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백만잔
접속 : 2183   Lv. 39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30 명
  • 전체 : 167166 명
  • Mypi Ver. 0.3.1 β
[대충 소설] 웹소설) 10,000회차 연재 후 끝장나는 세계 - 12 (2) 2021/10/01 PM 12:21

====================

12. 좀비와 엘프 장의사

====================

 

 

그날 좀비는 생각했다.

 

아 맞다. 방부제 떨어졌네.”

 

제트가 그걸 깨달은 건 물류창고에서였다. 박스를 들어올리려다가 안쪽이 썩었던 한쪽 팔이 그대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마침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나라를 시작으로 모두들 작업을 멈추고 괜찮냐며 달려왔지만 제트가 할 수 있는 말은 얼마 없었다.

 

아니 뭐, 연례행사라서.”

 

죽어서 정규직 취직은 불가능했지만, 역시 생활은 해야 하고 세금은 내야 해서 일용직을 오가야 했던 제트.

결국 제트는 이날 하던 일을 포기하고, 급한대로 바늘과 실로 팔을 꿰맨 채 물류센터를 나왔다.

가는 곳은 병원이 아니다. 병원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오래 살리기 위해 있는 시설이니까.

그렇다면 좀비를 위한 의료시설은 어디인가.

 

진즉에 인터넷으로 좀 사둘걸. 그 엘프장의사는 만나기 싫은데…….”

 

좀비를 위한 의료시설. 시체에다 굳이 수고롭게 손을 댈 만한 업자는 음지가 아니라면 당연히 장의사 밖에 없었다.

 

***

 

제트가 발걸음을 옮긴 빌딩에는 브로켄의 요정이라는 간판 외에는 아무것도 안 붙어있었다. 대신, 옥상 위로 나무가 우거져 있는 게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그나마 있는 간판도 K국에 흔히 있는 간판과는 달랐다. 네온은 커녕 램프하나 안 달린 목재 간판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중세 판타지에 가까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짜 서양 중세마냥 똥오줌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대신, 지하에서 시취가 끓어올라 이전을 요구하는 팻말이 근처에 몇 개나 꽂혀있었다.

하지만 브로켄의 요정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일은 없다.

이 일대 땅 주인, 그리고 이 빌딩의 건물주 역시 브로켄의 요정을 운영하는 장의사의 소유였으니까.

 

소피아, 안에 있나?”

 

1층 정문을 열자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시취와 달리 엄숙하면서도 향긋한 나무 향기가 그를 반겼다. 아직 시신이 안치되지 않고 전시만 해둔 관들이 내는 향기였다.

제트는 문 밖에서 잠시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자, 팔자눈썹을 만들면서 위험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방부제 안 팔아주면 바로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 팔 썩어서 안에서 뭐 나올지 모르거든?”

 

다음 순간, 날카로운 파공성이 제트의 다리 아래로 스쳐갔다.

화살이었다. 은제화살촉은 아주 날카롭게 갈려 있었고, 문틈으로 들어온 햇빛을 받아도 온기는 커녕 서늘한 냉기만 느껴졌다.

브로켄의 요정의 주인은 어둠 저편에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한발 물러나라. 망할 좀비야.”

할망구. 또 술 마셨어?”

닥쳐. 749살이면 아직 젊은 거거든? 너희 기준으로는 파릇파릇한 40대 밖에 안 됐단 말이다.”

“40대가 뭐가 파릇해. 좋게 봐줘도 중년이지.”

“100대가 40대에 대해 뭘 알아.”

저기요, 그렇게 따지면 그쪽은 740대인데요?”

크이이이익! 이래서 망할 G국 출신 소시지들은!”

잔말 그만 하고, 방부제 팔아주면 갈 테니까. 하는 김에 팔도 고쳐주면 더 좋고. 계속 이대로 있으면 진물하고 고름만 떨어질 걸?”

망자에 대한 예우 따윈 조금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 내가 그 망자라서. 애초에 요즘에 죽는 애들이 나보다 더 젊은데 예우를 따지겠어? 안됐다고는 생각한다만.”

됐다. 좀비하고 장의사 사이에 얘기가 통할 일은 영원히 없겠지.”

 

계속 그림자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소피아가 앞으로 나왔다.

