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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이와사키 나쓰미 (0) 2014/06/23 PM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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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습니다."

주인공 가와시마 미나미가 말한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은 42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 49곳만이 진출할 수 있는 일본 야구소년들의 꿈입니다. 평균 경쟁률 85 대 1, 그중에서도 도쿄는 강팀이 많은 최격전지구로 유명합니다. 도쿄에 있는 미나미의 학교는 성적은 상위 20퍼센트 내에 들 정도로 학업적인 면에서 뛰어난 학교지만, 야구는 3회전 진출도 불투명한 평범한 학교입니다. 이런 학교에서 고시엔에 가기 위해선 미나미가 150km의 직구를 뿌리며 타임 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줄만한 선수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였습니다.

미나미가 매니저를 하고 있는 야구부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수준 이하의 야구부였습니다. 많은 부원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는 상태였고, 팀의 에이스인 투수는 벤치에서 음악을 듣거나 잡담을 했고 감독을 무시했습니다. 감독 또한 투수를 피했고 스스로 부원들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고시엔에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미나미란 이름답게 세일러복을 입고 주전자를 든 평범한 매니저가 아니었습니다. 미나미는 150km 직구 못지 않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기는《매니지먼트》였습니다.

미나미는 야구부를 경영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먼저 야구부라는 조직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미나미는 야구팀이란 감동을 주기 위한 조직이며, 감동을 주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대회, 고시엔에 가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행동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인데, 마케팅은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구팀에게 고객은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이기도 하지만, 야구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나미는 마케팅의 시작을 야구부원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기업의 첫 번째 기능인 마케팅은 오늘날 너무도 많은 기업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두 말만으로 끝난다. 소비자운동이 이를 잘 말해준다. 소비자운동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그것은 기업에 고객의 욕구, 현실, 가치로부터 출발하라고 요구한다. '기업의 목적은 욕구의 충족'이라고 정의하라고 요구한다. 오랜 기간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는 해왔지만, 소비자운동이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국 마케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 p.122

야구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던 선수들의 문제가 사실은 선수들의 의욕 부족이 아니라 연습이 매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감독이 사실은 지식적인 면에서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소통능력의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데 실패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 외에도 투수, 다른 매니저, 다른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형태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팀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선수들(직장인)은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감독(사장)의 지식이 팀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만으론 고시엔에 갈 수 없습니다. 고시엔에 진출할 만한 팀들은 모두 저정도는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이노베이션입니다. 이노베이션은 가치를 변화시키는 일이며, 조직 밖에서 일으키는 변화입니다. 더 새로운 것, 더 다른 것을 추구해 낡은 것, 도태중인 것, 진부한 것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일입니다. 미나미는 감독과 상의해 야구계에서 이노베이션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노 번트, 노 볼 전략입니다. 보내기번트를 지양하고, 포 볼을 골라내는 연습과 볼을 던지지 않는것, 그걸 위한 수비의 보강이 중점이었습니다. 야구계의 이노베이션은 현실에서도 존재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가 말하는 것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선수의 출루 능력은, 특히 평범한 방식으로 출루한 경우라면 다른 능력과 비교해 대단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출루, 다시 말해 아웃을 피하는 능력은 수비 능력이나 빠른 발과는 비교도 되지 못했으며 장타력에 비해서도 하찮게 여겨졌다. 그 덕분에 팀의 승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출루율 좋은 선수를 헐값에 사들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머니볼》p.186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이던 오클랜드가 리그 우승, 20연승이라는 신기록과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룬 것처럼 미나미의 매니지먼트에 힘입은 야구부는 극적인 결과를 이뤄냅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적 갈등과 화해, 비극과 희극, 감동과 눈물은 소설이 가져다주는 탁월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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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아이웨이웨이) (1) 2014/06/18 PM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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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아트리뷰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1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하루 방문자 10만 명의 블로거 아이웨이웨이가 2006년부터 블로그가 폐쇄당한 2009년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트 3천여 개 중 110여 개를 간추려 묶은 책이다. 그의 예술 작업과 사회 운동의 경계에 있는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는 중국의
현재의 삶과 문화가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국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그의 직설적이고 통쾌한 언어들의 집합 즉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는 그가 말한 것처럼 중국에 꼭
필요한 선물이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각을 위한, 그리고 발전을 위한 토대이고 거대한 변화를 위한 시발점이다. 그의 모든
행동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이슈들은 젊은 중국인들의 의식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부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중국이 아닌, 중국인의 관점으로 서로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인 것이다. 중국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주제와
사건들을 바탕으로 짜놓은 그의 정밀한 말과 생각의 그물망이, 우리의 사회와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환기시켜 준다.










