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성지순례갔는데
스페인 마드리드 외각에 있는 대학교 UAX 기숙사에서 지냈어.
방학중이라서 당연히 학생은 없이
단체로온 한국놈들
현지 여행객들
다른나라 단체관광객들..
암튼 여기저기 뒤죽박죽 섞여있는 곳이었어.
밥을 주는데
점심,저녁은 대체적으로 맘에 들어
채소류 , 스튜 , 기름기뺀 고기 , 생선요리 등등 참 좋은데
아침식사만 조금 맘에 안들었어
빵이들어간 초콜릿 (빵에 초코를 바른건지.. 초코안에 빵을 쑤셔넣은건지.. 아무튼 거부감들 정도로 달달한 빵)
과일
요구르트
커피or코코아 한잔
항상 이게 아침밥이었어
난 마지막에
커피or코코아 둘중에 하나 고르는게 별로였거든
매번 아침식당 배식대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생수병 하나를 주면서
"까페? 까까오?"
하면서 커피or코코아 를 물어보는데
조잡한영어+비행긔 좌석에 붙어있는 콘솔질로 알아낸 몇몇 스페인어
를 총 동원해서
'딴거 넣지말고 우유만'
이라면서 매번 아침마다 우유를 먹었지..
그 아침마다 그자리에서 커피 코코아를 주던 여자애가 좀 이쁘더라..
눈에 확들어오는 씨발색기쩌는 그런여캐는 아닌데
식당직원복+위생두건 의 수수함속에서도 화사한느낌이 드는 외모였어
뭐 아무리 그래봐야 나랑 엮일리는 없으니까
그냥 아침마다 가서
"Lecce Sole"
한마디와
"Gracias"
한마디가 전부였어.
재미있는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그냥 주는데로만 먹다보니까
나처럼 그냥 우유만 달라고 하던지..
아니면 현지인들이나 타 외국인들처럼 다양한 주문이 없다보니
아침에 우유만 먹는 한국놈은 나밖에 없었나봐
그렇게 4일째 밥을 먹었는데,
식당 배식대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우유를 받으려고하니까
커피,코코아 타주던 여자애가
날 보자마자
"Lecce Sole?"
하고는 소리없이 웃어주더라
그래서 조금 쑥쓰러워서 끄덕거리며 웃어준후에
"Gracias" 한마디만 하면서 우유를 받아왔지..
그리고
그날 아침은 일정이 모두 취소가 되었어.
이유인즉
애초에 강한 햇살로 뜨거운 스페인이
그날 오전중에만 기온이 34도 이상으로 치솟았고
낮기온은 45도 이상이 나올것으로 예측되다보니
관공서쪽에서 여행객들한테 그날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공문같은게 왔나봐.. 특히나 외국인 여행객들은 더더욱
오전중에 살라망카에 가기로 했던 일정이 미루어지다보니
오전에 이어 점심까지 그냥 잉여롭게 기숙사에서 보냈어
참고로 스페인의 여름날씨는 매우 뜨겁지만
한국처럼 좆같이 습도가 높아서 '무더운' 날씨는 절대 아니거든
차갑지 않고 적당히 미지근한 물 한모금이면 금방 목마름이 해갈되고
뜨거운 야외에서도 그늘만 찾아들어가면 괜찮았으니까,
그래서인지 기숙사의 방들에는 별다른 냉방장치가 없었어
버스로 장시간 이동할때도 그닥 에어컨 자주 안켜고 지붕구멍만 열어놓고 다녀도 시원했거든
단체로 쓰는 식당만 냉방이 되었던것같아
수건 한장을 차가운 물에 적셔서 머리에 두르고
mp3들으면서 학교부지를 어슬렁거리다가
슬슬 땀이 날것같아서 찾아간곳이 식당...
식당에는 항상 얼음그릇이 비치되어있었고
현지인 애들은
그 얼음덩어리 한컵에 소금이나 설탕을 한스푼 뿌려놓고 그냥 먹더라고..
심지어는 얼음덩어리에 식초를 살짝쳐서 먹는놈도 있었으니까.
나도 잔뜩 설탕먹인 얼음 한컵을 들고서
볕 잘드는 창가쪽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자빠져있었어
식당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제각기 이야기를하고 노래하며 기타치고.. 이러면서 놀길래
나는 mp3를 그냥 스피커로 켜놓고 슬슬 졸고있었지.
그러던차에 어떤 여자목소리가 들렸고
눈을뜨자
그 아침마다 우유주는 여자아이가 내려다보고있더라
손에는 배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들고..
늘 아침에 보던 식당직원차림이 아닌
반팔티에
짧고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나니까 조금 새롭더라고..
위생두건으로 가려져있던 머리는
한묶음으로 모아 말총머리로 틀어올렸고
나한테 뭐라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는데
내용이야 모르겠지만
뉘앙스는
"배 드실래요?" 같은 질문이었거든
배 하나를 들고 슬쩍 내밀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나는 흔쾌히 받았고
역시나
"Gracias"
여자애는 바구니를 들고 식당 여기저기에 있던 사람들에게 배,바나나 등을 나누어주곤
갑자기 내 옆자리로 돌아오더니 앉더라.
앉기전에 뭐라 물어보는데..
"여기 앉아도 될까? 이야기를 해도 될까?"
이런느낌의 말이었어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나한테 이야기를 시작했어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서 말을 거는데
나는 도통 알아들을수가 없잖어.