허리가 약간 구부정하고, 키는 컸지만 체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깡마른 여성이었다.

안경 뒤의 날카로우면서도 퀭한 눈은 동굴에 사는 코볼트를 닮았으며, 은색의 눈동자와 기다란 귀가 엘프라고 주장한다.

피곤에 찌들어있는 염세주의자의 이미지만 뺀다면. 그리고 몸에 달라붙는 와이셔츠 위로 드림캐처(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악몽을 잡기 위해 잠자리에 걸어뒀다고 하는 부적)를 목걸이마냥 매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거리에서 시선이 몰릴만한 미인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럼 당장은? 안경쓰고 성격 나쁜 돌팔이 주술사 같은 이미지였다.

. 제트의 팔에서 흘러 나온 고름을 본 소피아는 그렇게 혀를 차고는 관들이 자아내는 어둠 속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문 닫고 지하로 꺼져있어. 연장 들고 내려갈 테니까.”

 

***

 

지하로 내려간 제트가 맡은 냄새는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만이 아니었다. 코를 찌르는 고기의 썩은내 뒤로는 나무와 이끼의 축축함이, 벽지 벗겨진 콘크리트 특유의 퀴퀴함이, 마지막으로 음지에서 자란 잡초의 불쾌한 냄새가 뒤섞여 후각의 혼돈을 이루고 있었다.

지하라고는 해도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좋은 LED를 쓴 건 아니다. 빛의 정령이 내뿜는 암울한 빛이 지하 곳곳에 퍼지고 있었다.

 

우울해. 우울해애…….”

. 빛이 어두우면 어떡해.”

 

빛의 정령은 좀비를 보더니,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망자한테 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지. 나는 최악의 정령이야. 너무 우울해…….”

, 그거 종족차별이야.”

헛소리 됐고. 담배 있으면 한 까치 줘봐.”

, 빛이 담배를 간접광고하면 어떡해.”

원래 밝게 빛나는 녀석이 뒤로는 누구보다 어두운 법이야.”

성실할 정도로 멍청한 소리지만 빛이 말하니까 설득력이 있군.”

 

소피아가 내려온 건 제트가 빛 에에게 담배를 꽂아주려던 순간이었다.

 

너네 뭐하고 있냐.”

, 정부의 금연 정책에 반대되지만 경제 성장에는 제법 도움되는 일 아닐까?”

무슨 개소리야. 거기 돌관 위에 엎어지기나 해. 망할 고름부터 짜낼 거니까.”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제트의 시선은 나무 위에 닿았다. 나무는 지하실의 천장을 뚫고 올라가 있었다. 제트가 밖에서 봤던 옥상의 나무는 여기서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나무를 굳이 지하에 심어야 했어?”

지상이야.”

.”

이 나무가 심어졌을 무렵엔, 여기가 지상이었다고. 너희 인류가 재건축이네 전쟁이네 뭐네 하면서 땅을 올리다보니 지하가 되었을 뿐이고.”

세월이란 대단하네.”

너희들만 하겠냐. 별을 근본부터 똥으로 만든 건 니들인데. 유물이네 문화네 하지만 땅 가지고 장난질 할 기회만 있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리는게 사람이라고.”

말 되게 심하네.”

대체로 사실인지라. , 신경 이었으니까 팔 들어봐. 그래. 잘 움직이는군. 시체치고는.”

매번 신세지는군. 고마워.”

고마우면 빨리 뒈지기나 해. 관짝이나 하나 더 팔게.”

 

침묵속에 살을 꿰매는 작은 소리만 이어지다, 그 위로 소피아의 말이 작게 겹쳐졌다.

 

뒈지라는 건 좀 심했나. 취소.”

 

이미 죽은 시체와 엘프 장의사는 그 뒤로도 쓸데없는 잡담을 이어갔다. 망자만 있는 장소 치고는 제법 소란스러운 공기였다.

 

***

 

이곳은 K국의 S.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 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88.

신고

 

미트스핀스파게티    친구신청

요즘 연구개발 중이라는 노화 역전기술이 성공적으로 보급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신체의 쇠락 여부를 떠나서 마음은 젊은 두 생존자들이 투닥투닥 우애를 나누는 모습이 정감가네요!