차오니마(草泥馬)1, 욕설, 서식지와 먹이, 끝내 '조화롭게(和諧)' 되기까지의 이 신비로운 동물의 탄생과 종말, 그리고 고양이 피하기(朶猫猫), 팔 굽혀 펴기(俯臥撑)2…… 내 머릿속은 온통, 커다란 바위를 더럽히기에 안성맞춤인 계란들로 가득 차 있다(계란으로 바위치기는 무모한 일이지만 적어도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한나라 시대의 화병을 떨어뜨려 깨뜨렸고, 선사 시대 주먹 도끼에 페인트를 씌웠으며, 옛날 탁자와 사원을 분해했고, 도자기 속의 오줌 줄기에 영원성을 부여했고, 중국의 외딴곳에 사는 1,001명의 사람들을 독일의 작은 소도시로 불러들이는 등(p.16) 별별 일들을 해 왔다. 2011년 출간된 『아이웨이웨이』(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미메시스)를 통해서 익히 이 양반에 대해 알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은 완전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제 나는 이 에세이와 인터뷰를 손에 든 지금 그런 어렴풋함이 하나의 도상적 이미지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고 느낀다.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읽기는 거의 최근 몇 년간의 중국 신문(이들을 믿을 수 있다면)의 일독과 비슷하게 여겨지는데, 인접한 아시아권 국가라는 점에서도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굴러가는' 작태와 '생겨 먹은' 모양 역시 엇비슷해서인지 나는 중국과 한국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위 '댓글 알바 부대' 우마오당(五毛堂)을 보면서는 같은 목적으로 운영된 '십알단'과 <I DON'T NEED SEX, THE GOVERNMENT FUCKS ME EVERY DAY>라는 멋진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떠올렸고, 2008년 발생한 쓰촨 성 지진 때 학생들을 남겨두고서 쏜살같이 교실을 빠져나간 교사 판메이중(范美忠)은 범법자인 부작위범 이준석 선장과 대동소이하다. 못마땅한(상당히 자주) 법치주의라는 잣대를 들이민다면 교사라는 직업에 법적인 책무를 물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판메이중은 진실을 말했다. 「나는 자기 보호 본능이 아주 강하다. …나는 한 번도 용감했던 적이 없었고 그저 나 자신만을 걱정할 뿐이다.」 뻔뻔스런 진실과 멍청한 거짓 중 어느 쪽이 더 조롱을 받아 마땅한지는 굳이 견주어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무척이나 끔찍하게도) 사례가 또 있다. 90년대 중국의 한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3백 명에 가까운 어린 학생들이 사망했는데, 당시 공산당 관리들이 먼저 자리를 피하는 동안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자리에 남아 있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C 국(國)과 K 국 ㅡ 중국과 한국 ㅡ 을 같은 직선 위에 놓인 두 개의 점이라 여기지 않을 수 있겠나. (심지어 우리가 '중국 짝퉁'이라 부르는 것들도 중국 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내가 용산에서 군 시절을 보낼 적에 007가방을 펼치고 도로변에 앉아 담배를 팔던 중산모를 쓴 노인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것을 발암 물질이 잔뜩 들어있는 이상한 물건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그 담배가 가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그것을 구입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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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고무공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차이겠지만,


그것이 당신들의 운명이요 삶의 의무이니 어떤 생각도 갖지 마시라.


