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남자친구 사귄지 1년 좀 넘었네요.
400일이 오늘이니깐요...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고 이 글을 씁니다.
그 사람은 얼마나 가슴속으로 울고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서는 안될 인연이었나 봅니다.
그치만 사람 맘은 어쩔수가 없나봐요.
첫눈에 사랑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사람과 저는 서로의 사랑에대해 의심해본적이 없어요.
헤어지자고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예요.
그사람이 너무 가난해요.
찢어지게.
엄마는 일찌기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프신 장애등급 갖고계신 할머니 슬하에서 컸어요.
아버지는 배구선수 하다 힘 잘못썼는지 양아치짓 하다가
장애인 됐구요. 사지는 말짱해요. 그치만 일은 안하고 백수예요.
알콜중독인지 맨날 술을 달고 살아요. 인생 살기 싫겠죠. 그래보여요.
큰누나는 청각장애인.
고등학교 졸업 후 안산공단에서 일해요.
기숙사에서 사는데 혼자 자립해서 잘 살아요.
막내남동생은 스무살때 오토바이 사고나서 죽다살아났어요.
지금 6급장애판정 받고 사는데 일을 하는데도 어디서 몹슬짓 하고다니는지
피씨방 전전하면서 외박 밥먹듯이.
남자친구는 장애인 가족중에 유일한 정상인이예요.
시립대 건축학과 다니다가 돈이없어서 1학기만 다니고 자퇴했어요.
머리는 똑똑한데 상황이 전혀 받혀주질 않아요.
갖고 태어난 신체도 좋아서 쇼모델 까지 했는데
그것도 돈이없어서 포기했어요.
지금은 고모부랑 둘이 체인치킨집 차려서 일해요.
일도 열심히 하고 머리가좋아서 왠만해선 한번 배운건 잊어버리지 않아요.
지금 사는 집은 고모부와 고모 명의로 얻어준 집이예요.
작은집에 방 두칸인데 한칸은 할머니 쓰시고
또한칸은 아버지 남동생 그리고 남친 세명이 자요.
아버지가 술병 머리맡에 놓고 자니까 남자친구 일끝나도
집에들어가면 너무 우울하대요. 하얗게 새벽이 되도록 누워있어도 잠이안온대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남자친구는 목돈을 못모아요.
할머니가 집에 얼마 보태라, 아버지가 조금씩 몇만원씩 뜯어가요.
돈은 모으는게 없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돈을 흥청망청 쓰는것도 아닌데...
전 이사람 이 가난까지 등에업고 같이 고생하려고 했어요.
근데, 제가 나이가 나이인만큼 하나둘씩 결혼하는 친구들
그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하니
왜 그런 고생길을 가려고하느냐,
그런 환경인 사람 만나기조차 힘들겠다
제발 정신차려라
이런얘기들 많이해요 수도없이...
정말 제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람은 처음이예요.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사랑한 사람은 없었거든요.
연애를 안해본것도 아닌데... ...
거의 미친여자처럼 사랑했던것 같아요.
그사람이나 저나 이틀에 한번씩 꼬박꼬박 만나면서
진짜 서로가 아니면 안될 사람들처럼 너무 사랑했어요.
말로 쓰기엔 너무 힘드네요...
부모님 피눈물 뽑으면서... 그렇게 만났어요.
만나지 말라는거 나 그럼 죽어버린다고 협박까지 하면서...
정말,
불효라는거 알지만
남자친구와 끝내는건 너무너무 힘듭니다.
이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어쩔수없이 못헤어지겠습니다.
그 사람이 차라리 고아였다면 그게 더 나았겠다 생각들어요.
못된 생각이지만 그사람 아래 줄줄히 달려있는 그 혹들 다 떼버리고 싶어요.
같이 죽어버리자 얘기도 했었고
아무도 모르는 지방에 내려가서 연락끊고 살자 이런얘기도 했었어요.
제가 맘 독하게 먹고 일부러 잠수도 타고 연락도 끊었는데
정말 그게 너무너무 힘드네요...
지금도 사실 헤어지자고 했지만 너무 힘들어요.
심장을 도려낸것 같아요.
사랑만으로 결혼은 힘들겠지요.
답을 알면서도 글을 쓰고있는 제자신이
이나이 먹도록 사랑 타령이나 하고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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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까 헤어져야 할까요? 결혼은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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