녹차백만잔    친구신청

제법 살아있는 캐미였지 않나 싶습니다. 한명은 죽어있지만 말이죠! XD
[대충 소설] 웹소설) 10,000회차 연재 후 끝장나는 세계 - 10 (0) 2021/09/29 AM 12:09

==================================

10. 창문 넘어 아이돌이 된 70대 할머니

==================================

 

 

 

 

최근나라는 마법과 거래한 거대운석의 정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열을 쏟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운석 낙하 사건 때부터 사귀고 있는 미르와의 관계가 멀어진다면 본말전도지만꼭 그렇지도 않았다.

손을 잡거나 키스는 하지 않았지만학교 옥상에서 이마를 맞대고 같이 자는 사이이기는 했으니까.

기본적으로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강한 나라에겐 그 이상의 자극을 원할 용기는 아직 없다아직은 그저 저 하늘에 멈춘 거대 운석처럼 이 시간이 계속되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시간은 흐른다스마트폰의 진동알람이 울렸다아르바이트 시간이 된 것이다.

차분히 눈을 뜬 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쉽다는 듯 곤히 잠든 미르의 얼굴을 살짝 만지고는곧장 학교를 나섰다.

수업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교실에는 분신을 보내뒀으니까.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장 선생의 수업이다세계 어딘가에서 석양이 지듯장 선생은 어딘가에서 죽어있을 터였다그러면 수업은 자습일 게 뻔하다늘 그랬다그게 장 선생다움이었으니까.

다행히 나라에겐 그랜드 위치가 알선해준 일이 많았다아직 학생이라서 정식으로 고용하기도 뭣했기에 일용직이고일이 매일 바뀌기는 했지만일감이 마르는 일은 결코 없었다.

한번은 나라가 그랜드 위치에게 어떻게 계속 일감을 받을 수 있는 거냐고 묻자그랜드 위치는 이렇게 답했다.

 

인맥은 마법이란다.’

 

실로 간결하고 논리적이며마녀다운 설명이었다.

 

***

 

나라가 이번에 맡은 아르바이트는 무대 연출 보조였다조명 설치부터 시작해 본공연의 조명 조절까지거의 전반적인 작업의 보조 말이다.

비슷한 일을 몇 번 해본 나라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 나라에겐 조금 다른 유형의 걱정이 생겼다.

 

진짜 괜찮은 걸까이 콘서트?’

거기 알바생무대가 제대로 될지 걱정하는 얼굴이군.”

 

나라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어본 무대감독은 천천히 선글라스를 내려보였다그 눈은 초점을 잃고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나도 그래.”

감독님여기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알바야너도 방금 봤잖아.”

 

나라와 감독의 시선이 무대 뒤편의 스태프들로 향했고무리의 가운데 있는 인물에게 고정되었다.

레이스와 프릴이 잔뜩 달려보기만 해도 화려함과 활기가 느껴지는 화사한 드레스.

그야말로 아이돌 다운 이 복장을 소화하고 있는 인물은할머니였다.

 

아무리 전설의 아이돌인 루비아이’ 사브리나라지만이래서야 안무는 둘째치고 노래중에 쓰러지지나 않을지…….”

그런데루비아이는 갑자기 왜 콘서트를 하기로 한 걸까요? 70대면 아이돌의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인맥 통해서 갑작스레 맡은 일이라 그런 부분은 생각을 못했군.”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나라의 귀가 쫑긋거렸다그녀가 가장 곤란해 하는 버릇이 의식의 표면으로 올라오기 전에 보이는 전조였다.

나라는 기본적으로 소극적이고수줍음이 많아 앞으로 나서지 않는 성격.

하지만 감정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캐릭터를 깨고 앞으로 나아가 버린다.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평소의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

 

좋아하는 것을원하는 것을 현실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 -

 

그랜드 위치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그것은 마법소녀의 자질이었다.

그리고 나라는 그랜드 위치가 인정할 정도로 그 자질이 뛰어난 여고생이었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S시에 거대 운석을 불러낼 정도로.

그리고 대로는고작 아르바이트생 주제에 무대의 주역에게 서슴없이 말을 걸 정도로.

 

저기할머니할머니는 왜 아이돌을 하려는 거예요?”