그게 싫다면 그냥 바람 좀 빼시든가.」




ㅡ 본문 p.97





아이웨이웨이가 비록 건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다>와 <~가 아니다>만 있는 게 아니라 <~이거나 아니거나>, <또는>, <그 밖의>, <또한>이 함께 존재한다. 내가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아이웨이웨이라는 단어 밑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있으나 머지않아 그의 이름이 깨끗한 텍스트로 화면에 나타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그는 때로는 삼무(三無)인 ㅡ 신분 증명 서류가 없고, 일정한 주소도 없으며, 고정된 수입이 없는 자들 ㅡ 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너진 템플레이트'를 보며 원래의 서 있는 작품보다 낫다고 했을 때는 자신의 작품에 벼락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으며, 「아름다운 꿈과 웅대한 이상을 말하는 것은 안전하다. 언제까지나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행동을 통해 그것들을 현실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마도 바로 앞에 있는 첫 번째 돌에 걸려 비틀거릴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에도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그가 무질서와 혼란, 의심, 울타리가 쳐진 자유, 개인과 집단, 서구와 물질 등에서 과연 얼마나 발을 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뻔뻔스런 강도짓과 은밀한 박탈, 암울한 땅뙈기, 블로그 호스트(와 배후)와의 드잡이 속에서 정신 병원3에 가지 않고 소금 절인 생선처럼 펄떡이기를4 소원한다.




1 차오니마
중국 네티즌들이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해 정부를 비난하며 만들어 낸 가상의 동물. '풀, 진흙, 말'이라는 의미의 차오니마는 '니미씨팔'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욕설과 발음이 똑같다. 차오니마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멸종 위기에 있는 신비로운 이 동물은 말러 고비 사막(ma le ge bi라는 발음이 '뒈져라'와 유사)에 살며, 그 존재 자체는 민물게(河蟹)의 게걸스러운 잠식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민물게 역시 '조화'를 뜻하는 중국어 和諧의 발음과 관계된 비슷한 말장난으로, 인터넷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내용에 대한 공식적 검열이나 삭제를 에둘러 가리킨다. 게걸스러운 민물게들은 차오니마가 주식으로 삼는 '비옥한 풀(중국어 발음이 '씨팔'과 유사)'을 두고 차오니마와 경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국이 이를 간파했고 차오니마와 그와 관련된 모든 언급은 삭제되고 검열당했다. 다시 말해 '조화롭게' 되었다.(p.509)

2 고양이 피하기, 팔 굽혀 펴기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와 비슷한 중국식 표현.(p.507)'

3 정신 병원
지방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불만을 품고서 중앙 정부로부터 직접 도움을 구하려고 베이징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포상금 사냥꾼을 고용했다. 이들은 정신 병원 감금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탄원서 제출을 막는다.(p.503)

4 소금 절인 생선이 펄떡인다
곤경에서 요리조리 빠져나오는 것을 묘사한 표현.(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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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굽혀펴기가 의외로 중국내에서 반향이 있었던 모양이네여
[도서] [서평] 선거는 민주적인가 - 버나드 마넹 (0) 2014/05/29 PM 10:02
오늘날 대의 민주주의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등장한 이후로 대의제는 한 번도 심각하게 도전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국가나 독재자들도 명목상으로나마 선거를 합니다. 대의제는 너무나 당연시되다보니 아직까지도 대의제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버나드 마넹은 대의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인상적이게도, 대의제는, 그리고 대의제의 근간이 되는 선거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귀족적입니다.

정부 유형의 다양한 형태로 대의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정치적 개념에서 대의 민주주의는 대의정 또는 공화정이라 부르고, 직접 민주주의는 민주정이라 부릅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대부분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되지만 아테네는 순수한 의미의 민주정은 아니었습니다. 아테네의 정치제도에서 인상적인 것은 추첨방식입니다. 제비뽑기로 행정관을 뽑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추첨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민들 가운데서 스스로 공직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원하고, 그 중에서 추첨을 통해 행정관을 선출했습니다. 때문에 추첨제도의 문제점인 무능력하고 의지없는 사람이 랜덤하게 뽑힐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정의 기본적인 원칙은 민중이 통치자이자 피통치자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 두 위치를 번갈아 가며 차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정의 기본 원칙"인 자유가 취해야 할 두 가지 형태 가운데 하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자유의 한 형태는 다스리고 또 다스림을 받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주적 자유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면 자신이 차지할 그 자리에 오늘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 p.46

