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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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5. (0) 2023/02/12 AM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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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정태 기자는 조 원장에게서 '지친 중년'의 모습과 '광기 어린 독재자'의 모습을 동시에 발견합니다.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합니다.


1. 독재자도 권력을 잃으면 평범한 소시민으로 변한다.

2. 하지만 다시 권력을 쥐게 되면, 언제라도 독재자로 부활한다.


조 원장은 간척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습니다.

지금도 가족과 헤어져 혼자 소록도로 돌아와 있습니다.

즉, 지금의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동상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344 페이지에서 이정태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느 잡지에 원장님과 이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지요.'


이것은 당시 <신동아>에 연재되고 있던 이 소설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이정태는 장황하게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다가, 불쑥


'전 원장님 개인만은 구해드리고 싶었다는 말씀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소설 내적 상황으로만 본다면 이 대사는 다소 어색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작가가 조창원 씨에 대한 미안함을 담았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해석에서는 이정태를 이규태 씨와 연결시키지만 저는 그를 작가인 이청준 씨와 연결시킵니다.

즉, 현실의 미안함에 대해 작가의 대리인인 이정태가 조창원 씨의 대리인인 조백헌에게 소설 속에서 사과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345 페이지에서 조 원장의 태도를 보면, 그는 지금도 간척공사가 실패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독재를 다룬 소설에서는 보통 독재자의 처절한 몰락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몰락한 독재자가 마무리되지 못한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새로운 사회에서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까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3부에 와서 이야기가 많이 모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3부 때문에 이 작품이 명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 원장은 섬을 다시 과거로 되돌릴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 한 번이라도 권력을 쥐고 동상에 대한 욕망을 품은 사람은 비록 처참한 실패를 겪은 후라도 차마 그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지배자 한 사람의 인성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소설의 결말에서 이상욱과 이정태가 함께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는 모습으로 구체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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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4. (0) 2023/02/11 PM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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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상욱의 편지는 조만간 다시 언급되니까 그 때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유쾌해 보이는 조 원장 안에 감춰진 '광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오마도 간척공사를 다시 시작하려는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3부에서 소록도의 상황을 보면, 새 원장은 '조백헌'의 방법이 아니라 '서미연'의 방법을 선택한 듯 합니다.

원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끈질기게 기다리고, 그들이 동의한 부분만큼만 개혁합니다. 즉, 소록도는 마침내 과거의 1인독재 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로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 원장은 그게 불만입니다.


336 페이지에 나오듯이 조 원장이 바라는 것은 원생들의 '치유'가 아니라

자신의 업적에 대한 세상의 '공인'입니다. 이것을 조금만 바꿔 말하면 '동상'이 될 겁니다.

그러려면 어떻게든 섬을 과거로 되돌려서 간척공사를 완성시켜야 합니다.

이제 와서 간척공사를 마무리 한다고 해서 원생들이 갑자기 치유되고 섬이 낙원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 원장 개인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가 이정태를 보고 반가워하는 이유는


1. 그가 '이정태'이기 때문일까요?

2. 아니면 '기자'이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민주주의를 향해 첫걸음을 시작한 소록도에서 조 원장은 독재시대로 회귀할 기회를 노리는, '위험요소'가 됩니다.


340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불지짐'에 대해 '나무와 말을 한 흔적'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는 간척공사에 대해서도 '원생들과 대화를 한 흔적'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그는 '내 몸을 지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처절하게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 원장이 나무뿌리를 지질지언정, 나무뿌리는 조 원장을 지질 수 없습니다.

이 일방적인 관계 속에서, 그는 자신도 상상 속의 아픔을 느꼈다면서 지금도 억울해 합니다.


"왜 내가 원생들을 구원했다고 인정하고 동상을 세워주지 않느냐?"


아마 이것이 조 원장이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겁니다.

이렇게 나무뿌리는 조 원장과 원생들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이 작품 속에서 실패한 독재자인 '조백헌'의 이름은 수 천 번도 넘게 언급되지만, 민주주의를 시작한 새 원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지도자가 치뤄야 할 댓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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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3. (0) 2023/02/11 AM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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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결국 조 원장은 간척공사에 실패한 채 초라하게 섬을 떠납니다.

이렇게 2부가 마무리 되고, 소설은 3부로 넘어 갑니다.