이봐 학생사브리나씨는 지금 무대에 오르기 전에 집중하셔야…….”

 

매니저가 몹시 못마땅해 하며 화를 내려 하자루비아이가 손을 들어 이를 막았다.

 

괜찮답니다매니저.”

하지만 사브리나씨안그래도 몸도 안 좋으신데 여기서 집중력까지 흐트러지면…….”

귀여운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또한 아이돌의 의무니까요.”

 

그 순간 나라는 눈을 크게 깜빡였다.

순간이었지만앞에 있는 것은 나이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은 노파가 아니었다나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은 불타는 붉은 보석 같은 눈을 가진작고 당돌하며 귀여운 아이돌이었다.

 

이거 마…….”

답은 간단해이곳에 나를 기다리는 팬이 있기 때문이야.”

 

가볍게 윙크를 해보인 후말투마저 어리게 변한 루비아이는 앞으로 나아가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면 보조 잘 부탁할게그랜드 위치의 후계자.”

 

루비아이에게 할머니에서 아이돌로 변한 게 굳이 마법이라고 설명하거나구구절절한 뒷사연을 밝히는 촌스러움 따윈 없었다.

그녀는 싱그러운 바람을 이끌고 계단 위를 달려튀어오르듯 단숨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다음 순간무대에 할머니가 올라온 것만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나라가 있는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 있는 것은 루비아이라 불리며 수십년동안 현장을 휩쓴 전설의 아이돌이었다.

 

이게…… 프로의 마법?”

 

나라를 포함한 모두가 얼이 빠져 있자이런 광경을 몇 번이고 목격한 루비아이의 매니저는 거칠게 박수를 치며 얼이 빠진 스태프들을 향해 호통쳤다.

 

뭣들하고 있어요. 70대 할머니가 여러분이 얼타고 있는 걸 커버치고 있잖아빨리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아이돌의 마성에 홀려 시간마저 멈춘 듯했던 무대 뒤의 시간이그제야 현실과 맞물려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과 감미로운 노래역동적인 안무가 한데 모여 감정을 고조시키는 그 현장은틀림없이 마법에 가까웠다.

 

***

 

이곳은 K국의 S.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0.

신고

 
[대충 소설] 웹소설) 10,000회차 연재 후 끝장나는 세계 - 9 (2) 2021/09/28 AM 12:00

==============

9. 백 투 더 스쿨

==============

 

 

 

어느 날등교하던 고등학생들은 생각했다.

 

골든 리트리버다.’

왜 교문에 개가 묶여있지?’

 

그리고 시선 몰리기가 거듭되면 누군가는 개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고누군가는 캐기 위해 물음을 던지는 법.

강미래가 바로 그런 타입의 여고생이었다그녀는 바로 옆에있던 학년부장을 붙잡고 물었다.

 

학부쌤왜 개가 교문 앞에 있어요?”

그게 말이다오늘은 장 선생하고 내가 등교지도를 맡기로 했는데…….”

그런데요?”

 

학년부장은 여고생들이 귀엽다며 내민 손길에 배를 내밀고 뒤집어진 골든 리트리버를 바라봤다그의 얼굴에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뭔가 심각한 비밀이 있을 거라고 여긴 미래는 학년부장에게 귀를 들이대며 말했다.

 

저한테만 알려주면 안 돼요비밀로 할게요.”

너 나흘 전에 화학동아리 애들이 과학실 불낸 거 온 교실에 떠들었잖아?”

저는 기억이 없는 걸요~”

으음또 그런 식인 거냐알았다그러면 절대로 놀라지 말고…….”

 

학년부장이 말하려던 그 순간미래의 옆에 조금 앞의 미래에서 온 미래가 나타나 소리쳤다.

 

뭐라고요장 선생님이 회식자리에서 술김에 지나가던 마녀에게 작업을 걸다 그만 개가 되었다고요?”

……강미래?”

저는 아무것도 안 들었어요.”

 

현재의 미래는 미래의 미래가 나타난 것을 보자마자 순발력 좋게 귀를 틀어막은 덕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는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이며 반복해서 말했다.

 

무것도 못 들었답니다~”

 

감정의 격해지는 순간 과거의 자신에게로 날아가버리는 초능력자그게 바로 강미래라는 소녀였다.

