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지하철에서 내려 글랜체크 음악을 들으며 리듬타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가 지하철 출구에 있는 주차장 조경풀숲에서 굴러 떨어지며 길바닥에 쓰러졌었습니다.
제 앞에 가시던 다른 아주머니는 그냥 놀래시더니 가던길 가버리시길래 제가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아주머니는 길바닥에 쓰러진 채 아무 미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괜찮으시냐고? 물으며 흔들어서 깨우니 술냄새가 진동을 하고 얼굴은
누구에게 맞았는지 상처 투성이었습니다.
이내 아주머니는 초점 없는 눈으로 제 얼굴을 물끄러니 바라보시더니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일어나셔서 길가로 걸으시다가 금새 다시 쓰러졌습니다.
제가 부축해서 근처 의자에 앉히고 사정을 들어보니 남편이 의처증이 있어서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버티다 못해 맞다가 죽겠다 싶어서 집에서 도망을 나왔다고 합니다.
갈데는 없고 집에는 못 들어가고 하니 이리저리 배외하다가 추위에 소주를 드시고 비틀대다 넘어진거 같습니다.
제가 병원이라도 가자고 그래도 안간다고 그러고 경찰서에 가자고 해도 그러면 안된다고 그러시길래
상황이 난처해져서 어쩔수 없이 역무원을 불러 아주머니 상태가 안좋으시니까 좀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한 조치가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여튼 가정폭력이란게 우리 주변에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되면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실감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충분히 잘하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