지난 회에서 언급한 황 장로의 평가, 그리고 3부에서 나오는 이정태의 평가, 그리고 이상욱의 감사의 편지만 빼고 본다면 작가가 일관되게 조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갑작스런 조 원장에 대한 찬양이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기존의 해석은 이 세 사람의 찬양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저의 해석은 조 원장이 2부에서 보인 행동들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323 페이지부터 3부가 시작되는데, 먼저 주목할 것은 '섬의 세대교체'입니다. 이상욱은 탈출했고, 황 장로는 죽었고, 조 원장은 떠났습니다. 이렇게 1, 2부의 주인공들이 모두 섬을 떠났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3부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저 나레이션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화자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하실텐데, 그러기엔 뭔가 이상합니다.

나레이션은 오마도 간척공사만 완성되면 갑자기 낙원이 펼쳐지고, 원생들도 지난 날의 타성을 버리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그리고 저게 사실이 아니란 걸 화자가 모를까요?

간척공사는 이미 7년 동안 주인 없이 방치되어 왔고, 이제 원생들은 그 땅에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 나레이션의 주인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것이 조 원장의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3부에서는 1, 2부의 이상욱 대신 이정태가 관찰자로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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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2. (0) 2023/02/10 PM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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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번 회부터 조 원장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평가가 갑작스럽게 우호적으로 바뀝니다. 더불어 내용도 관념적이고, 모호하고, 어려워집니다.


조 원장은 간척공사를 '거룩한 신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신의 섭리를 대리한 인간' 정도 되겠지요.

이렇게 그는 간척공사를 완성시키고 역사에 남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이 땅의 주인이야 누가 되든,

저 돌기둥 위엔 그 말이 새겨졌어야 하는 것을."


이 한 문장이 2부의 조 원장을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311 페이지에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끝내는 저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될 수도 없었던 것을!"


위의 두 대사는 서로 모순됩니다.

그리고 토지분배권은 처음부터 도지사에게 넘겨주고 간척공사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마치 원생들을 땅의 주인으로 만들고자 공사를 시작한 것처럼 말합니다.


313 페이지에서 황 장로는 이상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2부에서 지금까지 조 원장이 보여줬던 거짓과 위선은 깡그리 무시한 채, 그가 오로지 사랑과 희생으로 원생들을 이끌어 왔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조 원장도 황 장로의 평가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는, 오히려 그처럼 희생만 해 온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하게 떠나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이 소설은 넓게 본다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좁게 본다면, 소설이 연재되던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기서 황 장로의 평가가 옳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오로지 국민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유신을 추진했는데, 미숙한 국민들이 그를 못 믿어서 실패했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제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작스럽게 조 원장에 대한 평가가 바뀐 원인이 조창원 원장의

구속에 있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작가의 원래 의도는 조백헌 원장을 통해 독재권력을 비판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조창원 원장이 구속되면서 조백헌을 비판하면서 조창원을 구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간척공사의 실패는 비판하더라도 개인적인 선의와 희생은 인정하자'라는 쪽으로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3부에 가서 계속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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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1. (0) 2023/02/10 AM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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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2부에 들어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강인들에 대한 원생들의 증오심을 부추겨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탈출을 계기로 원생들은 조 원장도 건강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제 그들의 증오심은 고스란히 조 원장을 향하게 됩니다.


제가 초반에 설명했던 바와 같이, 작가는 윤해원을 향한 서미연의 희생을 통해 진정으로 원생들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미연은 다시 7년을 더 기다린 후에,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윤해원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아마도 이것이 3부의 편지에서 이상욱이 언급하는 '공동운명'의 진정한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그런 서미연을 눈앞에서 지켜 보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 합니다. 오히려 그는 원생들이 이제 평가반 사람들을 테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낍니다.


307 페이지에서는 조 원장과 평가반의 의견 충돌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평가반은 40%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반면, 조 원장은 83%에 대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이번에도 그저 '어이없는 횡포', '무참스런 배신'이라며 분노합니다.


여기서 조 원장은 자신이 평가반과 충돌하는 이유를 오로지 원생들이

정당한 평가와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토지 분배권은 처음부터 도지사에게 넘겼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83%라고 우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저 83%는 원생들이 아니라 조 원장에게 의미가 있는 수치입니다.

83%라면 사실상 자신이 완성한 것이 되므로,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40%라면 나머지 60%를 완성한 사람의 이름이 남게 되겠지요.

즉, 조 원장은 원생들을 핑계로 자신이 공사를 완성했다는 명분을 챙기고 싶은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할 점은 화자의 태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조 원장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전체 맥락을 본다면, 오히려 조 원장의 위선을 여과 없이 드러내서 그를 비판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09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스스로 '섬사람들에게 바친 몇 년 동안의 아까운 세월'이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자신이 원생들을 위해 큰 희생을 해 온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인식은 3부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310 페이지에서는 드디어 자신의 동상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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