만약 귀를 막지 않았다면 미래는 연속해서 과거의 자신에게 날려졌을 것이다도미노처럼 말이다.

 

학부쌤저 또 사고쳤죠?”

 

학년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목소리를 안 내도 주변 상황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여고생들은 혐오스러운 걸 봤다는 얼굴이 되어 귀여운 골든 리트리버에게서 멀어졌다.

본의 아니게 개가 되어버린 장 선생이 사회적으로 죽은 순간이었다.

 

***

 

이 현상으로 가장 멀리 날아간 것은 7살 무렵의 12월이었다.

 

산타가 없대!”

 

7. 12월의 미래가 11월의 미래에게 소리쳤다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배신감을 느낀 11월의 미래는 과거로 날아갔다.

 

엄마미래가 산타 없대잖아거짓말쟁이!”

 

11월의 미래가 10월의 미래 앞에서 울부짖었다산타가 없는 현실을 견디지 못한 10월의 미래는 과거로 날아갔다.

 

배신자는 산타였어!”

 

10월의 미래가 9월의 미래가 놀고 있던 정글짐 위에서 고함쳤다.

 

산타는 첩보원이었구나!”

 

9월의 미래가 때마침 첩보물 영화를 보고 온 직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최소한 1월까지 날아갔을 것이다.

 

***

 

미래를 아는 게 그렇게 편한 능력은 아니란 말이지.”

 

미래가 계단을 오르며 말하자 미래의 미래가 맞장구쳤다.

 

그렇다니까무슨 딸꾹질도 아니고.”

근데 넌 장 쌤이 개가된 걸 언제 즈음에 알았던 거야?”

“1시간쯤 뒤야. 1교시 끝나고 전파받았거든.”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3이니까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그만큼 시간이 남으면 매점갈래지갑빌려줄게돈이 복사가 된다고.”

좋은 생각…… 그런데 저게 뭐야?”

 

미래가 뜨악한 표정을 짓게한 건 계단 한쪽 모퉁이에 숨어있는 미래의 미래이었다.

 

너도 저거 봤었어?”

아니미래가 조금 바뀌었나본데.”

 

장 선생이 개가 된 걸 들은 미래의 미래가 어깨를 으쓱했다종종 있는 일이었다미래는 사소한 사건으로도 크게 변하는 법이니까.

물론 미래의 미래가 모르는 사건이라 해도 알아볼 방법은 많았다저 앞에 있는 군중들 또한 전부 미래의 미래들이었으니까.

 

뭔데무슨 일인데?”

선배가 모르는 여자하고 있어.”

선배가 남자도 아니고같은 반 친구 아냐?”

 

미래는 미래의 미래가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눈치챘다그녀가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은 육상부의 양 수인인 램 선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게 있어 램은 동경의 대상이었고가끔은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육상부 답다고 해야 할까양이라기 보다는 산양을 연상시키는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램은 같은 여성이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탄력감이 있었다.

하지만 미래가 그녀에게 사로잡힌 까닭은 머리 양 옆의 큼직한 양뿔과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불꽃 같은 빛깔의 생머리였다.

그녀가 육상부에서 달리면 길고 긴 머리카락이 그 뿔 뒤에서 흔들렸고햇빛을 받아 불의 강처럼 보였다그 색채와 어우러지는 역동적인 움직임은 늘 미래를 흥분케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의 흥분감은 그 방향이 달랐다.

램과 겹쳐진 것마냥 붙어있는 여성은 미래의 미래들이 말한 대로 미래가 모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특정은 할 수 있었다상대는 과학실에서 입는 흰 가운이 반쯤 벗겨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바닥에는 러브 포션이라는 이름이 적힌 약병이 깨져있었다.

사고이리라어떤 화학물질이 일으킨 사고가 램과 화학동아리 관계자처럼 보이는 그녀를 저렇게 가깝게 붙여놓은 것이리라.

침묵과 함께 과거에 체류하는 시간이 다 된 몇몇 미래가 자신들이 온 시간대로 되돌아간 그때램은 마치 스페인 투우를 연상시키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상대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깨물기라도 한 것일까상대는 미약한 신음과 함께 램의 뿔을 깨물었다.