아테네의 공직은 추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아테네는 추첨과 선거를 병행했습니다. 최고 재정 담당, 최고 군사령관 등 중요직은 선거를 통해 선출했습니다. 추첨을 통해 선출되던 선거를 통해 선출되던 아테네의 행정관은 언제나 민회와 시민 법정의 감시를 받았고, 임기 중에도 직무 정지를 당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이면 누구나 행정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었고, 행정관이 만든 법안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재심사시 법안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법안을 만든 행정관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새로운 법안을 통해 대규모 공사를 남발하다가 세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국회의원이 있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의정부는 광대한 국가에서 시민들을 한 데 모으는 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기술적인 필요로 만들어진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대의정과 민주정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우리가 대표자를 선출할 때 선거를 할 것이냐, 추첨을 할 것이냐로 구분됩니다. 만약 대의정부의 필요성이 인구수로 결정된다면, 현재도 작은 마을이나 소규모 지자체는 대의정을 버릴 수 있습니다. 고대부터 근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추첨을 민주적인 것으로 보았고, 선거를 과두적이거나 귀족주의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추첨을 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은 고대 그리스만이 아니었습니다. 추첨은 18세기만 해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인민들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을 선거하는 기간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노예가 되어 버리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회계약론》

18세기의 엘리트들은 당시 등장했던 선거권의 확대 등 정치적 변혁기를 맞이해서 추첨방식과 선거방식에 대해 논의했고, 다수의 엘리트들은 근대의 정치는 오직 선거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결정합니다. 대의 정부가 등장했을 무렵에 중요했던 정치적 평등은, 권력에의 동의에 대한 평등한 권리였지 관직을 가질 평등한 기회는 아니었습니다. 선거는 탁월성의 원칙을 지닙니다. 선거로 뽑고자 하는 시민의 대표는 자신을 선출한 사람보다 사회적으로 더 뛰어나야만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탁월성은 인품일 수도 있고, 때론 능력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재력이었습니다. 돈이 많을수록 자신을 타인에게 더 홍보할 수 있고, 그것은 그 사람의 탁월성으로 연결됩니다.



메디슨은 공화정을 정의하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선 "나머지 사람들에 의해 선출된 소수의 시민에게 정부의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다. 선택된 시민 집단이라는 매개를 거치면서 대중의 견해가 정제되고 확대되는 효과를 가진다. 그들의 지혜는 나라의 진정한 이익을 가장 잘 분별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애국심과 정의에 대한 사랑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나라의 진정한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 p.150

문제는 후보자의 탁월성은, 실제 존재하는 탁월성이라기보단 인지된 탁월성이라는 것입니다.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던 간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입니다. 선거는 학력시험처럼 능력 위주의 시험이 아닙니다. 또한 시민들이 어떤 후보의 공약을 보고 투표했다고 해서 그 공약이 지켜지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공약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며, 선거에 당선된 대표자를 절대적으로 구속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선거제도하에서 대표자는 인민과, 인민의 의지와 일치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선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주의적이고 귀족주의적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합법적으로 공직에 진출할 자격이 있는 한, 선거가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의제는 불평등주의적이면서도 평등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귀족주의적이면서도 민주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의제는 의회 정치 구조에서 민중정당 시대를 넘어 청중 민주주의적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의 변화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대의제라는 큰 틀 안에서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자는 오늘날에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대의제의 귀족주의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귀족주의적 측면은 잘 인식되지 않고 잊혀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의제를 좀 더 민주주의적으로, 혹은 좀 더 귀족주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적 요소를 원한다면 중요한 것은 여론의 자유와 토론입니다. 대의 체제에서 시민들이 공공 결정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회고적 의견을 바탕으로 투표해야만 합니다. 선거는 그 특성상 불가피하게 엘리트를 뽑습니다. 그러나 그 엘리트가 누구냐를 정하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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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전쟁은 사기다 - 스메들리 버틀러 (2) 2014/05/29 PM 03:31


통계에 의하면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전쟁이 없던 때는 전체의 8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체첸, 소말리아, 수단 등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행위를 밥먹듯이 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전쟁을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며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의 역사만큼,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의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스메들리 버틀러의《전쟁은 사기다》역시 수많은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책 중 하나입니다. 인상적인 점이라면, 스메들리 버틀러는 해병대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라는 점입니다.

