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오랫동안 함께 지낸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동생
요크셔테리어 까비가 주말에 하늘나라로 갔다.
당시 전문계 학생이었던 누나는 자율학습이 없어 엄마는 집에 있었고.
두 사람이 집을 지키던 그날 아침부터 고비라는 얘기를 수의사에게 들었지만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나를 오후까지 기다리다
온 가족이 모이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내 품에 안기자마자 곧
고개를 떨궜다.
미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를 그때 제대로 알게 되었다.
전업주부인 엄마와 미성년자였던 두 자녀는
자가용 차량을 갖고 있는 사촌 누나의 도움으로 분향소에서
까비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 다음날 울적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이유를 묻더니
별 지랄을 다 한다던 몇몇 친구들 태도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 지랄같은 놈들은 지금은 연락도 안 한다만.
요즘은 또다른 생각거리가 생겼다.
까비 이후로 우리 집 막내인 코카스파니엘 꽁지가 어느덧
사람 나이로 13살이 되었다는 것.
여전히 활기차고, 간식을 좋아하고, 장난감을 좋아한다.
다만 당장 1~2년 전 때랑 비교하면 귀가 정말 많이 어두워졌다.
노화인 것이다.
"앞으로 길어야 2~3년이겠구나."
싱숭생숭해져서 주변 친구들에게 가끔 이 얘기를 꺼낸다.
각자 자신이 살면서 얻은 삶의 지혜대로, 가치관대로 남은 시간을
꽁지와 가치 있게 보내면서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조심스럽게 조언해줬다.
까비를 보냈을 때와 비교되면서 그냥 또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불리는 내 별명인 '생각 많은 놈' 모드가 발동됐다.
1. 우리 나라 반려 동물에 대한 의식이 그 십몇년간 많이 올라와서일까.
2. 아니면 고등학교 때 이후로 내가 사귄 지금 이 친구들이 조금 더 경우가 있는 경우일까.
3. 단지 철 없고 치기어린 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성인 시점인 지금 친구들이 더 철이 들어서일까.
더 복합적인 이유일까.
어쨌든 고마웠다.