미래는 그 이상의 상황은 알 수 없었다막대한 자극과 충격이 허리케인처럼 그녀의 감정을 휘저었고멋대로 발동한 초능력이 그녀를 과거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

 

정신을 차렸을 때그녀는 아침이 아니라 밤의 학교에 있었다.

 

이렇게 된 거였구나.”

 

과거로 날아온 미래는 자기가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녀는 날랜 움직임으로 야간순찰을 도는 수위를 피해순식간에 과학실까지 도달했다.

거기에는 이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미래의 미래들이 있었다어쩌면 과거의 미래들일지도 모른다.

 

어쩐지 학부쌤이 기억에도 없는 과학실 화재 얘기를 한다 싶었어.”

 

미래의 미래가 물었다.

 

러브포션인지 뭔지하는 라벨이 붙은 병은 다 찾아냈어이제 태워버리자.”

 

모든 미래가 동의했으나램이 목덜미를 파고든 순간에 타임슬립을 했던 미래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야화재 얘기를 듣고도 러브 포션이 있던 걸 보면화재로는 부족해.”

그러면 어쩌지?”

어쩌긴.”

 

미래의 엄지 손가락이 아래로 내려갔다.

 

터치자.”

과연미래다운 생각이야.”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있어 자세한 설명을 생략해야 하는 약간의 작업 후과학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을 일으켰다.

 

***

 

현재로 돌아왔을 때미래 주위에는 다른 미래가 없었다.

화학동아리 관계자처럼 보이는 학생은 눈가에 진한 다크서클이 낀 채로 자기 키보다 큰 잡동사니를 옮기고 있었고램은 창가에서 따사로운 햇빛을 받다가 미래를 발견했다.

 

어머왔어?”

헤헤안녕하세요선배.”

그래좋은 아침이지그런데……코에 숯검댕이는 왜 묻히고 다니는 거니?”

?”

잠깐 있어봐닦아줄게.”

 

램의 머리카락과 똑같은 붉은 빛을 띤 눈동자가 점점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눈을 깜빡인 순간미래는 교문 앞에서 과거의 미래와 마주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잠시 생각한 후미래는 예전에 들었던 말을 입에 올렸다.

뭐라고요장 선생님이 회식자리에서 술김에 지나가던 마녀에게 작업을 걸다 그만 개가 되었다고요?”

 

***

 

이곳은 K국의 S.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1.

신고

 

미트스핀스파게티    친구신청

비스타즈같은 그림체의 귀여운 나비효과 같아요.
이번 이야기는 확장성이 굉장히 좋다고 느껴집니다!
어쩌면 10,000회차 세계자체가 녹차백만잔님의 브레인스토밍이자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녹차백만잔    친구신청

데이터 마이닝이라. 실제로는 무지성으로 써내려갈 뿐이지만 그거 굉장히 마음에 드는 표현이네요 ㅋㅋㅋ
이 이야기는 쓰는동안 플롯이 실시간으로 크게 바껴서, 개인적으로도 꽤 놀랐습니다 ㅎㅎ
[대충 소설] 웹소설) 10,000회차 연재 후 끝장나는 세계 - 8 (2) 2021/09/26 PM 11:59

===========================

8. 어느 미친 과학자의 여름휴가

===========================

 

 

 

 

허공에 멈춘 운석을 연구하기 위해 연초에 S시로 이사왔던 레즈랫박사의 연구는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건 과학이 아니라 마법이라니까뭘 어떻게 해명한다는 거야.’

이 돌팔이가마법이라고 포기할 거면 중세로 꺼지시던가.’

 

그녀가 라이벌이던 옥청진 박사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이사온 당시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발달한 과학이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해서과학이 마법인 건 아니다.

문제의 운석이 스마트폰 전화 한 통으로 마법과 통화해서 날아왔다는 사실도 알아내지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갔고어느덧 여름이 왔다.

 

덥구먼…….”

 

일은 진전이 없고 배는 고프던 그때사무실 문이 열렸다한창 다른 테이블 위에서 자료뭉치를 치우며 점심을 준비하던 조수는 아니었다.

 

짜장면 배달 왔어요~”

 

문을 연 것은 다름아닌 운석 정지사건의 당사자나라였다그녀는 마법과 계약한 운석 유지비용을 위해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오늘도 운석 연구 중이신가봐요?”

