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말이 나오고 있죠.
천만 서울 시민 개개인의 마음을 하나하나 분석하기도 어렵고, 같은 지표를 보고서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립니다.
뭐 전부 맞다고도, 틀렸다고도 할 수는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저도 저만의 분석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2030 세대, 특히 남성의 높은 야당선호가 나왔다는 것이지요.
뭐 원인으로는 부동산, LH사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 등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구요.
다 맞는 말 같아서 저도 편승해보려고 하지만, 조금 더 정리를 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7년, 소위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촛불시위로 이어졌고, 국회가 이에 응답해 탄핵을 소추하였으며, 헌재에서 대통령을 파면시키기에 이릅니다.
이런 배경에서 펼쳐진 대통령 선거는 당연히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했고, 야당은 그에 부응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따냅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명백한 악'의 위치였습니다. 국민들은 악에 분노했고, 그에 따라 악에 반하는 민주당을 선택합니다. 아니, 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높은 도덕성'과 '유능함'을 기대받고 임기중에 증명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그럭저럭 잘 해냈습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응수라던가, 코로나19에서의 대처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정부의 행동에 국민은 압도적인 여당의 승리를 챙겨줬습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총선 모두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형세가 불과 1년만에 손바닥 뒤집히듯이,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유능함'의 배반입니다. 과도하게 높아진 부동산, 주식 가격은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이대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잘 살 수 없다는 위기감이 증폭되었다고 봅니다. 곤두박질 치는 출산율, 혼인율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 세대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실로 심각합니다.
이렇게 두려움, 불안감이 지배하던 상황에서 믿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발표를 비웃듯이 집값은 치솟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젊은 세대가 정부에 기대했던 '유능함'을 배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원인을 꼽자면 '도덕성'의 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선때의 문재인 캠프의 슬로건 기억하십니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그리고 임기동안, 이 말이 얼마나 지켜졌느냐가 이번 선거의 결과를 이끈 두 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항간에 떠도는, 이번 선거결과의 원인으로 꼽히는 LH사태, 페미니즘, 인국공 사태..... 이 모든 사태들이 바로 저 슬로건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임기 첫 인사부터 꼬여있었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수많은 낙마를 초래했던 후보자 부적격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문제, 논문 표절 등등...... 시작부터 문재인 정부에 바랬던 '높은 도덕성'은 흔들렸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에 이릅니다. 시작부터 의심을 안고 출발한 겁니다.
그리고 그 많던 여권의 대선 잠룡들은 대부분이 성추문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치명적인 도덕성문제지요.....
그리고 인국공, LH사태, 페미니즘 등 다른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와 다른,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으나 배반당했던 것이지요.
공항 보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게 과연 취업시장에서 힘겹게 노력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공정하다고 느껴졌을까요?
자기가 들어갈 수도 있는 좋은 취업기회를 박탈당한, '불공정한 기회'로 느끼진 않았을까요?
LH사태로 우리는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3기 신도시 강행과 무력해보이는 응징이 과연 젊은 세대의 맘에 들었을까요?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민주당에서 여성 고위공무원 40% 의무화를 추진중입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공정'할까요?
문재인 정부는 '기회의 평등'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위 제도는 '결과의 평등'을 억지로 만들기 위해 '불평등한 기회'와 '불공정한 과정'을 낳는 것은 아닐까요?
다른 수많은 여성 우대 정책 또한, 결과의 평등을 억지로 짜내기 위해 기회와 과정을 뒤틀어버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 때 마이클 센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유행했었죠. 사람들이 '정의'가 뭔지 몰라서 그 책을 사 본 것은 아닐겁니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쉬운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되고, 까다롭고 어려우며 모호한 문제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정의', '공정', '평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관념들을 세상이 대입시켜 고민할 때, 딜레마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에는 자기들의 국정 운영 철학인, 이러한 가치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단편적이에요.
젊은 남성들이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청원도 했었고, 여러 메세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정부는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가 나왔죠.
젊은 남성들이 열거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일련의 수많은 사태들로 불평등으로 인한 박탈감을 넘어서 위기감과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길가에 쓰러진 여성을 잘못 도우면 (안좋은 쪽으로) 인생역전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증거 없이도 여성의 증언만으로도 남자는 형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여성직원과 거리를 둬야 하구요. 실수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벌금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군대문제, 경찰·소방공무원 성별 비중 등등 여러가지 이슈에서 정부의 대책이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유리하게 가지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젊은 청년들이 남녀평등을 반대할까요?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평등할 것인가? 어떻게 정의를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현 정부의 방향성이 탐탁치 않는 것이 속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야당에선 이 허점을 찔렀습니다. 뭐 제대로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안 긁어준 것보단 나았으니까요. 젊은 세대는 그 정도로 목말라 있었고, 현 정부에 대한 신뢰의 임계점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시작할 때는 전 정부라는 '명백한 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악을 물리칠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싸워야 하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모호하고 어려우며 복잡한 문제들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심사숙고한 끝에 좋은 해결책을 내길 기대합니다.
평소에도 잡생각이 많은데 이제 꿈속에서도 눈감고 잡생각을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