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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사람 껍데기 _ v2 (0) 2024/05/02 PM 05:03


사람 껍데기



어른들은 더 이상

개미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더 이상

개미의 죽음에 슬퍼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는 잔뜩 배부른 고양이 되어
생지 꼬리 휙 내던져, 갸날픈 비명에 낄낄.

병아리 덜미 콱 으깨어, 벌건 핏물이 뚝뚝.

나비 날개 팍 짓이겨도, 참 잘했어요 짝짝.


당연한 듯 잔혹해진 세상에서

아이는 더 이상

사람 껍데기를 쓰지 않는다.
구멍난 마음, 금으로 떼우면 그만.

거리낌 없이 물어뜯고

어른과 똑닮은 표정을 짓는다.


...

퇴고작. 과 덧붙임.

사람 껍데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 말하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보고 화들짝 놀랜다.

조련이 필요한 건 누구일까.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것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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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불을 켜두어요 (0) 2024/05/01 PM 07:29

불을 켜두어요



겉인사라도 해줘요.

편히 잠들 수 있도록.

파도도 치지 않는

찐득한 밤에 파묻혀

훌쩍일 거예요.

내 안의 바다가 창문에 넘치도록.

그러니 어서 겉인사라도 해줘요.

내일, 다시, 안녕할 수 있도록.


불을 켜두어요.

귀갓길이 흐려지지 않도록.

별이 잠들어도

발소리를 남기고

초인종을 누를 거예요.

텅 빈 방이 채워지도록.

그러니 어서 거짓말을 해줘요.

다녀왔니, 안녕해주세요.




퇴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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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선제적 방어 행동 (0) 2024/04/25 PM 05:07

선제적 방어 행동



위협에 굴할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수모를 견딜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욕망을 숨길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체제에 굽힐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선제적 방어 행동.

범인이 총을 들자

당신도 총을 든다.

모두가 총을 드니

어라? 누가 범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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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너는 나의 밤을 훔쳤다 (2) 2024/04/18 PM 05:20

너는 나의 밤을 훔쳤다



색마저 잠이 들어

검정으로 칠해진 밤.

시계침 째깍이는 소리마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마저

이토록 또렷한데

목소리는 어째선지 닿지 않는다.


너는 무엇이 두려워

밤하늘에 숨었니.

토닥여 주고파도

그림자 한 자락 보이질 않는구나.


잊은 듯 지내다가도

별이 떨어질 때면

너일까 마음을 졸이고

별이 스치울 때면

너일까 한참을 들여다본다.


반짝이는 만큼

더 기다릴 테니.

다시 만날 우리

아무렇지 않게 손 흔들고

별이 다 질 때까지

서로의 밤을 속삭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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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연    친구신청

시가 정말 좋네요!

치즈맛나쵸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단편_습작모음] [시]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0) 2024/04/16 PM 05:44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4.4.16)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애가 우는 걸까 걱정하지 않게.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젖을까 걱정하지 않게.


오늘이 얼룩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파도가 꽃잎을 덮쳐

너무 이르게 져버린 봄날이

호사가들의 침에 더럽히지 않게.


오늘이 그늘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햇살에 널어야 하니

멍울을 풀고, 눈물을 말려

더 이상 깊은 바다로 빠지지 않게.


오늘은 맑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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