진전이 없는 것만 빼면 아주 완벽하지내 계산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저기전에도 말슴드렸지만 제가 그 마법을 건 당사자인데요.”

말이 되는 소리를어떻게 여고생이 운석을 멈추겠어?”

거기까지 떨어트린 것까지 포함인데…….”

됐고계산이나 해줘.”

 

그렇게 나라를 보내고 나서 조수와 함께 짜장면을 먹던 박사는 대뜸 입을 열었다.

 

역시 지치니까휴가를 다녀올까 한다.”

하지만 박사님관측장비 같은 거 사느라 예산이 없는데요.”

후후조수통 속의 뇌라는 개념은 알고 있겠지?”

모를 수가 없죠. SF소설 단골 소재잖아요.”

통 속에서 시원한 환각을 볼 수 있다면그건이미 훌륭한 휴가 아닐까?”

그건 휴가가 아니라 인체 실험이…….”

그렇게 되었으니조수사흘 정도 연구실에서 나가주게.”

저는 또 왜요?”

 

레즈랫 박사는 뺨에 홍조를 띄우며 답했다.

 

조수자네는 여자아이가 벗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는 패티시가 있던게로군?”

머리에서 뇌를 꺼내겠다는 걸 약간 야한 에로코미디처럼 말하지 말아주세요.”

 

***

 

그리고 사흘 후.

예상 밖의 유급휴가를 만끽하고 돌아온 조수는 테이블 위해 당연하단 듯 올려져 있는 통 속의 뇌와 설명서를 보고 머리를 싸매쥐었다.

 

진짜로 했냐고……일단 설명서라도 볼까.”

 

[조수가 해줘야 할 것.]

1. 6시간 단위로 영양액을 갈아줄 것.

2. 사전에 작성해둔 휴양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줄 것.(1시간 간격으로 엔터만 누르면 됨)

3. 복구 작업은 열흘 후 연구실 구석 파이프에 통을 넣으면 자동으로 진행됨.

4. 그러면잠깐 리비도의 저편까지 다녀오겠네.

 

미치겠네 진짜.”

짜장면 배달왔어요~. 어라박사님은요?”

…… 휴가?”

 

이게 휴가가 맞기는 한 걸까.

조수는 뇌만 덩그러니 놓인 방 안에서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

 

그리고 보름 후.

옥청진 박사는 연구 데이터 공유 건으로 레즈랫의 연구소를 방문했다제법 중요한 데이터도 있던 탓에 이 대화에는 조수도 낄 수 없었다.

기본적인 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레 통 속의 뇌에서 보낸 휴가로 이어졌고옥청진 박사는 커피를 홀짝이며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점을 입에 올렸다.

 

꽤나 효율적인 휴가라고 생각하긴 하네만……레즈랫휴양 프로그램 실행을 수동으로 해둔 건 설계 미스 아닌가그거까지 자동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흐히히옥박사당신이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수술자국이 가로로 길게 지나가는 넓은 이마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레즈랫 박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이어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휴가 내내 나를 신경쓰게 하는 것그게 중요한 거라고.”

알다가도 모르겠구먼자네가 조수를 생각하는 방식은.”

원래 연애는 공식 같은 걸로 해명하거나 이해하는 게 아니야.”

……마법을 해명하려고 하는 자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

 

이곳은 K국의 S.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2.

신고

 

녹차백만잔    친구신청

저야 뭐....친목으로 오인되더라도 제 소설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마냥 좋은 일인지라, 편하신 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대충 소설] 웹소설) 10,000회차 연재 후 끝장나는 세계 - 7 (2) 2021/09/26 AM 12:01

=============

7. Farmer Days

=============

 

 

S시는 S역에서 조금만 외곽지대로 나가면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마침 일이 있어 이곳을 지나던 장 선생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걸음을 멈춘 채 논으로 고개를 돌렸다.

 

묘란이구나거기서 뭐하니?”

농부 딸래미가 밭에서 하는 일이야 당연히 밭일이죠.”

 

고양이 귀에 장화를 신었지만 동화 장화신은 고양이와는 판이하게 건강미만 넘치던 소녀는 어깨에 대검을 걸친 채 말을 이었다.

