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난 지금 아버지가 집에 없는 인생을 반을 살고 있고,
아예 연락 안한지는 2~3년쯤 됐다.
몇몇 친구들만 알고있는 사실인데
난 사실 아버지가 없다. 살아는 계신데 의절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관에서 봤을 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분명.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저리 살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로 삼고 지내왔다.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어 보자면 분명 좋은 기억, 고마운 기억도 있었지만 상처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심각한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난 그때가 왜 가장 서러웠을까.
내가 9살 때,
전 날 어머니와 싸워 심술이 났다는 이유로 같이 목욕탕에 가자는 날 귀찮다고 세게 밀치고 소파에 드러눕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딴에는 그냥 툭 밀친 거겠지만 키 180의 근육질 거한이 밀치는 힘은 작은 9살 소년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혼자 가게 된 목욕탕에서 어설프게 때를 밀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공짜로 때를 밀어주시던 세신사 아저씨가 기억난다.
그 후로도 같은 이유로 자주 혼자 목욕탕에 갔는데, 좁은 동네바닥에서 아버지와 함께 온 친구를 마주치는 건 꽤 흔한 일인지라. 그때마다 나는 뭐가 그리 서러웠던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혼자 씻다가 눈물이 나려 해서 냉탕으로 뛰어들어가서 잠수를 하곤 했다.
그런 나를 불러 등을 밀어주시던 친구 아버지도 생각난다. 친구 아버지의 성함도, 친구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그 전체적인 장면은 참 생생하다. 이상하게도.
지금와서 생각하면 별 일 아닌듯한 위 일화를 포함해 아버지와 함께한 인생에서 터졌던 여러가지 문제들에 의해서...그 사건들이 전적으로 아버지 탓이었던지라
나는 아버지를 참 싫어하게 됐다.
아버지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나한텐 그냥 우리집 속사정을 알고있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내 과거를 하소연하듯 늘어놓을 때 꺼내는 얘깃거리, 씹을거리, 술안주 따위가 됐다.
어른이 되면서 내 외모, 말투, 행동에서 순간순간 묻어 나오는 아버지와 닮은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나서 벽도 자주 쳤는데 지금은 철이 들어서 더이상 스스로 상처 내는 짓은 안한다.
그런데 요즘 아버지가 보고싶다. 아버지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던 어머니의 분노가 사그라들어 그 어떤 소모적인 감정도 안 느껴진다고 당신이 말씀하셨을 때 즈음..나는 미움 뿐이던 마음 안에 가끔. 아주 가끔 그리움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여러 안좋은 일들을 겪으면서 혼자 감정을 추스리기 힘든 요즘..다 큰 아들이 이러는 거 징그러운 거 잘 알지만 어릴 때 참 서운하게 안 내주시던 그 넓은 품 좀 잠시 빌려서 기대면 안 되냐고. 나도 의지할 남자 어른이 필요했다고 소리치는 꿈을 꾸곤 한다.
아버지는 올해로 50대 중반이다. 아직도 아버지보다 키는 작지만 이제 덩치는 내가 더 좋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번 돈으로 산 멋진 정장과 구두를 빼입고 얼마전에 대학 졸업식도 마쳤다.
내심 이맘때 쯤에 아버지와 관계가 회복되어서 멋지게 빼입은 아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어주는 장면을 그려보았지만...아쉽게도 졸업식 전날 꿈에서 가상으로나마 체험해 본 걸로 만족해야만 했던 점. 아쉽다.
10년정도 거의 연락않고 지내다가
돌아가실때 임종은 지켰습니다.
처음엔 장례하면서 죄책감도 들고
후회도 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이전의 생각이 떠오르면서
무던해지고 묘자리한번 안 찾아 뵙게 되네요...
이글을 읽는
저를 욕할수는 있지만
이해하진 못할겁니다.
그 누구도 남의 가정사에 왈가왈부 해서는 안됩니다.
사람이 부모에게 받는 상처는 정말 살면서 누구에게 받는 상처보다 크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