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들어서면서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제 날카로운 성격에 진절머리가 나게 되었고
저는 아내의 무심함에 진절머리가 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날카로워 마음을 닫고 집구석이 싫어졌다 하지만
저로서는 그 어떤 애정도 느낄 수 없는 무정함에 화가 나고
아내가 밖으로 도는 모습에 저 자체가 날카로워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 부부 상담을 받아보자 제안했었지만
아내는 매번 무시하며 고민조차 없이 거절을 해왔지요.
양육권에 있어서는 아들의 의사가 가장 존중되어야 한다고 서로 합의하였었습니다.
그 동안의 아내가 집안일과 아들과의 애정 쌓는 것에 철저히 무관심 하였기에 믿는 구석은 있었지만
이혼 후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 쪽을 따라간다하여 아들의 대답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혼은 해야겠고,
아들이 엄마를 따라간다면 그걸로 GG치고 마포대교 가려 했는데
예상 외로 아들이 저를 따라오겠다고 하더군요.
아내는 예상치도 못한 이해 못할 상황이라 여기며 말을 바꾸고는
양육권을 둘러싼 이혼 맞소송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저런 신뢰를 기초한 약속은 언제나 내가 언제 그랬어 이건 네가 뭔가 사기를 친거야 식의 흐름을 유지해왔기에
별로 놀라운 반응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다가온 이혼은 감정적 충격도 충격이지만 현실적인 돈의 문제가 너무 가혹하게 다가오네요.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제가 재산 관리를 하다가 아내가 친정에게서 도움을 받겠다면서
아들을 사립초등학교에 입학 시키고는 재산 관리권을 넘겨서 교육비에 어느 정도 지출이 이루어지는지 몰랐는데,
좆소 부모는 장기를 내다 팔아야 할 정도로 나가네요.
20대 후반 좆소무역회사 입사하고 10년간 월급이 20 올랐어요.
첫 2년은 선임이랑 맡았던 아이템이 개 말아먹고 선임이 퇴사해버리고,
사내 다른 팀들 아이템도 엄청 말아 먹어서 연봉 협상의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퇴사 고민할 때 쯤 새 선임이 오시면서 다루는 아이템이 육류 수입으로 바뀌었죠.
선임이나 사장님이나 부장님이 일단 시작은 해주시나 했더니
아무 권한도 없는 당시 그냥 사원이었던 제가 육류 수입 및 국내 수입 판매 종목 등록하고,
또 2년은 돼지고기 수입으로 소소히 벌었습니다.
연봉 협상 얘기를 그 실적 좀 나올 때 했어야 하는데 명절 때마다 3달 치 월급을 주길래 조금 더 기다려보자 했지만
해가 바뀌어도 월급 숫자는 10 오르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5-6년 동안 뭐 코로나나 회사 영업의 실패, 미수금 회수의 장기화로
매달 실적이 -인걸 보며 연봉 협상 얘기도 못하고 월급 10만원 더 오른 걸로 입 닫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솔직히 워라밸이라 자위하며 칼퇴하고 마누라가 내팽개친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가정에 충실한 남편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저자세가 오히려 아내에게 가족에게서 등 돌리기 쉬워지는 기회를 주게 될 줄 몰랐습니다.
주중에는 일한다지만 2시간씩 늦게 오고 매주 금토요일 술약속에 일요일에는 술병나서 하루 종일 쳐자빠져자고,
말 시키면 짜증내고 얼굴 마주치면 애 데리고 나가 놀라는 명령 뿐.
그런 방만한 스케쥴을 가능케 하는 기회로 이어질 지는 몰랐어요.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집안일로 떼우려는 제가 병신 같아 보여서 그랬을까요
솔직히 병신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좆소기업에서 10년을 연봉 올려주길 입 닥치고 있던 것도,
내가 잘하면 아내가 날 이뻐 해줄거라는 기대감에 집안일을 하나씩 더 맡아간 것도
죽은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는 것보다 못한 짓이었던 것 같네요.
남들 스펙다운 스펙 쌓을 때 쳐놀았던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것 같아요.
아들도 저 때문에 스플래시 데미지 받는 게 너무 보여서 아침에 눈떠서 잠들 때까지 매 숨마다 미안하고 죽고 싶습니다.
당장 뭐 전기기능사나 그런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해도 매달 돈 나가는 게 급한 지라
일단 주중에는 회사 나가고 주말에 젊었을 적 식당에서 주방보조나 서빙 알바 다년간 했던 경험에
영어 좀 할 줄 안다는 걸로 어필해서 알바 구하고 그게 잘되면 정직원이라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늙어 빠져 가지고 애초에 알바가 안되네요.ㅋㅋㅋㅋㅋ
20대 친구들은 그냥 웃고 있기만 해도 빛이 나는데 저 같아도 구석에서 설거지만 하는 역할이라도 20대 친구들을 뽑을 것 같긴 합니다.
게다가 당장 면접 보는 중에도 면접 끝나고 집에 가면 아들 밥으로 뭘 요리해주지,
알바가 되면 저녁은 누가 차려주지 생각에 얼굴에 이미 근심이 가득하니
그 덕에라도 안 뽑히는 것도 같구요.
경제적으로 저보다 안정적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아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을,
아들도 자신에게 애정을 주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아내에게
아들을 보내야 나을 지 매일 고민입니다.
30대 후반에 이직을 준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요?
전기기능사 필름공 타일공 사회복지사 2급 알아볼 거 다 봤지만
이미 소문나서 레드오션이다 40되서 시작하기에는 또 너무 늦다 얘기가 많아
진로조차 정하지를 못하겠네요.
+그러고보니 이혼하자고 먼저 얘기 꺼낸 것도 제가 아니네요.
일주일을 도게자 하다가 술 쳐먹고 뻗어서 아들 저녁도 안 먹이고
아들이 배고프다고 저 부르는 모습에 빡쳐서 저도 이혼에 동의한 거였네요..
힘들어도 자식이랑 같이 사세요
10년후엔 님이 승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