 

엄마가 어제 허리를 삐끗하셔서요오늘은 일당 받고 대타로 뛰는 중.”

밭일인가……호미는?”

이건데요.”

 

묘란은 손가락 끝으로 어깨에 걸친 대검을 가리켰다사실그건 대검이라 하기에도 어색할 정도로 규격에서 벗어나 있었다너무 크고두껍고무거워 보여서용광로에서 막대만 꽂아 바로 끌어올린 철괴처럼 보였다.

 

으음……혹시 괭이나 낫도 그거니?”

맞아요만능 농기구에요겸사겸사 검으로도 쓰고요.”

아니그럼 검이잖아 그냥.”

뭘 모르시네쌤보단 제가 농사경력이 있지 않겠어요?”

 

장 선생은 딱히 부정하진 않았지만 역시 그거 농기구는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보다 장 쌤아니농기구도 없이 여기 있으면 위험하실 걸요?”

무기라 하려고 했지 지금역시 검이잖아.”

그건 됏고요진짜로 위험하다니까?”

대체 뭐가 문제길래 그래?”

요새 한창 제철이라나오거든요.”

귀신?”

아뇨지렁이요.”

 

묘란의 답변에 장 선생은 폭소를 터트렸다.

 

아니묘란아지렁이가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하다고…….”

이래서 도시 촌놈이 안 된다는 거예요 선생님지렁이가 얼마나 위험한데요지렁이 만큼 땅을 많이 먹어치우는 괴물도 없을 걸요?”

그래 그래지렁이가 땅을 먹어야 땅이 윤택해지지하지만 말이다지렁이 외에 또 누가 땅을 먹겠니?”

 

장 선생이 더워서 담을 훔치는 사이그의 주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장 선생은 구름이라도 지나가고 있나보네라며 가볍게 넘겼다.

한편묘란의 반응은 장 선생과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입을 쩍 벌리며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장 쌤절대 놀라서 허둥대지 마세요가능하면 뒤도 돌아보지 마시고요.”

 

왜 그러니뒤에 있으면 뭐가 있다고…….”

 

장 선생이 뒤를 돌아보자, 10미터는 더 될 초거대 지렁이가 장 선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 선생은 그제야 농기구가 왜 검을 닮았는지를 이해했다.

 

“A.”

 

밭에 사는 것이 이렇게 크다면야그걸 제거하는 농기구도 당연히 클 수밖에.

하지만 모든 것을 깨달은 시점이 너무 늦었다.

 

덥석.

 

목표 외에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하게 된 지렁이는 거체를 거울여장 손생을 단숨에 집어삼켰다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묘란은 장 선생을 구하기 위해 급히 달려가 농기구를 휘둘렀다.

하지만 상대는 지렁이다몸을 짓누르는 수백톤의 압력을 가볍게 무시하며 땅 속을 헤엄치고대지를 삼키는 시골의 패왕이다.

농기구도 나름대로 무게가 있어 탱탱한 표면에 상처를 내긴 했지만 일격에 절단되지는 않았다.

날을 박은 채 힘으로 누를 수도 없었다안에서 강력한 소화액이 나오는 탓에 몸뚱이에 박아두면 농기구가 통째로 망가질 터였다.

 

지금 구해드릴게요!”

 

결국 묘란은 민첩하고 탄력 있는 몸을 살려 몇 번이고 계속해 농기구를 휘둘렀고마침내 지렁이의 거체를 밭 위에 눕혔다.

그러나 장 선생을 구해내지는 못했다.

급히 지렁이의 배를 가른 뒤그 심연을 들여다본 묘란은 복잡한 표정이 된 채로 본 것을 입에 담았다.

 

안에 아무것도 없네?”

 

***

 

이곳은 K국의 S.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3.

신고

 

미트스핀스파게티    친구신청

ㄷㄷ 뭔가 끝장나도 아쉬울게 없는 세계를 보여주시는 것 같슴다.

녹차백만잔    친구신청

홀로라이브의 애니꽁트인 홀로그라 보고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홀로그라처럼 신나게 놀다가 스파게티님 말씀처럼 아쉬움 없이 전부 연소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1 현재페이지2 3 4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