련만 받아도 소총수의 역할은 해낼 수가 있다. 탱크를 몰거나 하는 특별한 업무가(사실 잘 모른다. 탱크도 얼마 안걸릴 수도 있다.)아니라면 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예비군이 되면 전문적인 업무를 하기 보다는, 그냥 소총수로 편제되어 총만 쏘고 끝난다. 아무리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도 결국 예비군에서는 소총수가 되는 판국에, 전문직을 징병할 필요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므로 모든 전문직은 직업군인으로 대체하고 나머지 징병자원은 전부 소총수가 된다면, 많은 징병자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저출산으로 인한 자원부족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많은 기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긴 복무기간로 젊은 남성의 반발도 줄어들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소총수라면 6개월도 충분히 긴 시간이 될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할 것이 없어서 대민지원을 나가는 형편인 만큼, 소총수만 있다면 긴 복무기간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6개월정도라면 여성계와 타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본다. 6개월 정도만 나라를 위해 희생하라. 이것도 상당히 마찰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타협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사실 6개월이면 아마 남성도 그렇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훈련만 받다가 끝날 텐데 말이다. 군대의 전문화는 직업군인 증원으로 발전시키고, 군대병력의 유지는 예비군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사회는 지금 공정을 바라고 있다. 이는 고도화된 사회와 고학력의 경쟁과 유리천장의 파괴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 기술, 학력, 사상의 발전이 공정에 대한 희구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때론 편향적이고, 때론 자기중심적이고, 때론 선택적인 상황이 표출되긴 하나, 사회적 공감대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공정을 위해서 정시를 늘려달라는 여론이 늘어난 것이라 본다. 그러나 지금 당장 공정을 위한 정시위주의 교육은 분명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이 될 것이다. 창의성이 없어서 수시를 늘렸는데, 공정성이 줄어들어서 정시를 늘리겠다는 것이이 말이다. 부자들의 고액 컨설팅으로 설계되는 학생들을 보면 공정을 바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아마 공정열풍이 끝나고 나면 창의성 논란이 다시 빚어져 다른 걸 바랄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이 공정을 바라고 있으므로, 그 마음을 충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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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혁명! 변화! 이제 좀 젊어지자구요. 사상이 젊다면 변화를 바라면 좋겠습니다. 재미를 바라면 좋겠습니다. 재미를 위해 마약 같은 걸 하지 말고 재미를 위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보세요. 차라리 그게 더 재미있고 보람찰 겁니다.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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