스메들리 달링턴 버틀러는 16살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필리핀, 중국, 쿠바, 파나마, 온두라스, 니카라과, 멕시코, 아이티, 도미니카의 전투에 참여했고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위치한 미군 상륙 기지의 지휘관을 맡기도 했습니다. 121회의 전투에 참여하면서 16개의 훈장을 받았으며, 그 중 하나는 해병대 최고 훈장인 브레빗 훈장이었고, 두 개의 명예 훈장을 수훈했습니다. 48살에는 역사상 최연소로 소장으로 진급합니다. 파시즘을 증오했던 버틀러는 무솔리니를 공개석상에서 비판했는데, 이로 인해 당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이탈리아가 강하게 항의하자 후버 대통령은 버틀러를 군사법정에 세웁니다. 이 일을 계기로 버틀러는 50의 나이에 퇴역합니다.



나는 가장 역동적인 군대인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했다. 소위부터 소장까지 해병대의 모든 지휘관 계급을 거쳤다. 그런데 나는 그 기간의 대부분을 '빅 비즈니스(대기업)'와 월스트리트와 은행을 위해 일하는 고위 폭력배로 보냈다. 요컨대 나는 자본주의를 위해 일한 사기꾼이자 폭력배였다. 나는 그 시절 내가 사기꾼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 내가 사기꾼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모든 직업 군인들처럼 나도 현역을 떠나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생각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상부의 지시에 복종하는 동안 내 정신 능력이 정체되어 있었다. 이것은 모든 현역 직업 군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p.52
1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군인들은 직업을 구할 수 없었고, 정부에서 약속한 상여금을 바라보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 회복이 둔화된다는 이유로 상여금 지급을 거부합니다. 참전군인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 이런 병사들을 지원한 최고의 후원자가 병사들의 장군으로 불리웠던 버틀러였습니다. 상여급 지급안이 계속 부결되자 시위는 계속되었고, 후버 대통령은 육군에게 참전군인들을 해산시키라고 명령합니다. 더글러스 맥아더와 패튼은 연대와 탱크를 끌고 와 시위대를 공격했고, 시위대는 4명의 사상자와 1000명의 부상자를 냅니다.

퇴역 후 버틀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전 평화주의 연설을 합니다. 버틀러가 보기에 전쟁은 시민들의, 더 좁은 의미로 젊은이들의 피를 바쳐서 자본가들이 돈을 버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참전했던 전투 지역은 모두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멕시코의 전투는 미국 정유사들의 안전을 위함이었고, 아이티와 쿠바에서의 전투는 은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설탕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도미니카에 쳐들어갔고, 안정적인 바나나 수입을 위해 온두라스를 공격했습니다.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지키기 위해 니카라과를 공격했고 지배했습니다.



