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하루 끝의 피곤함을 더 가중시키던
퇴근길 만원 버스인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한산하다.
서러운 뚜벅이라 역설적이게도 요즘 출퇴근만큼은 참 편하게 앉아서 한다.
가장 좋아하는 맨 뒷자리 오른쪽에 앉아서 창밖이나 보던 중
내 앞 좌석에는
할아버지 한 분과
여대생이 앉아 있었다.
갑자기 폰을 들여다 보시다니
작은 소리로 웃으시는 할아버지.
곧 옆에 앉은 여대생과
뒤에 앉은 나까지 돌아보며 부르시더니
자기가 '힐링' 시켜준다고 하시면서 폰 화면을 보여주셨다.
할머니가 친구한테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 오셨다며
토실토실한 배를 까뒤집어 누운 채로
곱게 나이 든 한 손에 잡혀 몸이 고정된.
포커싱을 똑바로 못해 아주 흐리게 찍혔음에도
그 귀여움만큼은 선명하게 드러나는 떵강아지 한 마리를 보여주셨다.
너무 자랑이 하고 싶으셨나보더라.
피곤함이 좀 많이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