그냥 짧은 영어로
그여자가 말하는것의 반만 겨우 알아듣고는
내가 하고픈말의 반도 안되는 내용을 겨우 영어로 이야기했지
전체내용의 7~80%는 사실상 날려먹는 대화였어.
그여자의 자기소개...
UAX의 학생이다.
집은 @@@@ 에 있다. (지명은 모르니까..)
방학중에 집에 가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했다.
이탈리아,프랑스 사람들만 올줄 알았는데 한국사람이 와서 놀랍다.
그리고
나의 병신같은 자기소개
한국에서왔다.
...
.
내가 여기온 목적은 엘 클라시코 보려고 왔다.
----(여자애가 갑자기 폭소.. 왜냐하면 여자애도 한국인들이 온 목적이 성지순례란걸 알았거든. 병신같은 드립인데 기분좋게 받아주어서 좋았다)
......
.
.
.
.
음... 어... 음...
음..어..
...
.
.
.
너 한국노래 들어볼래?
...
..
.
그리고는 산울림, 송창식 노래 틀어놓고
둘이서 말도없이 한 20분을 앉아있었나봐.
그러자 여자애가 말하길
이제 곧 점심시간
식사준비를 도와야한다
점심에는 빠따따가 나온다
노래 좋았다.
라고는 손을 흔들며 식당주방으로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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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오후일정을 보낸후에
저녁을 먹고
숙소 1층 강당에 내려갔더니
맙소사.. 정말로 그날 엘클라시코를 하더라고.
리그우승팀 바르셀로나
국왕컵우승팀 레알마드리드
수페르코파 에스파뇨르 였는지 뭐였는지
암튼 엘클라시코를했어.. 현지시간 밤 10시에
메시가 두골이나 삽입하면서 3:2로 바르셀로나가 이겼지.
강당내부의 분위기는 거의 패싸움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전투적이었고,
그와중에도 강당구석에 비치되었던 얼음그릇과 컵들을 정리하던 그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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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줄까?
--
아니, 고마워
강당을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이 놓고간 컵따위들을 챙겨서 그 여자애 에게 가져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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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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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천만에요. 이런 구절이 생각이 안나서 나도모르게 맞감사
Gracias
==
여자애는 또 소리없이 미소
나도따라 미소..
밤 12시가 넘은시간
학교내의 농구코트와 풋살경기장은
백형,흑형,꼬레아노 들이 섞여서 한바탕 난리였고
나는 그 여자애와
알콜도수 1% 짜리 mahou 한병 들고 건물앞 계단에 앉아
이문세 노래를 한참을 들었어.
매우 짧은 대화
내용은 모르지만
미소와 웃음소리 잔기침소리
그리고 내 팔에 살짝살짝 닿았던 그 여자애의 어깨
맥주 한병을 거의 다 비울무렵에는
바닥에 놓여있던 내 손등위에 그 여자애의 작은 손이 얹어졌고
이문세 형님 목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던 그 여자애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안들렸지.
용기내서 팔을 들어 그 아이 어깨를 둘러보았고
노래 한곡을 다 들을무렵에서야 조심스럽게 팔을 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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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다. 낮에는 뜨거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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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몇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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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넘었다.. 두시.. 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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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러갈게, 아침준비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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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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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 노래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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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ce..Sole... === 싱겁게 병신같은 드립을 쳤다.. 근데 그마저도 시원한 미소로 화답하며 그 아이는 손을 흔들며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식사는 역시나 Lecce sole...
아침 일정을 소화하고
밥을먹기위해 기숙사로 돌아옴,
뭔가 콩종류를 달달하게 볶아 끓인듯한 죽을 잔뜩먹고
식당 한켠에서 포만감과 햇살에 또다시 졸고있을무렵
그 아이가 어김없이 과일바구니를 들고 식당을 한바퀴 돌고나서
내 옆에 앉았다.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10여분정도 들었을까..
그 아이가 내 손목을 잡아끌면서 무어라 이야기를한다.. 영어는 아니다 그냥 스페인어
뭐라 대꾸도 할수가 없다
손목이 잡힌체로 따라나와 향한곳은
식당 옆의 건물.... 창고가 있었다.
설마 그녀가 날 데리고 와서 한다는게 창고정리라거나 무언가를 짊어지고 오게 하는건 아니지 않겠는가?
창고를 돌아들어가서
햇살이 뜨겁게 비치는곳의 천막그늘 아래에서
강하게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
햇살이 비추었던 뽀송하고 온기있는 잔디위에서 난생 첫 쎅쓰
27년 동정설움이 다 날아가는 첫 쎅쓰
함께 스페인에 왔던 일행중의
형님들이 장난삼아 주었던 콘돔쪼가리 들을 그냥 지갑에 쑤셔넣고만 다녔지 정말로 쓸거라곤 생각치못했지.
나른한 시에스타를 황홀하게 즐기고나서
나란히 누워 mp3를 한참들었어
그러다가 마주잡았던 두손중의 한손이.. (아마 내손이었지)
먼저 빠져나갔고
손이 빠져나간후 자연스레 손이 바지 속으로 들어가 팬티 틈으로 파고들었어
그리고 두번째 쎾쓰!
세상 모든걸 다 잃어버려도 남는장사일것같은 순간이었지...
그렇게 쎾쓰를 한 후에
아무일 없단듯이 그냥 서로 웃으며 시간을 보냈고
떠나기 하루 전날밤
기숙사 지하의 세탁실에서
건조중인 침대시트를 헤치며 이별 쎾쓰를 했지...
아마 내 평생의 추억이자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쎾스일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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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않은 와겔러의 감성팔이 썰
노벨 문학상에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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