어느 용의주도한 애국 기업은 엉클 샘에게 48인치 렌치를 144개나 팔아넘겼다. 물론 그것들은 아주 훌륭한 렌치였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 렌치로 돌릴 만큼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진 너트가 지금까지 한 개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하나는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에 설치된 발전기 터빈을 고정하는 너트였다. - p.92
버틀러는 수많은 전투와 전쟁을 보면서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건 기업뿐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전쟁은 정부로 하여금 비효율적인 지출을 강요했고, 결국 기업가들에게 평상시보다 엄청난 부를 약속해주는 구조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버틀러는 전쟁에 들인 돈이 총 520억 달러였는데, 그 중 실제로 전쟁 자체에 쓰인 돈은 390억달러였다고 말합니다. 그 차액은 고스란히 기업가들에게 돌아갔고, 소수의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이 생겨납니다. 전쟁으로 생겨난 이득이 소수에게 집중된 반면에 전쟁으로 인해 생긴 빚은 일반인들의 세금으로, 그 중에서도 군인들이 가장 많은 빚을 갚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도중에 군인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봉급을 받았는데, 그 봉급마저도 정부에 다시 돌려줘야 했습니다. 군인들은 상해 보험료를 자기 봉급으로 내야 했고, 지급받은 탄약과 군복과 식량에 대한 비용도 내야 했습니다. 일자리를 버리고 참호 속에서 자고 전투 식량을 먹고 옆에서 폭탄이 터지며 죽이고 죽이고 죽어야 했던 군인들이 전쟁 빚의 대부분을 갚았습니다. 그들이 살아 돌아왔을때는 이미 육체, 혹은 정신이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1914년 8월 유럽인들이 빠져 있던 저 열광은, 12월에 사망자 수가 총 백만을 넘어서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전쟁은 시체를 생산했다. 900만 명 이상이 대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변소. 질 낮은 식사. 피 냄새. 썩는 냄새, 인간과 쥐와 말 냄새, 수류탄 타는 냄새. 시체 위에서 양귀비가 피어났다. 전쟁은 악취를 풍긴다.『데일리 미러』의 한 필자가 쓴 글은 게재되지 못했다. "병사의 마음속에는 증오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하는 것이다. 전쟁의 이유,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단합된 힘으로 모두 함께 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사실 그들은 총알받이에 불과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개개인은 전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오는 오히려 후방에 자리잡고 있다. 병사들은 전투가 미친 짓이라는 점을 분명히 본다. 그래서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 휴전, 큰 전쟁을 멈춘 작은 평화》
버틀러는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가 전쟁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전쟁을 막기 위해선 특정 그룹이 전쟁에서 이득을 볼 수 없게 해야만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득을 낼 수 있는 여타 온갖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체, 은행과 투자업체 등의 임원과 관리자와 고위 경영자를 징용하고,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모든 사람들의 수입이 참호 속의 군인에게 지급되는 월급보다 많지 않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 제한된 국민 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데, 이 투표는 모든 유권자가 아닌 전쟁에 소집돼 나가서 싸우고 죽을 사람들, 즉 젊은이들만 참여하는 국민 투표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버틀러는 미국의 패권주의, 제국주의적 모습을 경계하면서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해 군함은 해안선 200마일을, 공군은 500마일 이상을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나온 이 책의 주장은 안타깝게도 오늘날까지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 말은, 지금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피를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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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제시카    친구신청

전쟁은 하나의 가치창출이죠 ㅋㅋ 돈을 벌기위해 전쟁하는것 지는놈이 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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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그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ㅎㅎ 고대 전쟁의 가장 큰 요인이자 현재도 마찬가지죠
[도서] [서평]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 마틴 브레이저 (0) 2014/05/26 PM 12:05
1859년, 런던에서 출간된 한 권의 책은 전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은 분명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과학책들 중 하나였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과학적, 신학적, 철학적 반응이 일어났고, 언론인, 문필가, 상인, 사업가, 교육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너도나도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주교, 시인, 개 사육자, 가정교사도 다윈의 책을 읽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신분과 직업과 관계없이 사람들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개념을 논의하고, 그 쟁점을 자신의 문화적 맥락에 편입시켰습니다. 그것은 일반 사회에까지 뻗어나간 과학에 관한 최초의 진정한 대중논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다윈의《종의 기원》은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학적인 현안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종교적인 차원에서 대규모의 反다윈 운동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윈이 책을 내기 이전부터 기독교의 논리는 도전받고 있었고, 이미 성경의 내용은 하나의 비유에 불과하다고 대중들에게 인식되던 시기였습니다. 다윈의 책은 신학적인 부분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더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윈의 책에서 영감을 받은 사회다윈주의는 산업계의 부호들과 공장주들에게 환영을 받았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권력을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착취하는 것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줬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더 나아가 제국주의와 우생학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다윈의 책은 세계 역사에 의도하지 않았던 자국을 남겼습니다.

