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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용서 (5)
2014/07/28 AM 01:51 |
화가 난 그녀가 말했다.
"할 말 없어?"
미안하면 나는 말이 없어진다. 잘못한 걸 알기에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만보았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은 있었다.
'용서해다오. 내가 나를 용서한 것처럼 순식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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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반쪼가리 사랑 (1)
2014/07/15 AM 12:05 |
아내에게 바람 피던 것을 들켰다. 그녀는 정말로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칼을 내리쳐 나를 반으로 두동강 내버리고는 한 쪽은 상대에게 던져주었다. 그 후로 나는 그녀에게 꼼짝도 못했다. 사람들이 다가와 "거, 반편이와 사는건 기분이 어떻소." 하고 물으면 그녀는 "좋지요. 이쪽은 나만 사랑하니 좋지요." 하더니 "나도 이제 한 사람 더 좋아해보려구요." 하고 대답한다. 그녀의 복수는 아직 끝나질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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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남쪽으로 가요 (0)
2014/07/11 PM 06:50 |
남쪽으로 가요.
남쪽?
네. 남쪽으로 가면 내려가는 기분이 들어요. 지금은 오르막길로 갈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남쪽이 어느 방향인지 알지 못하겠는걸.
내려가는 쪽이 남쪽이에요. 대신 손을 잡아줘요.
우리 목적지는 북쪽이야라는 말은 그냥 담아두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면 그만두고 헤어지면 그만이지 싶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손을 잡고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이다.
남쪽으로 가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손을 잡아줘요.
손을 잡으면 내려가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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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점 (1)
2014/07/02 AM 09:05 |
"몰래 그려놓기라도 해야하나."
며칠 전 점을 빼겠다던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 실수였다. 내가 그 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는 몰랐던 모양이다. 화씨의 벽 같은 그녀의 피부에 짠하니 찍혀있는 왼 얼굴의 작은 점.
내가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그녀는 '그렇게 보지 말아요. 부끄러워요'한다. 그러면 나는 너무 예뻐서 보았다오 하고 말할 수 없어서 '음, 음.' 헛기침 두 번하고. '점이 있구려.'한다.
아내는 그간 많이도 신경 쓰였나보다. 병원에 갔다와서는 '이제 없어요.' 하고 환히 웃는다.
이제는 걱정이다. 나도 몰래 또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때면 "점이 있는 자리를 보았소." 해야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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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사막 (2)
2014/06/11 AM 02:19 |
그는 사막을 꿈꾼다. 사막은 소리없는 공간이다.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모래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면, 구름없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저편 아지랑이 속에서 누군가 영화처럼 걸어온다.
"기다렸어요?"
언제나 시끄러운 이 도시에 고요한 둘만의 공간을 선물하는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신기루와 같다. 그녀와 함께 그는 도시에 서서 사막의 꿈을 꾼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하루 빨리 고요와 평화만을 선물해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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