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입니다.
산중턱에 아파트 단지. 거기서 또 고층.
막아줄 다른 건물도 없는 상황에서
하필 태풍이 집을 정면에서 때려대니
거기서 다가온 공포는 태어나서 처음이네요.
40~50분간을 꿀렁꿀렁 포항 지진때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집.
당장이라도 박살날 듯 흔들리는 창문은
단단하게 고정하려고 끼워둔 종이뭉치랑
테이핑이 없었다면 진작에 폭발하듯 깨져나갔을 것 같습니다.
더 힘들었던 건...
누나랑 어머니가 완전 패닉에 빠져서
당장 피하자고(마치 집을 버려라!)
외투를 챙겨 입고 나가려고 억지 부렸던 것..
복도식 아파트라 현관문 여는 순간 바람 다 맞을텐데
"어떻게 나간다는 거냐. 정 불안하면 바람 안 맞는 구석 작은 방에 다 같이 있자.
여차하면 거실까지는 버린다고 생각하고 작은 방에서 잠잠해질때까지 있자."
"강아지랑 도마뱀은 어떡할거냐. 우리는 그렇다 치고 얘네들은 나가는 순간 날아간다."
어르고 달래다가 나중엔 화도 내면서 억지로 구석방에 밀어 넣듯이 들어가서
실시간 현황 폰으로 살펴 보면서 시간 보내니 슬슬 잠잠해지네요.
와...평소에 진짜 똑부러지고 야무진 누나랑
어머니인데 이성의 끈 똑 하고 끊어지는 모습을
생전 처음 봐서 오늘 까딱 잘못했으면 저까지 돌아버릴 뻔한 새벽입니다...
다들 무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