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다.
엄마랑 멍멍이(여 코카스파니엘, 9세) 산책 시키고 있었는데
횡단보도 쪽에 성견 래브라도 리트리버랑 주인 아주머니가 같이 서있었다.
우리 멍멍이를 발견하자마자 사납게 짖길래
우리 그냥 지나가는 길이니 화내지 말라고
살갑게 말을 건네며 길을 걸었다.
리트리버 주인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는
큰 개가 짖으면 작은 개를 좀 안아라고 투덜거리시더라.
안 그래도 경계가 돼서 거리를 꽤 두고 걷고 있었는데 기분이 상했다.
그 와중에 주인 아주머니가 개가 당기는 힘을 감당 못해서 줄을 놓쳤고
그대로 리트리버가 우리 멍멍이한테 달려 들었다.
엄마랑 우리 막내 멍멍이를 뒤로 보내고
다리를 뻗어서 막고 밀어내려는데 힘이 더럽게
세더라.
계속 다시 달려들려고 해서 나도 모르게 한 대 걷어찼다.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달려들려 해서 더 세게 걷어 차버렸다. 따라온 주인이
리트리버를 진정 시키고..
왜 그렇다고 애를 차냐며 따지더라...같은 개 키우는 사람끼리 그럴 수 있냐고...
그래, 개를 찬 건 잘 못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효율적으로 대형견을 제압하는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본능적으로 발이 나가더라...내가 개를 걷어 차다니...
흥분이 가라 앉으니까 그 부분은 마음이 힘들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때릴 때 느껴지는 감촉은 절대 유쾌하지 않다..
결국 그렇게 견주들끼리 고성이 오갔다..
난 처음 달려드는 걸 막다가 무릎을 찧어서
아직도 아프다. 발목이 살짝 접질렸는지 지릿해서 파스를 붙였다.
리트리버만 되어도 이렇게
힘이 센데 더 큰 개들은 정말 무섭겠구나 싶었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에 동행한 산책이었는데
나는 진작에 차를 타서 가고, 엄마랑 멍멍이만 남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있었을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리 멍멍이는 워낙 주변 개들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 상황이 큰일날 뻔 했었던 순간이란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신나서 꼬리만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