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껍데기
어른들은 더 이상
개미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더 이상
개미의 죽음에 슬퍼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는 잔뜩 배부른 고양이 되어
생지 꼬리 휙 내던져, 갸날픈 비명에 낄낄.
병아리 덜미 콱 으깨어, 벌건 핏물이 뚝뚝.
나비 날개 팍 짓이겨도, 참 잘했어요 짝짝.
당연한 듯 잔혹해진 세상에서
아이는 더 이상
사람 껍데기를 쓰지 않는다.
구멍난 마음, 금으로 떼우면 그만.
거리낌 없이 물어뜯고
어른과 똑닮은 표정을 짓는다.
...
퇴고작. 과 덧붙임.
사람 껍데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 말하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보고 화들짝 놀랜다.
조련이 필요한 건 누구일까.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것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