다윈이 남긴 기록을 보면 신중했던 그는 자신의 책이 미칠 영향력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내용을 점검하고 수정했으며 출간 이후에도 계속적인 보완을 거쳤습니다. 특히 인간과 관련된 부분을 언급하는데 있어서 신중했는데,《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의 출간은《종의 기원》출간 이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과학적인 영역에 있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오늘날 과학책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러저러한 일반적인 사항들에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문체는 놀라울 정도로 개인적이며, 그래프나 수식도 없고, 실험실에서 하얀 실험복을 입고 일하는 연구자도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전문 용어도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다윈은 진화가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실험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다윈 사후 한 세기가 더 지난 뒤에야 등장합니다. 다윈은 책을 통해 그저 생물들에서 변이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다윈은 어떤 경우엔 운이 없었고, 어떤 경우엔 기술이 없었습니다. 다윈은 동물의 돌연변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이 문제는 운이 없었습니다. 다윈이 완두콩을 연구했거나 초파리를 연구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마틴 브룩스의 지적처럼 다윈이 그런 행운을 얻을 수 있다면 턱수염을 밀고 린네 학회에서 알몸으로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며, 최신 부리 측정 장비까지 덤으로 제공하는 갈라파고스 제도행 무료 여행 티켓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다윈은 무덤 속에서 통곡했을 것이다. 그는 유전의 매커니즘을 제대로 알지 못해 평생 동안 자신의 진화론을 더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없었다. 다윈이 제시한 진화론의 증거는 생물과 환경의 비교 연구와 화석기록, 동식물 사육에서 얻은 게 전부였다. 그 증거들은 특별한 것이었지만, 기술적이고 간접적인 것에 그쳤다. 그런데 초파리 염색체에 대한 연구는 실험적 증거라는 정통성을 더해 주었다. -《초파리》p.141

마틴 브레이저의《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는 다윈이 활동했던 시대에는 절대로 알 수 없었던 문제를 다룹니다. 다윈이 활동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캄브리아기에 해당하는 화석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전의 선캄브리아기의 화석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화석기록만 보면 어느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동물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때문에 화석기록은 다윈의 가설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창조론자들은 이 사실이 신이 동물들을 만들어낸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캄브리아기 화석에 대해 화석 동물은 난데없이 등장하고, 지질 기록은 커다란 틈새로 가득하며, 골격이 전혀 없는 생물은 보존될 수 없다는 등 다윈은 다양한 가설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다윈의 숙제는 찰스 둘리틀 월컷이 해결했습니다. 월컷은 껍질이나 골격이 없는 연한 동물들의 화석을 발견함으로서 선캄브리아기가 동물 진화의 공백기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였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런 화석들은 현미경을 통해 관찰해야 했기 때문에 다윈에게는 불가능한 지식이었습니다. 마틴 브레이저 역시 전세계의 다양한 광물들, 특히 인산염 광산에서 얻은 광물들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을 보여줍니다.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선캄브리아기의 역사는 다윈 후대의 과학자들에 의해 되찾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선캄브리아기도 끊임없이 진화의 역사가 계속되었다면, 왜 캄브리아기에 폭발적으로 골격을 갖춘 동물들이 등장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기존의 주류 가설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던 시기에 동물들의 눈이 발달했고, 눈으로 인해 빛에 적응했고, 갑옷을 두르고, 보호색을 갖추는 등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틴 브레이저는 동물들이 골격을 갖추기 시작된 원인으로 입을 지목하며 화석기록에 최초로 나타난 육식 동물을 지목합니다. 단순히 플랑크톤을 흡수하던 동물들이 입을 만들면서 생태계 피라미드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구도에서 골격이 발달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학자가 된 마틴 브레이저는 오랜 여정을 통해 다윈으로부터 시작된 선캄브리아기와 캄브리아기의 난제에 도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지렁이, 대구, 토끼, 고래, 늑대, 코끼리, 그리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공진화를 하는 공생관계에 있는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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